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美 인권보고서에 등장한 조국·박원순·윤미향·오거돈…"韓 부패 사례"

중앙일보 2021.03.22 09:40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4일 법무부 관계자로부터 가방을 받아들고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4일 법무부 관계자로부터 가방을 받아들고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국가별 인권 보고서를 통해 한국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성추행 등 비위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실명으로 거론된 인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홍걸 전 민주당 의원 등이다. 미 국무부가 동맹국의 여권 인사들을 사례로 들며 정부의 부패와 투명성 결여, 차별과 사회적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美 국무부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 한국편
부정부패 사례 여권 정치인들 줄줄이 언급
"공무원 가끔 부패 가담해도 처벌받지 않아"

 
21일(현지시간) 중앙일보가 입수한 36쪽 분량의 ‘2020 인권 관행에 관한 국가별 보고서: 한국'에선 두 쪽을 할애해 '부패와 정부 투명성 부재'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공무원 부패를 형사 처벌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법이 효율적으로 적용됐다"면서도 "공무원들은 때때로 부패 행위에 가담해도 처벌받지 않는다(impunity). 정부 부패에 대한 수많은 보고가 있었다"고 기술했다. 
 
보고서는 또 "집권 여당과 야당 정치인 모두 사법제도가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부패'라는 세부 항목에서는 "10월 현재 조국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씨, 그리고 그 가족과 연관된 자들에 대한 부패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2019년 12월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해 뇌물 수수와 부당 이득, 직권 남용, 공직자윤리법 위반 및 기타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적시했다. 
 
또 "2019년 8월 조 씨 가족의 부패 혐의가 드러나자 조 씨의 조카(조범동)가 조 씨의 부인(정경심)과 공모해 증거를 인멸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부패 혐의는 '2019년 인권 보고서'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의 부패 사례에 포함됐다.
 
윤미향 의원과 길원옥 위안부 할머니. [사진 김복동의 희망]

윤미향 의원과 길원옥 위안부 할머니. [사진 김복동의 희망]

  
국무부는 지난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안부 기금 유용' 혐의도 '부패' 항목에 함께 담았다. 
 
보고서는 "9월 검찰은 초선 의원인 윤미향을 일본군 위안부를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재직 기간에 사기, 업무상 횡령, 직무 유기 및 자금 유용과 관련한 기타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다”고 소개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인 초선의원 김홍걸이 후보자 등록을 하면서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9월 18일 당에서 제명됐다"고 적시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보고서는 10쪽에 달하는 '차별, 사회적 학대, 인신매매' 항목에서 여성 인권과 관련해 성희롱 문제를 다뤘다. 지난해 한국에서 "성추행은 중요한 사회 문제였고,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건을 포함해 수많은 성희롱 혐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례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례를 나란히 거론했다. 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전 비서가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다음 날인 7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고소장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2017년부터 여비서를 동의 없이 반복적으로 신체 접촉하고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으며, 여비서가 부서를 이동한 뒤에도 괴롭힘은 계속됐다”고 기술했다.
 

또 "전 비서는 박 시장이 사망한 뒤 입장문을 통해 박 시장이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을 보냈으며, 집무실에 연결된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고 요구했다"고 시점까지 언급하며 혐의를 상세하게 적었다.
 
해당 사건은 관련 법에 따라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종결됐지만, 여성인권 운동가들과 고소인 측 변호인은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최근 상황까지 담았다.  

 
오 전 시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여성 부하 직원에 대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시인한 뒤 사임했다"고 기술했다. 
 

보고서는 또 주뉴질랜드 대사관 고위 외교관의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가 큰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외교관이 현지 남성 직원을 부적절하게 접촉한 혐의를 받았는데, 외교부는 2018년 해당 외교관을 1개월 감봉 처분하고 필리핀 공관으로 내보냈다가 지난해 7월에서야 서울로 불러들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뉴질랜드인 직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독립적인 수사를 요구하면서 증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박사방 사건' 으로 1심에서 징역 40년이 선고받은으로 1심에서 징역 40년이 선고받은 조주빈(24). [연합뉴스]

'박사방 사건' 으로 1심에서 징역 40년이 선고받은으로 1심에서 징역 40년이 선고받은 조주빈(24). [연합뉴스]

 
국무부는 아동 성 착취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문제도 짚었다. 보고서는 '아동' 항목에서 여성과 미성년자의 성 착취물을 생산하고 공유한 'n번 방 사건'과 아동 포르노그래피를 제작하고 다크 웹에서 유통한 손정우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7월 6일 서울고등법원이 손정우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한국에서 18개월 복역했는데 범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NGO들이 비판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손정우가 "아동 포르노그래피 25만 건 이상을 제작해 세계 최대 성 착취 시장을 만들었다"고 범행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판사들이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범죄인 인도를 거부한 것을 NGO들이 비판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사법부를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표현의 자유 제약을 중요한 인권 문제로 언급하면서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인권 활동가와 야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문제도 '사생활(프라이버시) 간섭' 항목에 담았다. 보고서는 "질병통제법은 정부가 휴대전화 위치, 신용카드 거래 정보 같은 개인 정보에 영장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한다"면서 "대부분 시민은 이런 프라이버시 침해가 공공보건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받아들인다"고 소개했다.
 
또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 발병을 언급하며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코로나19 완화 간에 적절한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시민단체 입장을 전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일부 종교 단체도 정부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대외원조법에 따라 해마다 모든 유엔 회원국의 전년도 인권 상황을 의회에 보고한다. 한국 인권 상황과 관련해서는 주로 국가보안법이나 양심적 병역거부 같은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번에는 지난해 쏟아진 정치인의 부정부패와 성희롱 사건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보고서는 개별 국가 인권 상황을 직접 비판하거나 권고하지는 않는다. 육하원칙에 따른 팩트를 담고 가급적 평가는 자제하는데, 국무부가 어떤 사례를 선택하느냐가 곧 국무부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판적 시각은 주로 현지 시민단체의 주장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반영한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2020년 인권 보고서를 의회에 곧 제출할 예정"이라면서도 정확한 날짜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200개국 이상의 개별 보고서는 인권 존중을 촉진하기 위한 약속을 미국 정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