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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전략적 모호성, 美 불안케한다" 우려 쏟아낸 美싱크탱크

중앙일보 2021.03.23 16:23

“한국의 외교전략은 미국을 불안케 할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취약성만 확대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한 '한ㆍ미 동맹에 대한 제언'이라는 정책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전략을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으로 정의하며 평가한 대목이다. 이번 보고서는 국제관계 석학인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존 햄리 CSIS 소장과 함께 대표 집필했다. CSIS 한반도위원회 멤버인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웬디 커틀러 전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마크 리퍼트ㆍ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 랜달 슈라이버 전 국방부 차관보 등 한반도에 정통한 미국의 전직 외교안보 관료들이 대거 참여했다.
  

국제관계 석학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등 참여
워싱턴 싱크탱크 CSIS 정책보고서 발간
전 주한대사ㆍ주한미군사령관 등 참여
"韓 '전략적 모호성' 비용만 큰 시나리오"
"中은 韓을 미국 동맹 중 '약한고리'로 봐"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등이 작성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정책보고서는 "한국의 외교전략이 미국을 불안케할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취약성만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등이 작성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정책보고서는 "한국의 외교전략이 미국을 불안케할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취약성만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韓 전략적 모호성, 비용 크고 이익 안 나는 시나리오”

보고서는 "미ㆍ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ㆍ미동맹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 및 국제적 공공재로서의 측면에서 완벽한 잠재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한국의 전략은 미국에 중국의 편을 들고 있다는 오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한국의 외교전략은 동맹(미국)을 불안케 할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취약성만 증가시킬 것"이라면서 "이는 비용만 크고 이익이 안 나는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또 보고서는 "한ㆍ미가 공동의 인식을 공유하지 않을 때 중국에 대한 한국의 지렛대 효과도 사라진다"며 "중국은 한국을 미국의 전체 동맹 관계에서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ㆍ미간 핵심 현안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한ㆍ미동맹은 전작권 전환이 잠재적인 공격자에 대응할 수 있는 한ㆍ미 공동의 역량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아야 한다는 데 서로 동의해야만 한다"고 짚었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국의 안보 태세에 미칠 영향을 반드시 따진 뒤 판단해 한다는 얘기다.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유엔사령부 구조를 보존하면서 현존하는 안보 환경에 유의해 일관된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이후 '유엔사는 해체해야 한다'는 한국 여권 일각의 주장과는 정반대되는 논리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위협을 염두에 두고 "사이버 위협에서부터 항행의 자유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ㆍ미동맹의 안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회색지대(grey zone)'에 대해서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이 처한 외교적인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ㆍ미동맹을 '중국에 대항하는(against China)' 개념이 아니라 '아시아 복원력(resilient Asia)'을 위한 원칙에 따라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선 "북한 내 인권 유린 해결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필요 조건"이라며 단 "대북 협상은 미국의 동맹을 희생하면서 이뤄져선 안 되고 동맹과 긴밀하게 조율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유엔사령부 겸 주한미군사령부 본부. 남정호 기자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유엔사령부 겸 주한미군사령부 본부. 남정호 기자

악화일로인 한ㆍ일 관계를 우려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역할도 주문했다.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는 (한ㆍ일 간) 과거의 역사적인 협정(청구권협정, 위안부합의 등)을 재론하거나 중재하기보다는 3국 간 미래지향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더 나은 관계를 촉진해야 한다"며 "미국은 한ㆍ미ㆍ일 간 정보공유협정(GSOMIA)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분기별 외교차관급 회의 등 3국 간 대북정책 조정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SIS는 이날 보고서 공개에 맞춰 한국위원회 멤버들 간 화상 대담도 가졌다. 23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햄리 소장은 대담에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인 한국은 국경을 맞댄 이웃나라의 문제에만 초점을 둔 협소한 시야에서 진화해야 한다"며 "역내 약소국인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국 내 핵무장 논의를 거론하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북핵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일본ㆍ중국의 반발을 야기하는 지정학적 변화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나이는 미국 민주당 외교ㆍ안보 전략의 ‘구루(guru·영적 스승)’와도 같은 존재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선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그가 주창한 ‘스마트 파워(Smart Power: 경성권력(hard power)과 연성권력(soft power)을 성공적인 전략으로 결합하는 능력)’ 이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의 근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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