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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법위반 아니랬더니, 친여 "선관위 XXX" 맹폭

중앙일보 2021.03.22 15:24
2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중잣대를 남발하는 선관위와 그 결정권자들을 징계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국민청원 캡처

2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중잣대를 남발하는 선관위와 그 결정권자들을 징계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국민청원 캡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자 A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선관위의 판단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선거관여위원회" 등의 비판을 가하면서다.
 

“선관위도 쫄았다” 비난 봇물

22일 친여(親與)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관위 XXX들아, 니들이 한 짓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보여줄게. 내 주변에 군인, 경찰, 교사, 소방관 공무원 한둘 아니다" "선관위도 쫀 거다. 2차 가해라고 할까 봐" 등 선관위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선관위의 이번 판단이 편파적이라며 재차 신고를 접수했다는 '인증샷'도 올라왔다. A씨 기자회견 관련 기사에는 비난 댓글이 이어져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도 일고 있다.
 
앞서 한 네티즌은 A씨의 지난 17일 기자회견이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선관위에 신고했다. "공무원으로서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특정 정당의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선관위는 지난 20일 신고를 검토한 결과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아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신고된 기자회견은 행위자가 공직상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관위 징계해달라'는 청원도

2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중잣대를 남발하는 선관위와 그 결정권자들을 징계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기자회견을 한 공무원과 그 무리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보더라도 편향적이고 배타적인 내용을 서슴지 않고 발표했다"며 "선거라는 중대한 일을 대함에 있어서 공정함과 엄정함이 기관으로서의 의무일진대, 오히려 국민을 우롱하는 결정을 남발하는 선관위와 그 결정권자들을 징계해주시기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불복 ‘역 선거운동’ 의심"
서혜진 피해자 변호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혜진 피해자 변호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선관위를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을 볼 때 앞으로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사건을 덮어둘 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촘촘하게 만들어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여전히 가해를 당하고 있다는 점을 기자회견에 나와 호소했고, 이것은 선거운동 차원이 아니라 여성인권 등 훨씬 우선적인 가치"라며 "독립적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의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그 자체가 '역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 개인을 향하는 것만이 2차 가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을 비롯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인권위, 법원 등을 향한 비판도 결국 피해자에게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에서 2차 가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라는 게 현재로써는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며 "2차 가해는 피해자를 무력하게 만들어서 입도 뻥긋 못 하게 만들려는 시도다. 처벌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다면 성추행·성희롱 피해자들이 발언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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