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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대처 수단 있다"는 파월…디플레와 사투 중인 일본 참고?

중앙일보 2021.03.22 15:05
지난해 5월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앞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5월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앞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아직 인플레이션이 아니다. 오더라도 대처 수단이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요즘 이 말을 달고 산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파월은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제로금리(0~0.25%)를 고수하고,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2.4%를 기록해도 내년엔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본다. 현재 미국 경제가 걱정해야 하는 건 물가보다는 고용과 성장이라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물가하락과 사투 벌이는 일본은행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로이터=연합뉴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로이터=연합뉴스]

상대적으로 느긋하게까지 보이는 파월의 머릿속에는 일본의 사례가 있는 듯하다. 미국 등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디플레와의 일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고의 '디플레이션 챔피언'인 일본에서 미국 등의 인플레이션 논쟁은 ‘강 건너 불구경’수준”이라며 “8년 동안 수조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일본은행은 여전히 물가 하락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은 진행형이다. 지난 19일 총무성이 발표한 일본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1년 전보다 0.4% 떨어지며 7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20년 넘게 저금리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중앙은행의 목표는 인플레이션 본능을 깨우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등 이례적인 통화정책을 시도해온 이유다. 일본은행은 현재 -0.1%인 단기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해 -0.2%까지 내릴 수 있다고도 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 2% 목표의 실현을 위해 강력한 금융 완화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파월, 디플레 늪보다 인플레가 낫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AFP=연합뉴스]

파월 입장에선 일본처럼 디플레이션 늪에 빠질 바엔 물가 상승 우려에도 경제 회복에 드라이브를 거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가 하락이 예상되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물가 하락은 기업 투자 감소와 임금 정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두려운 시나리오다. WSJ는 “파월은 미국이 일본을 닮아가지 않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미국 경제에도 디플레이션 유발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CNBC는 “빅테크 기업이 미국 경제를 주도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약 1000만명의 일자리가 줄었다”며 “인구통계학적으로도 고령화가 진행되는 점도 장기 생산성에 한계로 작용하며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인플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런 판단으로 미국 경제가 큰 비용을 치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Fed는 지난주 앞으로 3년 이내에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올해 40년 만에 가장 강력한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은 잘못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과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접지 않는 것은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때문이다. 1조9000억 달러의 미국 구제계획 경기부양안은 이미 시작됐다. 여기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4조 달러의 인프라 부양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 더 많은 돈이 유입되면 물가의 향방은 알 수 없다. 이미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75%를 돌파했다. 인플레이션 공포는 더 커지고 있다. CNBC는 “Fed는 현재 국제공급망에서 상품 부족 상태 등도 연두에 두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2022년 이후엔 커다란 충격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Fed의 인플레 대응, 美 경제침체 부를 수도

지난 2011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1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파월의 예상과 달리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면 Fed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매입 자산을 줄이거나, 기준금리 인상까지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역풍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간신히 회복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다. 
 
1980년대 미국의 물가가 급등하자 폴 볼커 당시 Fed 의장이 잇따라 금리를 인상했다. CNBC는 “물가를 잡기 위한 볼커의 조치는 당시 미 경제 성장엔 치명적이었다”며 “지금 Fed는 인플레이션과 싸울 수 있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미국 경제의 미래 성장에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퀸시 크로스비 프루덴셜파이낸셜 수석 시장전략가는 “파월이 (금리 인상을 위한) 타임라인(일정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시장은 믿지 않는다”며 “시장은 변덕스러워서 금리 상승 조짐을 감지하면 곧바로 채권 매도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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