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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 “여든 될 때까지 이 연극 계속” 18년 전 약속 지켰다

중앙일보 2021.03.23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연극 ‘해롤드와 모드’. 팔순 배우 박정자(오른쪽)가 80세 할머니 모드 역을 맡았다. 해롤드 역은 오승훈 배우. [사진 신시컴퍼니]

연극 ‘해롤드와 모드’. 팔순 배우 박정자(오른쪽)가 80세 할머니 모드 역을 맡았다. 해롤드 역은 오승훈 배우. [사진 신시컴퍼니]

오래 별렀던 무대다.
 

‘해롤드와 모드’ 일곱 번째 무대
소년과 사랑에 빠지는 80세 역할
윤석화 “마지막 연출 부탁 받아”

올해로 팔순을 맞은 배우 박정자가 약속대로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 무대에 선다. 19세 소년과 짝을 이뤄 삶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80세 할머니 모드 역으로서다. 2003년과 2004, 2006, 2012, 2012년의 연극, 그리고 2008년 뮤지컬에 이은 일곱 번째 같은 역할이다. 2003년 첫 출연을 하며 “극 중 모드의 나이처럼 80이 될 때까지 이 공연을 하겠다”고 선언했던 그에게 마침내 그날이 온 것이다.
 
22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박정자는 “약속한 이 나이까지 올 수 있어 참 감사하다. 모든 시간에, 모든 사람한테, 그리고 나한테까지 감사하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80이 되면 굉장히 성숙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미성숙인 채로 나이를 먹었다”면서 “이번 무대가 그동안 해왔던 여섯 번 무대보다 더 나으리라 자신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자는 또 이번 무대를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라고 못 박았다. “이제 더이상 욕심이 없다. 아주 사뿐하게, 가뿐하게 이쯤에서 ‘해롤드와 모드’ 무대에서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연극 ‘노래처럼 말해줘’에 이어 1년 만에 관객을 만나는 설렘도 드러냈다. “코로나19 때문에 최근엔 온라인으로 공연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것처럼 끔찍한 게 없다”면서 “관객은 항상 ‘0순위’ 그 자체다. 관객들은 연극을 만드는 우리보다 몇 발자국 앞서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심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콜린 히긴스가 쓴 ‘해롤드와 모드’는 1971년 미국에서 영화로 제작돼 인기를 얻었고 1973년 연극으로 재탄생, 세계 각국에서 공연됐다. 국내에선 1987년 김혜자·김주승 주연 연극으로 초연했다. 2003년 재연 때부터 박정자가 주인공 모드 역을 맡아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열여덟 번이나 자살 시도를 한 19세 소년 해롤드가 유쾌한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해롤드 역에는 연극·뮤지컬 배우 임준혁·오승훈이 더블 캐스팅됐다. 2003년 이종혁을 시작으로 윤태웅·김영민·강하늘 등이 맡아 ‘스타의 산실’ 역할을 했던 자리다.
 
박정자는 “모드는 나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극중에서 모드는 해롤드에게 ‘우리 매일매일 새로운 걸 해보자’고 말한다. 연기하면서 나도 스스로 그렇게 다짐한다. 관객들도 80의 모드를 보면서든, 연극배우 박정자를 보면서든,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 할 수 있기를 정말 바라본다.”
 
장두이·한태숙·양정웅 등이 거쳐 간 연출은 이번엔 박정자의 절친한 후배 배우 윤석화가 맡았다. 윤석화는 2003년 공연의 제작자로 이 작품과 인연을 맺었다. 윤석화 연출-박정자 출연 작품으로는 연극 ‘나는 너다’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윤석화는 “10년 전쯤 선생님이 이 공연 마지막 연출은 네가 맡아달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현실로 다가왔다. 연출로서 어떤 디렉션을 한다는 게 무의미하다. 선생님이 첫사랑으로 회귀하기를 바라면서 연습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정자는 “나와 윤석화는 너무 똑같은데, 또 너무 다르다. 그게 장점이다. 너무 똑같으면 발전이 없다. 항상 둘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엔 윤석화가 모드를 할지 모르지 않냐”고 귀띔했다.
 
공연은 5월 1∼23일 서울 대치동 KT&G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열린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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