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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러시아 알바생만 노렸다…새벽, 테슬라 타고 온 바바리맨

중앙일보 2021.03.24 05:00
지난달 19·26일과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 들어온 박모씨가 CCTV에 찍힌 모습. 박씨는 여성 속옷과 짧은 치마, 스타킹 등을 입은 채 편의점에 들어와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로 이동해 알바생에게 공연음란 행위를 했다. 편의점 제공

지난달 19·26일과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 들어온 박모씨가 CCTV에 찍힌 모습. 박씨는 여성 속옷과 짧은 치마, 스타킹 등을 입은 채 편의점에 들어와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로 이동해 알바생에게 공연음란 행위를 했다. 편의점 제공

#1. 새벽 시간 외제차를 몰고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 도착한 30대 남성.

[사건추적]

#2. 옷을 벗더니 여성 속옷으로 갈아입고선 그대로 인근 편의점으로 향해.

#3. 속옷 차림으로 물건을 사면서 신체 부위를 알바생에게 보여준 뒤 사라져.
 
지난해 12월 말부터 3개월간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바바리맨’은 오로지 특정 알바생 한 명에게만 이와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러다 지난 11일 경찰의 잠복수사 끝에 붙잡혔다. 이 남성이 30여차례에 걸쳐 오랜 기간 범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30대 바바리맨 여성 속옷 입고 편의점 출몰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박모씨가 물건을 고른 뒤 겉옷을 벗고선 신체의 일부가 노출된 채로 알바생이 있는 계산대로 향하고 있다. 편의점 제공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박모씨가 물건을 고른 뒤 겉옷을 벗고선 신체의 일부가 노출된 채로 알바생이 있는 계산대로 향하고 있다. 편의점 제공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노출 의상을 입은 채 내부를 활보하고 알바생에게 고의로 특정 신체 부위를 노출한 박모(37)씨를 공연음란·강제추행죄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새벽에 편의점에서 일하는 특정 알바생 한 명만을 대상으로 3개월간 범행을 지속한 박씨에 대해 법원은 지난 1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가 범행 대상으로 삼은 알바생은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러시아 국적의 여대생 A씨였다. 박씨는 A씨가 주로 새벽에 근무하는 점을 노리고 오전 3~6시 사이 일주일에 3차례가량 편의점을 찾았다. A씨가 개인 사정으로 출근하지 않은 날은 편의점 창문 너머로 A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되돌아가기도 했다.
 

3개월간 한국말 서툰 알바생 한 명만 노려  

지난달 19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박모씨가 노출된 의상을 입은 채 편의점 내부를 살피고 있다. 편의점 제공

지난달 19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박모씨가 노출된 의상을 입은 채 편의점 내부를 살피고 있다. 편의점 제공

이러한 박씨의 범행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어졌다. 아우디와 테슬라 등 외제차를 타고 편의점을 찾은 박씨는 매번 여성 속옷과 짧은 치마, 스타킹 등을 착용하고 이를 겉옷으로 가린 채 편의점에 들어섰다. 박씨는 정상적인 옷차림으로 차량을 운전하고 편의점에 도착하기 전 인근 공사현장에서 옷을 갈아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수법은 매번 동일했다. 편의점에서 커피 음료 등을 고르고 다른 손님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겉옷을 벗고 A씨가 있는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 특정 신체 부위가 노출된 채로 A씨 앞에 서서 계산을 마친 뒤 유유히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범행 시간은 1~2분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수법으로 박씨는 3개월간 30여차례에 걸쳐 A씨를 상대로 공연음란 행위를 벌였다.
 

“러시아에선 보복당해” 신고 꺼린 피해자

박씨의 범행이 오랫동안 지속된 이유는 A씨가 경찰에 선뜻 신고하지 못해서다. 편의점 점주 B씨(33)는 “피해자인 알바생은 재작년에 한국에 들어온 러시아 국적의 동포”라며 “이런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러시아 경찰을 떠올려 경찰에 신고할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할 경우 가해자로부터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워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러나 박씨가 3월 초에 A씨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했고, 이를 불쾌하게 여긴 A씨가 이 사실을 편의점 점주에게 알리면서 박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CCTV 등을 통해 박씨의 만행을 확인한 점주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서울 동대문서 여성청소년범죄강력수사팀(여청강력팀)이 수사를 맡았다.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 수사를 강화하기 위해 동대문서는 올해 초에 여청강력팀을 신설했다.
 

여청강력팀, 3일간 잠복수사해 검거

서울 동대문경찰서.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서울 동대문경찰서.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박씨가 편의점에 머무르는 시간은 1~2분에 불과했기에 범행 현장에서 112 신고를 통해 그를 검거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여청강력팀은 편의점 앞에서 3일간 잠복수사를 했고, 지난 11일 오전 3시쯤 또다시 편의점을 찾아 공연음란 행위를 하던 박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가 명확한 상황이기에 피의자가 관련 혐의를 인정했다”며 “17일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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