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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바이든-시진핑 시대의 대만, 미·중 격돌의 첫 전장 되나

중앙일보 2021.03.24 00:40 종합 26면 지면보기

악화일로 양안관계와 미·중 충돌

차이나인사이트 그래픽=신용호

차이나인사이트 그래픽=신용호

“현재 세계의 최대 충돌 위험지역은 대만이다. 중국과 대만이 격돌하면 미국은 대만 방위를 돕기 위해 항공모함을 파견할 것이고, 중국은 러시아를 부추겨 미군의 동아시아 진출을 막게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럽도 전화에 휘말린다.” 볼프강 이싱어 뮌헨안보회의(MSC) 의장의 전망이다. 대만해협이 출렁이고 있다.
  

틈만 나면 ‘중국’ 지우려는 대만
2027년 ‘대만 해방’ 노리는 중국
대만 카드로 중국 압박하는 미국

대만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시대 미·중 격돌의 전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바탕엔 언제 무력 충돌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복잡한 양안(兩岸)관계가 깔렸다.
 
여기에 세계 최강의 국가 건설이란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선 대만 통일부터 이뤄야 한다는 중국의 야심과 21세기 중국의 부상을 누르기 위해선 대만을 양보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 격하게 부딪치며 대만해협이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먼저 파고가 높아지는 양안관계부터 보자. 2016년 대만에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등장하며 양안의 봄날은 막을 내렸다. 이전 국민당 출신 총통 마잉지우(馬英九)는 통일과 독립·무력 모두를 거부하는 3불(不統·不獨·不武) 정책으로 양안을 안정시켰다.
 
특히 대륙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데 중국과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은 다르다. 대만 중심의 역사관을 갖고, 중국과 분리해 독립하기를 바란다. 틈만 나면 중국을 지우고 싶어한다.
 
중국에서 험한 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1월 2일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언제든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이다.
 
중국은 이후 대만해협의 중간선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전투기의 중간선 넘기 일상화가 진행 중이다. 원래 중간선은 대만으로 쫓겨왔지만, 제공권에선 우세이던 장제스(蔣介石)의 대만 공군이 대륙을 공격할 것을 우려해 미국이 설정했던 선이다.
 
한데 이젠 상황이 역전됐다. 중국이 중간선을 넘고 이에 반발해 대만도 선을 넘는다면 중간선 개념은 없어진다. 이는 중국이 바라는 바다. 베이징의 생각처럼 ‘내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가 돼 대만 문제를 철저하게 국내문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촉즉발의 대만해협이 미·중 격돌을 야기할 최대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필립 데이비드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이달 초 미 상원 청문회에서 “대만은 중국이 야심 차게 노리는 목표로 그 위협은 향후 6년 안에 분명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왜 ‘6년 안’이라고 말했나. 앞으로 6년이면 2027년이다. 202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창설 100년을 맞는 해다. 시진핑은 지난해 당 대회에서 “건군 100년의 분투 목표”를 강조했다. 건군 100년의 분투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나.
 
중국군 이름에 답이 있다. 중국군은 해방군으로 불린다. 대륙을 해방한 뒤 한때 ‘국방군’으로 개명했지만, 대만을 해방하는 역사적 사명을 다 하지 못했기에 다시 해방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중국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 대만을 침공할 것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2027년은 장기 집권을 꾀하는 시진핑에게도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다. 2012년 18차 당 대회를 통해 1인자가 된 시진핑은 2022년 집권 2기를 끝낸다.
 
과거 장쩌민(江澤民)이나 후진타오(胡錦濤) 등 3세대, 4세대 지도자는 10년 임기에 그쳤다. 하지만 시진핑은 만족하지 않는다. 내년 20차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에 나서고 2027년 가을엔 21차 당 대회를 통해 4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4연임을 해야 하는 당위성과 관련해 대만을 해방해 중국의 일통(一統)을 이루겠다는 것보다 더한 게 있을까. 미국은 이 점을 주목한다. 중국의 부상을 누르기 위해선 대만 통일부터 막아야 한다.
 
고구마처럼 길게 생긴 대만은 중국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연결한다. 또 중국이 태평양으로 뻗어 나가기 위한 요충지다. 북회귀선도 대만 중남부 자이(嘉義)시 근처를 통과하며 동북아와 동남아를 가른다.
 
대만이 과거 동북아 진출을 꾀하던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침략을 받은 것도 대만의 지리적 장점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게다가 ‘적의 적은 친구’라는 의미에서 보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중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대만의 가치는 한국과 필리핀을 웃돈다.
 
동북아 국제관계는 국가 간 이해 상충이 부딪치는 다자관계의 국제정치로 나타나 복잡하다. 그러나 대만 문제는 중국의 국내정치에 중점을 둔 대외정치에 미국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양자관계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정체성과 직결되는데 이에 대해 미국이 직접 압박을 가해 대중 봉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자유와 인권 등 서구의 가치관이 구현되고 있는 대만은 중국의 국가 체제를 압박하는 기능도 한다.
 
미·일과 우호적인 현재 대만 정치 상황도 미국의 이익에 맞는다. 과거 미국은 양안 간 현상 유지를 바라는 국민당을 선호했다. 현상 타파를 꾀하는 민진당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 지금은 민진당이 더 반갑다.
 
물론 중국은 대만 문제를 국공 내전의 연장에서 중국 국내문제라며 타국의 간섭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중국이 내세웠던 평화적 통일 방안인 ‘한 국가 두 체제(一國兩制)’가 홍콩 사태를 통해 실패로 드러난 후 대만 문제를 더는 일국양제의 틀로 보기 어렵게 됐다.
 
대만은 홍콩과 엄연히 다르다.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다면 대만은 1971년까지 유엔 상임이사국으로 활동했고 현재도 여러 국가와 국교를 유지하고 있다. 또 신남향정책(新南向政策)을 통해 동남아 국가들과도 밀접한 관계다.
 
중국이 대만을 ‘신성한 국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대만 문제를 국내문제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결국 대만 문제는 중국이 대만과 미국·일본의 연합 세력과 내전과 유사한 국제전을 치러야 한다는 걸 뜻한다.
 
대만은 미국에 중국이 가장 아파할 내정 문제로 중국을 견제하는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 견제의 목줄을 죌수록, 또 시진핑이 중국 통일의 야심을 키울수록 미·중 충돌 가능성은 커진다는 점이다. 지금 바이든-시진핑 시대는 그렇게 가고 있다.  
 
중국과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미국은 대만과 관련해 중국과 3개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첫 번째는 1972년 2월 21일의 ‘상하이 코뮈니케’로,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두 번째는 78년 12월 15일 발표된 ‘수교 코뮈니케’다. 수교를 앞두고 나온 이 성명에서 미국은 대만과의 공식적인 정치관계는 단절하되 경제와 문화적 관계만 유지하기로 했다. 또 미·중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세 번째는 82년 8월 17일의 ‘8·17 코뮈니케’로 여기에선 주로 이전 코뮈니케에서 나왔던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미국의 행태는 중국보다는 대만과 약속한 것에 더 방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 중국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54년에 맺은 대만과의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했다. 그러나 미국은 79년 의회를 통해 국내법인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통과시켜 대만과의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를 토대로 미국은 대만의 자위에 필요한 무기와 군사기술 등을 제공한다. 사실상 미-대만 상호방위조약의 성격을 띠고 있어 중국으로부터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격렬한 비난을 받는다. 또 미국은 8·17 코뮈니케 직전 대만과 ‘6개 보장’을 발표했다.
 
6개 보장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무기 수출 시 중국과 사전 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목할 건 미국의 대만 정책에서 중국과의 3개 코뮈니케보다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이 더 큰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진호 단국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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