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유럽서 네이버·카카오 알까”…‘웹툰 톱3’ 선언한 레진의 시즌2

중앙일보 2021.03.22 06:00
웹툰은 K팝과 함께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트로 꼽힌다. 대표 주자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전 카카오페이지). 두 회사는 각각 지난해 연간 거래액 8000억원, 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이 다투는 웹툰 시장에서 '3등'의 목표는 뭘까.
 

레진엔터, 다우키움그룹이 인수
김영훈 키다리-레진 대표 인터뷰

2013년 창업한 레진엔터테인먼트는 특별한 3등이었다. 레진이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대기업의 지원사격 없이도, 수익성 좋은 틈새 장르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2017년 위기가 닥쳤다. 마감이 늦는 작가들에게 '지각비'를 걷었단 사실이 알려졌다. 이듬해엔 지각비와 기업 운영방식 등에 항의하는 작가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창업자 한희성 의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레진은 이후 3년간 누적 적자만 약 200억원에 이를만큼 빛을 잃는 듯했다.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레진입문관 전경 [사진 키다리-레진]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레진입문관 전경 [사진 키다리-레진]

그런 레진이 새출발을 한다. 지난달 23일 다우키움그룹 소속 웹툰 회사 '키다리스튜디오'에 합병됐다. 이 회사는 웹툰 플랫폼 '봄툰(한국)'과 '델리툰(프랑스)'을 운영하면서 웹툰 제작사(CP)와 영화 투자·배급(키다리이엔티)을 겸한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키다리스튜디오에서 김영훈(63) 키다리-레진 신임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1세대 기술기업인 다우기술 대표(전문경영인) 출신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소프트웨어 유통과 게임 라이선스(아기공룡 둘리), 영화 판권사업까지 해봤지만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웹툰 제작과 유통이 가장 유리했다. 피드백을 즉각 반영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적고 투자 대비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키다리-레진은 네이버·카카오에 '이은' 3위가 아니라, 글로벌 톱3 '이내' 사업자로 도약할 것"이라고도 힘주어 말했다.
 
레진코믹스를 인수한 김영훈 키다리스튜디오 대표가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레진코믹스를 인수한 김영훈 키다리스튜디오 대표가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왜 레진을 인수했나.
레진 측 제안이 왔다. 창업자들이 떠난 뒤 투자자와 갈등을 겪었고, 새로운 대주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국내외 확장과 주력 장르 등을 생각하면 미국과 일본에 진출한 레진과, 유럽을 공략 중인 키다리의 시너지가 좋을 거라 판단했다.
 
적자 기업이었고, 투자회수도 어렵지 않나.
전문경영인은 숫자를 본다. 레진의 적자는 해외투자와 마케팅 등을 위한 것이었다.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 3분기부터 손익분기점을 돌아 지난해 흑자전환(7억원)에 성공했다.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레진입문관 전경 [사진 키다리-레진]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레진입문관 전경 [사진 키다리-레진]

작가 부당대우로 많은 작가들이 떠났다. 부정적 시선도 아직 있는데….
나도 CP였다. 플랫폼 갑질이 뭔지 아는 을(乙)이었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에 진출한 거다. 플랫폼은 작가와 관계가 나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의 레진은 작가에게 연 3120만원의 최소 수익을 보장하고 작품 수익의 30~50%는 작가가 가져갈 수 있게 한다. 양사 합병으로 작가들도 경제적 혜택을 볼 거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작품이 6개국, 장기적으론 10개국 이상 해외로 나갈 거고 작품 교류도 할 테니까.
 
2017년 인수한 봄툰도 대표이사 '미투' 이슈가 있었다.
봄툰의 직원들을 믿었다. 그리고 좋은 작품을 넣었다. 독자들은 작품을 보고 오기 때문이다.
 
웹툰 플랫폼 춘추전국시대다. 키다리-레진의 경쟁력은.
콘텐츠가 많아야 성공 확률도 높다. 레진 독점작이 1372개, 봄툰 작품이 400여개, 키다리스튜디오 오리지널(직접고용한 웹툰 작가·PD 제작)이 158개다. 합병 후 매출이 많이 뛸 거라 본다(*미래에셋대우는 회사의 향후 매출을 1342억원(2021), 1653억원(2022)로 전망했다. 양사의 지난해 매출 합은 1024억원). 좋은 작가들이 우리한테 올 가능성도 커졌다. 글로벌 진출 비용도 절약된다. 한 작품이 인기를 끌면 동시에 5개 국어(한국어,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2017 미국 애니메엑스포 현장에서의 레진코믹스 해외팬들 모습 [사진 키다리-레진]

2017 미국 애니메엑스포 현장에서의 레진코믹스 해외팬들 모습 [사진 키다리-레진]

10개국 진출이 글로벌 핵심 전략인가.
5개 언어권에 진출해있는 6개 플랫폼(봄툰(한국), 레진코믹스(한국·미국·일본), 델리툰(프랑스·독일))을 '10개 플랫폼'으로 늘릴 예정이다. 스페인·태국·대만·베트남 등에 진출하겠다. 현지법인을 세울지, 한국서 운영할지는 미정이지만 2년 내 무조건 10개 이상의 플랫폼을 직영할 예정이다. 6개 이상의 웹툰 플랫폼을 직영하고 흑자까지 내는 곳은 지금도 네이버와 키다리-레진 뿐이다. 하물며 10개 이상은 중국, 일본 회사라도 못 한다.
 
중국·일본 콘텐츠 기업들은 위협적이지 않나.
게임은 중국의 자본과 내수 시장에 이미 밀렸다. 하지만 웹툰은 다르다. 중국은 검열 사회다. 스토리텔링에 약하다. 작화는 뛰어날지 몰라도 블랙코미디도 성인물도 제대로 못 한다. 일본은 워낙 디지털 전환이 느리다. 아직도 '디지털 만화=종이책 스캔본'이다. (현지 기업이)플랫폼 사업을 잘하긴 어렵다.
 
2019년 이탈리아 에트나코믹스 현장에서 레진코믹스 스릴러BL 킬링스토킹의 쿠기작가와의 독자미팅 현장사진 [사진 키다리-레진]

2019년 이탈리아 에트나코믹스 현장에서 레진코믹스 스릴러BL 킬링스토킹의 쿠기작가와의 독자미팅 현장사진 [사진 키다리-레진]

가장 주력하는 곳은.
유럽 시장이다. 일본 망가 등 만화산업 존재감이 확실한데도 뛰어난 로컬 플랫폼이 없는 무주공산이다. 파리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된 지 1~2년밖에 안 됐다. 모바일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프랑스 델리툰에 본격 투자한 2018년 이후 연매출이 2배씩 뛰었다. 첫해에 20억, 이듬해 50억, 지난해 100억. 런칭 3개월 된 독일 델리툰 실적도 고무적이다. 가입자 수 5만명, 월 매출 1억원이 넘는다. 프랑스에서 2~3년 걸린 수치가 1년 안에 나올 것으로 본다.
 
네이버·카카오가 웹툰 IP 시장을 글로벌하게 키우고 있는데.
과연 유럽과 태국, 베트남에서도 카카오를 알까. 글로벌 파이 싸움은 이제부터다. 레진에 글로벌 확장을 위한 인력이 많다. 해외문화를 이해하고 현지어가 되는 사람들. 한국 웹툰의 경쟁력만 보면 국내 순위가 곧 글로벌 순위인데, 키다리-레진이 글로벌 톱3 사업자가 되는 게 목표다. 3등이 아닌, 3위 이내 사업자다.
 
레진의 영상제작 자회사나 배우 기획사는 이제 레진과 상관 없는 건가. 영상제작은 웹툰 IP사업의 핵심인데….
레진 창업자가 직접 관리하던 사업이라 그분의 의지를 존중한 것이다. 우리도 키다리이엔티라는 업력 5년 이상의 영화사가 있었고. '독전(2018)', '결백(2020)',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등을 투자·배급한 곳이다.
 
레진코믹스를 인수한 김영훈 키다리스튜디오 대표가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레진코믹스를 인수한 김영훈 키다리스튜디오 대표가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58년생이다. 웹툰 스타트업 대표를 하기엔 나이가 많은 편인데.
백세 시대에 이제 절반쯤 살았다(웃음). 난 공대생이었지만, 부모님과 여동생은 모두 미술을 한다. 감성적인 DNA 덕인지 소프트웨어 로직을 고민할 때보다 시나리오나 웹툰을 읽을 때 더 즐겁다.
 
젊은 작가와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디테일한 운영과 작품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회사가 어디로 나아갈지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만 신경쓴다. 프로 골프선수에게 'OB(경계 밖 지역) 나면 손목 자르겠다' 하면 누가 치겠나. 나 또한 30년간 숱한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컸다. 직원들의 시행착오가 있어야 회사도 성장한다.
 
김영훈 키다리-레진 대표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김영훈 키다리-레진 대표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요즘 뜨는 기업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고 싶다면, 그것도 편하게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다면, 구독하세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구독신청 → https://url.kr/factpl
QR코드를 찍으면 팩플 구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으면 팩플 구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정보
김정민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