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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서 수억 모인 '미얀마판 독립자금'···군부는 주도자 공개수배

중앙일보 2021.03.22 05:00
주한 미얀마 봄혁명 지지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미얀마 군부 쿠테타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주한 미얀마 봄혁명 지지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미얀마 군부 쿠테타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한 반대 시위가 현지에서 확산하면서 이를 지원하는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벌어지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에 한국에서만 수억 원이 모였다.
 

시민이 월급 준다…국내서 2억 5000만원

21일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한국 체류 미얀마인들의 모임인 ‘군부독재타도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달 초 2억 5000만원이 미얀마 현지로 송금됐다. 미얀마 군부에서 해외에서 이뤄지는 송금을 막고 있어 우회로를 통해 돈이 전달됐다고 한다. 이 돈은 미얀마 현지 단체를 통해 파업 중인 공무원들에게 지급된다.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 있는 미얀마 사람들이 돈을 모아 보내는 건 이른바 ‘시민불복종’ 운동인 미얀마 공무원들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서다. 미얀마에서는 수만 명의 공무원이 군부의 업무 복귀 명령과 관사 퇴거, 월급 미지급 등의 위협 속에서도 군부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군부에서 월급을 지급하지 않거나 해고하더라도 이들의 생계비를 지원하겠다는 게 모금의 취지다.
 

“멀리 있어 미안”…한국서 번 돈 지원

6년 전부터 한국에서 일을 했다는 A씨(27)는 지난달 500만원을 송금했다. A씨가 수년간 충남 천안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모아 온 돈이다. 그는 “미얀마에서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멀리서나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부모님은 물론 형과 동생들도 모두 미얀마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 있어서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월급을 받으면 절반 이상을 미얀마 가족들에게 보내왔다고 한다.
16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임시 바리게이트 뒤에 숨어있다.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임시 바리게이트 뒤에 숨어있다. AFP=연합뉴스

8년 전 한국에 입국해 인천에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B씨(42)는 매달 30만원씩을 시민불복종 운동을 돕기 위해 보내고 있다. 그는 “미얀마 현지 시위를 돕기 위해 귀국하겠다는 미얀마인들에게 한국에 남아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현지 시위에 참여한다고 군부가 물러나면 백번이고 가겠지만 한국에서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얀마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공무원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로스앤젤레스(LA) 거주자들이 6700만원을, 일본의 미얀마 지원단체 WLM은 8000만원 가량을 모금했다. 국내에서 모금 시작 한 달도 안 돼 모인 2억5000만원은 대부분 한국의 미얀마 노동자들로부터 나왔다. 전체의 10%가량은 한국인이 보탰다고 한다.  
 

“한국 지원, 군부에 위협” 공개수배 

한국의 지원단체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돈을 보내면서 미얀마 군부는 한국에 거주 중인 인권운동가 소모뚜 군부독재타도위원회 공동 대표와 얀나잉툰 민주주의민족동맹(NLD) 한국지부장을 공개수배 대상에 올렸다. 10일 미얀마 현지 방송과 신문에 소모뚜 지부장 등의 사진이 실렸다.
현지시간 10일 미얀마 군부가 현지 방송을 통해 한국에 거주 중인 얀나잉툰 민주주의민족동맹(NLD) 한국지부장(왼쪽)과 소모뚜 군부독재타도위원회 공동대표(오른쪽)를 공개 수배했다. [소모뚜 제공]

현지시간 10일 미얀마 군부가 현지 방송을 통해 한국에 거주 중인 얀나잉툰 민주주의민족동맹(NLD) 한국지부장(왼쪽)과 소모뚜 군부독재타도위원회 공동대표(오른쪽)를 공개 수배했다. [소모뚜 제공]

군부독재타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범래씨는 “미얀마 군부가 한국 내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을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우리가 1900년대 초 독립운동을 할 때 해외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보내왔듯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명수배가 내려진 소모뚜는 “미얀마에서 목숨을 걸고 가족들이 싸우고 있는데 구경만 할 수 없다는 게 재한미얀마인의 마음”이라며 “미얀마의 독재가 끝날 때까지 시민불복종 운동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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