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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언론에 내용 유출” 대검회의까지 감찰 예고

중앙일보 2021.03.23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위해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장관은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 의혹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 19일 열린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두고 ‘수사지휘 이행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임현동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위해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장관은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 의혹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 19일 열린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두고 ‘수사지휘 이행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임현동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의 ‘한명숙 수사팀의 모해위증’ 의혹 사건 무혐의 결정을 사실상 수용하면서도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회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감찰을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장관 스스로 페이스북에 기록 검토 사진을 공개하고 지휘권을 발동해 국가적 관심사로 만든 뒤 바라지 않던 결과가 공개됐다고 감찰하겠다는 건 ‘괘씸죄’를 물어 보복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위증교사 불기소 결정 수용했지만
“회의에 당시 수사 검사 참석 문제”
한명숙 사건 전반 감찰 대상 포함
검찰 안팎 “괘씸죄로 보복하나”

박 장관은 이날 자신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따라 지난 19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주재로 열린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내놨다. 그는 “절차적 정의가 문제 됐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돼 크게 유감”이라고 했다.
 
‘절차적 정의 의심’ 사례로 박 장관은 2011년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1심 공판 때 공여자 한만호씨가 진술을 번복하자 동료 재소자들을 조사했던 엄희준 창원지검 형사3부장을 출석시킨 걸 꼽았다. 박 장관은 “이번 회의는 재소자의 위증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지, 최초 재소자들을 수사한 검사의 징계 절차를 다루는 회의가 아니다”며 “그럼에도 당시 수사팀 검사가 사전 협의 없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이어 19일 자정쯤 이뤄진 표결 결과를 언론이 보도한 것도 비판했다. “검찰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갖고 외부로 유출했다면 이는 검찰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국가 형사사법 작용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일”이라고 하면서다.
 
박 장관은 “모해위증 의혹 사건과 별개로 한 전 총리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부적절한 관행 문제가 드러났다”고도 했다. 부적절한 관행의 예로 검찰 측의 증인 과도한 반복 소환, 사건 관계인 가족과 부적절한 접촉, 재소자에 대한 편의 제공 후 정보원 활용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와 대검 합동 ‘감찰 카드’를 꺼냈다. 법무부는 “2010~2011년 한명숙 사건의 수사 및 공판 과정 전반은 물론 사건 관련 민원의 배당, 조사, 의사결정, 그 이후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사건 관련 처리 과정 전반에서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최초 수사 과정에서부터 최근 대검 회의까지를 모두 감찰 대상에 포함한다는 얘기다.
 
대검의 ‘불기소 방침’에 대한 수용 여부에 대해 박 장관은 입장문에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실상 수용이라고 보면 되는데 각자 판단의 몫”이라면서도 “오늘(22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상황이라 ‘혐의 없음’ 결론이 실체 진실에 부합한다고 단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박 장관의 감찰에 일단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번 결정은 장관님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들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13시간30분간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오로지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속적으로 모해위증 의혹을 제기했던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도 합동감찰에 참여하게 됐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임 연구관도 감찰부 구성원이고 참여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임 연구관의 공무상 비밀 누설 행위가 감찰 대상 여부인지에 대해선 “여기서 답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하남현·김수민·하준호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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