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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날 버린 삼성 향해 재능의 창을 겨눈다'

중앙일보 2021.03.23 15:58
지난달 6일 유니폼을 맞바꿔 입고 맞대결을 펼친 LG 이관희(오른쪽)와 삼성 김시래(왼쪽) [사진 KBL]

지난달 6일 유니폼을 맞바꿔 입고 맞대결을 펼친 LG 이관희(오른쪽)와 삼성 김시래(왼쪽) [사진 KBL]

 
 프로농구 선수 이관희(33)는 지난달 5일 창원행 KTX 안에서 인스타그램에 ‘내 재능을 창원으로 가져간다’고 썼다. 미국 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가 2010년 마이애미 히트로 향하며 “내 재능을 사우스비치로 가져간다”고 말한 걸 인용했다. 이관희는 2011년부터 9시즌 간 서울 삼성에서만 뛰었다. 지난달 4일,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창원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린 이상민(49) 삼성 감독이 LG 가드 김시래(32)를 원했던 거다.

트레이드 당한 뒤 되레 펄펄 날아
친정팀과 옛 스승 향해 반격 예고

 
 사실상 내쳐진 그가 자신의 말처럼 창원에서 재능을 뽐내고 있다. 삼성에서 ‘볼 만하다(가관)’는 다소 부정적인 어조가 담긴 ‘가관희’로 불렸던 그는, LG에서 온 뒤로 ‘갓관희’로 불릴 정도다. ‘신’에 빗댄 별명이다.
 
 LG는 최하위이지만 상위 팀들이 겁내는 ‘고춧가루 부대’다. 이달 들어 1위 KCC, 3위 오리온, 4위 KGC를 잡았다. 그 선봉에 이관희가 섰다. 그는 22일 원주 DB전에서 26점·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경기 연속 ‘더블-더블’도 기록했고, 한 경기 최다득점(30점), 최다 어시스트(14개) 등 개인 기록을 갈아 치웠다.
 
LG 유니폼을 입고 개인 기록을 갈아 치운 이관희. [사진 KBL]

LG 유니폼을 입고 개인 기록을 갈아 치운 이관희. [사진 KBL]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관희는 “남보다 먼저 나와 가장 늦게까지 연습한다. (인스타그램) 글은 내 재능에 자신 있어서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희는 애증이 얽힌 친정팀 삼성전(24일)을 앞뒀다. 그는 “10년간 사랑했던 여자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잊나. 하지만 헤어진 연인(삼성)에게 새 여자친구(LG)와 예쁜 사랑을 한다고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민 감독님이 갈고 닦아준 창을 이젠 감독님 향해 겨눠야 한다. 제 손으로 아프지 않게 (6강 진출의) 숨통을 끊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LG에 온 뒤로 어시스트가 많아진 비결이 뭘까. 이관희는 “이상민 감독님이 ‘이관희 사용법’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님에게 혼나며 배운 것들을 정작 삼성에서는 못 보여 드렸다. 이제 그것들을 이 감독님 앞에서 보여드리겠다. 긴장하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관희는 지난달 6일 삼성과 첫 대결에서는 3점슛 7개 모두 실패했다. 팀도 졌다. 이관희는 “트레이드 이틀 만의 경기였다. 삼성 벤치에서 (김)시래가 웃는 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시래는 2일 KT전에서 종아리를 다쳐 4주간 뛸 수 없다. 이관희는 “시래와 맞대결이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관희는 LG에서 김시래의등 번호였던 5번을 골랐다. 이관희는 “시래는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팬들이 시래가 떠나 속상했다. 이제 시래 그림자를 지워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료들에게 삼성 공략법을 알려주겠다”고 예고했다. 공략법이 뭘까. 그는 “삼성은 수비가 약하다. 또 발이 느리다”고 귀띔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뻔한 말 대신 이슈를 만드는 것, 그 또한 이관희의 재주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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