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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 재야의 변호사였다, '임성근 탄핵주심' 이석태 성향

중앙일보 2021.03.23 17:00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정한 이석태 헌법재판관. 임현동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정한 이석태 헌법재판관. 임현동 기자

이석태(68·사법연수원 14기) 재판관은 법조 경력 33년간 법복도, 검사복도 입지 않고 재야 변호사로 지내다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 출신으로 24일 심리를 시작하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주심 재판관이다.
 

헌재 지형도③

22일 중앙일보의 헌법재판소 2019년 5월~올해 1월 공보판례 분석에 따르면 이석태 재판관은 헌재 결정이 합헌일 때는 반대의견을, 위헌일 때는 일치하는 의견을 내는 경향이 확인됐다. 
 
분석 대상 결정문에서 이 재판관이 반대의견(위헌)을 표명한 33건은 모두 헌재 결정이 합헌·각하인 사건이었다. 9명 재판관 가운데 기존 법체계의 변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그는 합헌 취지의 반대의견(8건)을 포함해 총 36건의 반대의견을 낸 이선애 재판관 다음으로 반대의견을 많이 냈다.
 
이 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 지명 몫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8년 9월 지명한 인사다. 헌재 도입 이후 순수 재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 이 재판관을 후보로 지명한 건 파격이었고 기존 헌재 구성의 틀을 깨는 시도로 해석됐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 이 재판관 자신도 “지금까지 법관·검찰 출신 재판관뿐이어서 다양성 차원에서 구성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합헌 결정 때 반대의견 최다…“공무원 정치적 자유 필요”

2018년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석태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 오종택 기자

2018년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석태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 오종택 기자

결정문에선 이 재판관의 소신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 재판관이 8대 1로 나 홀로 반대의견을 낸 사례도 적지 않았는데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헌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건축 사업에서 세입자에게 아무런 보상 조치 없이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게 세입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가 쟁점인 사건이었다. 
 
반대의견 누가, 언제 많이 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대의견 누가, 언제 많이 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헌재는 “세입자에게 보상을 강제하게 되면 임대인과 임차인 사적 자치를 훼손하게 된다”며 현행 규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이 재판관 혼자 “한국 사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비대칭적 관계를 고려하면 세입자로서는 재건축 때 임대인의 배려나 선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들의 과도한 이익과 보호받지 못한 임차인의 삶이 사회적으로 계속 문제가 되어 왔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현 제도는 임차인을 재건축의 이익으로부터 배제한다”라고도 비판했다.
 
이 재판관은 또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개진했다. 공무원의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제66조 제1항) 위헌소송에서 이 재판관은 “공무원을 직무, 직급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근무시간 외 활동인지도 묻지 않는 집단행위 제한은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라고 위헌 의견을 냈다. 재판관 7대 2로 합헌이라고 판단한 사건이었다. 
헌재 주요심판 결정문 분석에 따른 지형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헌재 주요심판 결정문 분석에 따른 지형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사의 선거운동 참여를 원천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헌소송에서도 이 재판관은 “교사가 일반 시민의 지위에서 하는 선거운동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교육을 벗어난 영역까지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는 교사의 정치단체 결성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조항(제65조 제1항)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범위가 모호한 정치단체 가입까지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에서다. 이 사건에서 이 재판관은 다수 의견보다 한발 더 나아가 “정치단체뿐 아니라 정당 가입도 가능해져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7시간' 기록물 재판 참여…‘첫 법관 탄핵심판’ 주심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이 재판관이 참여한 사건 가운데 이른바 ‘세월호 7시간’ 관련 대통령 기록물 관련 위헌소송도 포함돼 있었다. 2017년 5월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사건 당일 행적과 관련한 기록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기밀로 분류한 데 대해 피해자 측이 낸 헌법소원이었다. 
 
2015~2016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 재판관도 이 사건 심리에 참여했다. 다만 이 재판관도 다른 8명 재판관과 함께 “대통령 기록물 지정행위는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공권력 작용에 해당하지 않아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전원일치 각하 결정을 했다.
 
이 재판관이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 심판 주심을 맡게 되자 대상인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측은 지난달  기피 신청을 냈다. “이 재판관이 민변·세월호특조위원장 출신이어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헌재는 하지만 “이 재판관의 이력만으로는 공정한 심판을 받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되지 않는다”며 기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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