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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기록한 시대의 초상

중앙일보 2021.03.24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화가 김창열.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화가 김창열.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인물 사진의 거장’ 문선호(1923~1998) 사진가의 개인전  ‘문선호 사진, 사람을 그리다’가 24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가나문화재단 주관으로 개막한다. 문선호는 김환기, 권옥연, 윤형근, 김창열, 유영국, 천경자, 장욱진 등 한국의 대표 미술가를 비롯해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을 카메라로 포착해온 작가다. 1970년대부터 98년 작고하기까지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과 정치인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남겼다. 이번 전시엔 인물 사진 180점과 순수 사진 20점이 소개된다.
 

인사아트센터 문선호 회고전
김창열·이매방·이순재 등 200점
사진의 회화적 표현력에 주목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천경자.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천경자.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문선호는 이전에 화가였다. 1944년 일본 가와바다 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일제 강점기에 열린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박수근, 장리석 등과 함께 입선했다. 1950년대 중반 무렵 사진가로 진로를 바꾼 후 75세에 타계할 때까지 사진에 매진했다. 미술인과의 교류가 돈독했던 그는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 100인선집』을 기획, 출판했다.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배우 윤정희.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배우 윤정희.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전시에서 눈에 띄는 건 지난 1월 타계한 김창열(1929~2021) 화백의 모습. 붓을 든 김 화백의 손 대신 뒤에 걸린 물방울 그림과 작가의 얼굴, 그리고 옆의 붓이 빼곡히 꽂힌 통을 팽팽한 균형으로 담아냈다. 작업에 임한 작가의 표정은 도인처럼 평온하다. 뒷짐 지고 서서 겨울나무와 마주한 장욱진(1917~1990)화백의 모습은 한 편의 그림 같다. 잎을 거의 떨군 수수한 나무와 나이 든 화가는 서로 닮았다.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배우 이순재.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배우 이순재.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배우 문희(74)·윤정희(77)·이순재(81)의 젊은 시절도 눈길을 붙든다. 또 오지호·이대원·김기창·박래현(화가), 김종영(조각가), 김수근(건축가), 조병화(시인), 이매방(무용가)을 비롯해 김대중·김영삼(전 대통령), 이병철(삼성그룹 창업주) 등의 사진도 볼 수 있다.
 
김승곤 사진평론가는 “문선호는 (사진의) 회화적인 표현 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작가였다”면서 “그는 자신의 조형 의지를 실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을 구사했지만, 그 사진은 시간이 지나며 역사성의 가치까지 갖게 됐다”고 했다.
 
문 작가의 장녀 현심씨는 “2023년에 서울사진미술관(시립)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버지의 작품을 기증하기로 가족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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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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