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셋 코리아] 고사 직전 영화계 살리려면 대폭 지원해야

중앙일보 2021.03.22 00:34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상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미나리’는 제작사 국적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영화로 분류된다, 그러나 정이삭 감독이 한국계 미국인이고, 한예리·윤여정 등 출연진이 한국인인 데다 미국에 정착한 이주민들의 삶을 그린 영화이기에 한국영화라 할 수 있다. 때맞춰 홍상수 감독의 ‘인트로덕션’이 베를린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한국영화는 2000년대 들어 칸·베를린·베네치아 등 메이저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해 왔고 아카데미 영화상 수상까지 이어지며 해외 평가는 최고 수준에 오르고 있다.
 

영화계에 글로벌 인력 양성해 투입
‘중박 영화’ 양산 시스템 구축 필요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장기화하며 우리 영화산업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영화 촬영과 제작이 거의 중단되고, 극장 관람객은 급격하게 줄었다. 제작된 영화들은 극장 배급을 미루거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극장과 영화사는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연쇄적으로 휴직 상태에 놓인 영화인 수도 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관객은 5952만 명으로 전년(2억2668만 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극장 매출도 지난해 5104억원으로 전년(1조9140억원)보다 73%나 줄었다. 극장은 513개 관에서 474개 관으로, 스크린은 3079개에서 3015개로 줄었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수익률(추정)은 전년 10.9%에서 -34.1%로 급락했다.
 
극장에 못 가는 대신 집에서 영화를 보는 인구가 늘며 인터넷으로 영화·드라마 등 영상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왓차·유튜브 등 미디어 콘텐트 서비스(OTT)는 급성장하고 있다. 예전처럼 1000만 관객 동원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대작 영화를 만드는 영화사는 극장 배급 대신 넷플릭스 판매를 선호한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는 영화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국영화가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체계적 노력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난해 많은 국제영화제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면서 장·단점을 체험했다. 온라인 상영은 불법 복제에 노출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또 장편영화보다는 단편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온라인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따라서 온라인의 장점을 살려 국내 제작 단편영화나 저예산 독립영화를 구입해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공공 유튜브 방송’이나 ‘전용 인터넷 방송’을 신설·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있어 영화제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대작 아니면 저예산’이라는 양극화 현상을 지양하고 제작비 10억~50억 원대의 ‘중박 영화’를 양산하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빼앗긴 관객’을 극장으로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극장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다양한 문화공간을 상영관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유용할 것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글로벌 인력을 양성하고 영화계에 투입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다.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계가 이러한 과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협업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고사 직전의 영화계를 살리자면 정부의 체계적이고도 대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저예산 독립영화나 다양성 영화에 대한 제작 지원을 대폭 늘리고 예술영화 전용 극장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 공공영화 상영 공간 확충, 극장 시설 현대화는 물론 영화인의 복지 향상,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정부 지원은 시급하다. ‘미나리’의 훈풍이 영화산업을 위기에서 탈출시키는 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