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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NLL 앞 버젓이 방사포 배치…김정은, 군사합의 무력화

중앙일보 2021.03.23 05:00
 
북한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의 창린도에 240㎜ 개량형 방사포(다연장포)를 새로 배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방사포를 옮겨온 뒤 지원 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동향도 포착됐다. 이곳은 2019년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해 직접 사격 지시를 내렸던 진지다.

240㎜ 개량형 방사포 창린도 배치 포착
포진지 공사 중, 방사포 영구 주둔 노려
군사적 긴장 줄인다는 군사합의 무력화

 
22일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ㆍ미 정보 당국은 북한군이 지난해 연말 창린도에 개량형 240㎜ 방사포를 들여온 것을 발견한 뒤 각종 정보 자산을 동원해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2019년 11월 25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의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해안포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2019년 11월 25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의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해안포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은 창린도에 방사포 영구 배치를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방사포를 먼저 배치했고, 최근까지도 진지 보강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포로 쏘는 포탄은 탄두와 로켓 추진체로 구성돼 무게가 400㎏ 수준이다. 방사포에 포탄을 재장전하는 기중기를 놓는 작업으로 추정한다는 게 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방사포 배치는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로 한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조치다. 북한이 기존 무기를 빼지 않고 더 치명적인 군사력으로 한국을 위협하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다양한 군 장비를 공개했다. 240㎜ 개량형 방사포를 비롯한 대구경 방사포가 줄지어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북한은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다양한 군 장비를 공개했다. 240㎜ 개량형 방사포를 비롯한 대구경 방사포가 줄지어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창린도는 황해도 옹진반도 서쪽에 있는 섬이다. 서해 5도 백령도 아래 소청도에서 32㎞, 대연평도에서는 45㎞ 떨어져 있다. 북한군은 6·25전쟁 이후 여기에 해안포를 설치했다. 군 막사가 20개 이상일 정도로 대규모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군은 연평도 북쪽의 황해도 개머리 진지 등 북한 해안지역을 항시 감시한다. 북한 포병이 한국 해군과 해병대를 겨냥하고 있어서다.
 
기존 해안포의 최대 사거리는 20여㎞ 수준이지만 이번에 창린도에 배치한 방사포는 65㎞까지 포탄을 쏠 수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가 포격 범위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NLL 주변을 지나는 해군 함정에도 직접적인 위협을 준다.
 
북한이 창린도에 배치한 240㎜ 다연장 방사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북한이 창린도에 배치한 240㎜ 다연장 방사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 번에 포탄 한 발을 쏘던 해안포와 달리 방사포는 순간적으로 수 십발의 포탄을 쏟아부을 수 있어 더 위협적이다. 게다가 개량형 240㎜ 방사포는 포탄 18발을 한 번에 쏘던 기존 방사포의 성능을 높여 22발을 단번에 발사할 수 있다. 여기에 화학탄도 탑재할 수 있어 더 치명적이다.
 
북한군은 지금까지 방사포를 주로 육상의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에 배치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직접 위협했다. 이제는 ‘서울 불바다’ 위협이 서해 상 NLL 지역으로 확대됐다.
 
북한군 방사포는 평소에는 갱도에 숨어있다가 유사시 밖으로 나와 쏜다. 평소 산악 지형 뒤쪽 갱도 진지에 은폐한다. 발사 명령이 떨어지면 ▶갱도 출구 개방 ▶사격 진지로 이동 ▶사격 준비 ▶사격 ▶갱도로 복귀 ▶갱도 출구 폐쇄 등의 순서로 작전을 펼친다.  
 
지난 2013년 10월 30일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화력 타격 훈련에서 방사포가 일제히 사격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3년 10월 30일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화력 타격 훈련에서 방사포가 일제히 사격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처럼 군사적 위협이 늘었지만, 국방부는 지난달 펴낸 『2020 국방백서』에서 “접경지역 지ㆍ해역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 조치 이행 등 전반적으로 9ㆍ19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미 9ㆍ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창린도 방어대를 현장에서 해안포 사격을 직접 지시했다. 이는 명백한 남북한 합의사항 위반이다.
 
9ㆍ19 군사합의는 NLL과 MDL 일대에서 사격을 금지했다. 국방부는 국방백서’에서“지난해 5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경계초소(GP) 총격 사건과 2019년 11월 서해 완충 지역인 인근 창린도에서 북한이 해안포를 쏜 것은 군사합의를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북한은 9ㆍ19 군사합의 직후부터 사실상 이를 무력화했다. 적대행위 중지 합의했음에도 하루 최대 2차례씩 해안포 포문을 개방하고 있다.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ㆍ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합의를 무시한 조치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은 기습적으로 포탄을 퍼부어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앞서 3월에는 북한군 어뢰 공격을 받은 해군 천안함이 침몰해 승조원 46명이 전사했다. NLL 일대에서 북한군 포문 개방이나 군사력 증강이 위협으로 다가오는 배경이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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