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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황제조사’ 김진욱, 공익신고인에 검찰 고발당했다

중앙일보 2021.03.23 05:00 종합 12면 지면보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법조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22일 취임 2개월을 맞은 김진욱 공수처장의 행보가 잇따른 논란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조서를 남기지 않은 ‘황제 조사’ 논란으로 공익신고인에 의해 검찰에 고발까지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학의 불법출금 첫 제보자가 고발
“이 지검장 면담장소 등 허위기재
수사기록 전혀 안 남겨 공정성 의문”
공수처 측 “수사관 내내 입회” 반박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기록 없이 사라진 1시간=김 처장은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7일 김학의 불법 출금 및 수사외압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면담·조사했다”고 공개했다.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에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이 지검장에 대한 조사 내용은 없이 면담 일시와 장소, 면담자만 기록한 수사보고서(수사 과정 확인서) 1부와 이 지검장 변호인 의견서만 첨부해 송부했다.
 
통상 사건 이첩 때 그 사유를 기재하는 사건 기록 검토보고서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런 탓에 김진욱 공수처장이 직접 한 첫 고위공직자범죄 조사 내용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 지검장은 변호인 의견서와 같이 이 사건은 공수처 전속적 관할이라 검찰로 이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는 김 처장의 국회 답변만 공개된 상태다.
 
지난해 2월 10일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오찬을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10일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오찬을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불법 출금 및 수사외압 의혹을 최초 신고한 공익신고인은 지난 19일 김 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 이 지검장 조사에 입회했다고 주장한 A 사무관(수사관), 조사 대상자였던 이 지검장과 그 변호인을 권익위에 부패행위로 신고했다. 공익신고인은 김 처장과 여 차장, A 사무관에 대해선 “공문서인 수사보고서에 면담 장소, 참석자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며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익신고인은 “이 지검장을 직접 면담하기 전 공익신고인 등 수사협조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과 조사·면담을 선행했어야 했는데, 공익신고인에겐 아무 연락도 없던 상황에서 핵심 피의자 면담 내용을 수사기록에 전혀 남기지 않은 것은 공수처 수사의 중립성·공정성에 강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중대한 권한남용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관계자가 관련 의혹에 “김 처장이 공수처 3층에서 이 지검장을 만난 게 사실이며, 이 지검장 면담 시 수사관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입회했다”고 반박한 데 대해서도 “청사 출입기록과 차량 출입기록, CCTV, 통화내역 등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②공수처는 ‘檢 옥상옥’ 해석=김 처장은 지난 12일 수원지검 수사팀에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공수처 기소 대상 사건이므로 수사 완료 후 사건을 공수처로 다시 송치하라”고 요구했다. 수사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가 지난 15일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공개 반박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지난 16일 국회에서 “이첩 대상은 사건이 맞지만, 공수처장 재량에 따라 단순 이첩과 (기소권) 유보부 이첩으로 나뉘고, 적법 여부는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내부에선 “헌재 연구관을 할 때는 가능한 해석일지 몰라도 중대한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장의 판단이라곤 믿기 어렵다”(현직 부장검사)는 반응이 나왔다. 수사기관은 법 해석이 아니라 법 집행을 담당하는 곳이고, 각 기관의 권한 역시 법이 부여하는 것이란 취지다. 김 처장의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문제 때문에 그게 적절하다”는 주장도 이성윤 지검장이 검찰의 수사·기소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과 모순된다. 다만, 한 법조계 인사는 “공수처 자체가 전례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생기는 부득이한 시행착오”라고 말했다.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무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1월 21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건물 앞에 수원지검 수사팀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무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1월 21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건물 앞에 수원지검 수사팀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③엉뚱한 檢수사준칙 인용=김 처장은 지난 16일 이 지검장 만남의 적법성을 주장하며 수사준칙 26조를 들었다. “면담 등 과정의 진행경과를 기록하되, 조서는 작성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명하면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그 목적을 잘못 이해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해당 조항은 피의자 조사 등 수사 과정과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원칙으로 하되, 조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밝히도록 했다.
 
그러나 김 처장은 이 지검장 조사 후 조서를 남기지 않았고, 사건 재이첩 때 그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이완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협박하거나 피의자와 모종의 약속을 했을 수도 있으니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게 수사준칙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패·경제범죄연구실장은 “조사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불법은 아니지만, 피의자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봤을 땐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7일부터 오는 24일까지 평검사 지원자 172명을 대상으로 면접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오는 26일 2차 인사위원회를 열어 면접 결과를 보고한 뒤 최종 후보를 선정해 대통령에 임명을 제청한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7일부터 오는 24일까지 평검사 지원자 172명을 대상으로 면접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오는 26일 2차 인사위원회를 열어 면접 결과를 보고한 뒤 최종 후보를 선정해 대통령에 임명을 제청한다. 뉴스1

김 처장이 인용한 광주지검의 지난달 4일 보도자료(‘모든 사건에 대한 검사 직접 면담·조사제도 시행’)도 경찰 수사 후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처분하기 전 검사가 피의자를 직접 면담·조사하겠다는 취지다. 수사가 아직 종결되지 않은 이 지검장 사건과는 거리가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을 이첩받는 수사팀이 공식 기록이 아니라 언론 인터뷰를 보고 조서 미작성 이유를 인지하는 게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준호·정유진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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