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남관 불기소에 박범계 보복…"언론 유출 합동 감찰하겠다"

중앙일보 2021.03.22 19:08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위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위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의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무혐의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대검찰청 부장회의 내용의 언론 유출을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 감찰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회의 직후 ‘10(불기소)대 2(기소) 대 2(기권)’ 표결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걸 문제 삼아 조 대행을 포함한 참석자 전원을 감찰하겠다고 선포한 셈이다.
 

'10대 2대 2' 불기소 결과 공개된 데 '괘씸죄'
"10년 전 한명숙 부적절한 수사 관행도 감찰"

검찰 안팎에서는 “장관 스스로 페이스북에 기록 검토 사진을 공개하고 지휘권을 발동해 국가적 관심사로 만든 뒤 바라지 않던 결과가 공개됐다고 감찰하겠다는 건 ‘괘씸죄’를 물어 보복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범계 “수사 지휘 이행 과정 절차적 정의 의심”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권 발동 다음날 18일 아침 한명숙 전 총리의 2011년 1심 재판과정에서 모해위증 의혹 관련 6000쪽 분량의 대검찰청 감찰 기록을 직접 검토하는 모습을 공개했다.[페이스북]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권 발동 다음날 18일 아침 한명숙 전 총리의 2011년 1심 재판과정에서 모해위증 의혹 관련 6000쪽 분량의 대검찰청 감찰 기록을 직접 검토하는 모습을 공개했다.[페이스북]

박 장관은 이날 자신의 수사 지휘권 행사에 따라 지난 19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주재로 열린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내놨다. 그는 “절차적 정의가 문제 됐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돼 크게 유감”이라고 말했다.  
 
대검 회의의 ‘절차적 정의 의심’ 사례로 박 장관은 2011년 한 전 총리 불법정치자금 1심 공판 때 공여자 한만호 씨가 진술을 번복하자 동료 재소자들을 조사했던 엄희준 창원지검 형사3부장을 출석시킨 걸 꼽았다. 박 장관은 “이번 회의는 재소자의 위증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지, 최초 재소자들을 수사한 검사의 징계 절차를 다루는 회의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당시 수사팀 검사가 사전 협의 없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일 제한된 시간 내에 방대한 사건 기록을 검토하지 못하고 보고서·문답에 의존해 내린 결론”이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박 장관은 이어 19일 자정께 이뤄진 10대 2대 2 표결 결과를 언론이 보도한 것도 비판했다. “검찰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갖고 외부로 유출했다면 이는 검찰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국가 형사사법 작용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일”이라고 하면서다. 
 
자신은 지난 5일 조남관 총장 대행의 불기소 처분 이후 기록 송치 명령→직접 기록 검토→지휘권 발동을 생중계하듯 해놓고 대검 회의 결과가 공개된 것만 문제삼은 것이다.
 
박 장관은 “모해위증 의혹 사건과 별개로 한 전 총리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부적절한 관행 문제가 드러났다”라고도 했다. 부적절한 관행의 예로 검찰 측의 증인의 과도한 반복 소환, 사건 관계인 가족과 부적절한 접촉, 재소자에 대한 편의 제공 후 정보원 활용 등을 거론했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한명숙 모해위증 불기소 관련 법무부 입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한명숙 모해위증 불기소 관련 법무부 입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명숙 수사 부적절 관행’도 감찰…"용두사미 대충 끝나지 않을 것" 

박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합동 감찰이 흐지부지하게 용두사미로 대충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법무부는 “2010~2011년 한명숙 사건의 수사 및 공판 과정 전반은 물론 사건 관련 민원의 배당, 조사, 의사결정, 그 이후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사건 관련 처리 과정 전반에서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최초 수사 과정에서부터 최근 대검 회의까지를 모두 감찰 대상에 포함한다는 얘기다.  
 
대검의 ‘불기소 방침’에 대한 수용 여부에 대해 박 장관은 입장문에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실상 수용이라고 보면 되는데 각자 판단의 몫”이라면서도 “오늘(22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상황이라 ‘혐의없음’ 결론이 실체 진실에 부합한다고 단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이 ‘무리한 지휘권 발동’에 자신에 대해 사퇴론까지 제기된 상황을 회피하고 10년 전 수사 관행을 표적 삼아 비난의 화살을 검찰로 돌리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 검찰개혁위원으로 일했던 김종민 변호사는 “이번 수사지휘권 행사는 ‘한명숙 구하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고 애초부터 결론은 무혐의가 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며 “한 전 총리 사건을 빌미로 검찰의 직접 수사 관행을 또다시 거론하는 건 검찰 힘 빼기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일지.연합뉴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일지.연합뉴스

 

'10대 2 언론 유출' 감찰하면 공무상 비밀누설 임은정은?

대검은 박 장관의 감찰에 일단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번 결정은 장관님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들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13시간 30분간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오로지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의 논의 과정과 결론이 곧바로 특정 언론에 보도되거나 외부로 알려진 점에 대해서는 대검도 유감"이라며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지적은 깊이 공감하며, 당시와 현재의 수사 관행을 비교, 점검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합동 감찰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 내에서는 반발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감찰도 인권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착수해야 한다”며 “여권 눈 밖에 나는 수사는 모두 감찰 대상 인가”라고 비판했다. 
 
감찰 대상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예컨대 지난 20일 회의 결과의 언론 유출이 문제라면 대검의 조사 과정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도 감찰 대상이 돼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임 연구관은 직책상 감찰팀의 일원이 된다.
 
이에 대해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임 연구관도 감찰부 구성원이고 참여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연구관의 공무상 비밀 누설 행위가 감찰 대상 여부인지에 대해선 “여기서 답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하남현‧김수민‧하준호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