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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줄인다며 설탕세…"짠 음식은 소금세냐" 조롱 쏟아졌다

중앙일보 2021.03.22 12:54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에서 세금 부과를 통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국민건강 증진이나 청년 사업 재원마련 등 취지는 좋지만, ‘결국 세금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반발 여론이 거세다.  
 

설탕세 도입 법안에 논란 '화르르'  

2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최근 논란을 키운 것은 이른바 ‘설탕세’(Sugar Tax) 도입 논의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당류가 들어있는 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당(糖)이 100L당 20㎏을 초과하면 100L당 2만8000원, 16~20㎏이면 100L당 2만원 등 설탕 함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물리는 식이다.〈중앙일보 3월16일 보도 참고〉
설탕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설탕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담배에만 부과하는 건강부담금을 비만과 당뇨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당류 첨가 음료에도 부과해 판매감소와 대체음료 개발 등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40여 개국에서 각종 성인병을 초래하는 비만을 줄이기 위해 시행 중이고, 정책효과도 어느 정도 입증됐다.
 
하지만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건강부담금만큼 해당 음료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가격에 비탄력적인 설탕 제품의 특성상 저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부작용 때문이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결국 코로나19로 부족해진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목적 아니냐’, ‘앞으로 짠 음식에는 소금세, 기름진 음식에는 지방세를 내라고 할 기세’,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비만율이 가장 낮은 수준인데, 왠 비만세냐’ 등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다.  
 

기업 소득 1% 청년세 부과…되레 청년 일자리 감소 우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청년세법안도 비슷한 논란을 낳고 있다. 법인의 각 사업연도 소득에 대한 과세표준금액에서 1억원을 차감한 금액에 대해 1%를 청년세로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법인세를 1%포인트 인상하는 효과다. 장 의원은 “청년 일자리 마련 등 청년 사업을 위한 적정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청년 일자리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오히려 청년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고, 신입사원보다는 실무 능력이 검증된 경력직 위주로 채용을 진행하게 된다”며 “청년들의 피해가 커진다는 점에서 세금의 효익보다는 사회가 감수해야 할 비용이 훨씬 커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자료: 국회

자료: 국회

이밖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달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탄소세법안, 탄소세배당법안을 발의했다. 휘발유·경유·등유·중유, 석유가스·천연가스, 무·유연탄 등을 사용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1t당 2025년까지 8만원씩 세금을 걷어 이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게 골자다.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올라 저소득층이 피해를 보는 역진성 문제가 우려되지만, “탄소세 배당을 지급하면 저소득층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은 실질소득이 늘어나고 조세저항이 없다”는 게 용 의원의 설명이다.
 

세금이 사회문제 해결 만능열쇠 될까? 

사실 이같은 새로운 과세처 발굴 노력은 심심찮게 나타난다.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과세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구글세’, ‘로봇세’, ‘탄소세’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세금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만능열쇠’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유럽에서 시행됐던 ‘창문세’, ‘난로세’처럼 자칫 조세제도가 기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온다. 설탕세를 도입한 스웨덴에서는 소비자가 설탕세를 물리지 않는 이웃 국가로 넘어가 제품을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음료 제조기업들이 설탕세가 없는 국가로 제조시설을 옮기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2018년 유류세 등 탄소세 인상을 앞두고 벌어진 노란 조끼 시위로 인상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입법의 취지야 나쁠 것이 없지만 ▶저소득층에게 더 가혹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 ▶세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 ▶시장 경제를 왜곡하면서 나오는 후유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찬반 의견 및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재계에서는 ‘기업이 봉’이라는 불만이 크다. 거론되는 법안의 재원을 살펴보면 결국 기업이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5대 그룹 부사장은 “식음료업계에서는 제로콜라와 제로사이다 등을 내놓으며 저당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법인세 최고세율은 이미 2018년에 22%에서 25%로 올렸다”며 “탄소 배출권거래제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걷겠다는 건 법적으로 이중과세”라고 반박했다.
'증세론’ 불지피는 여권 인사들의 주요 발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증세론’ 불지피는 여권 인사들의 주요 발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범여권에서 나오는 이런 논의가 결국 본격적인 증세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막대한 돈을 풀면서 이젠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채울 방안이 절실해져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간접세 중심으로 우회적인 증세를 해놓고 ‘증세가 아니다’라고 포장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을 토대로 증세 필요성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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