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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의 시선] LH 10년 먹여살릴 2·4 대책

중앙일보 2021.03.22 00:32 종합 28면 지면보기
최민우 정치에디터

최민우 정치에디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발본색원하라”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 등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목소리만 컸지, 핵심을 벗어나 외려 생뚱맞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중 압권은 LH 투기 폭로 일주일 지나서 나온 9일 지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소개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2·4 부동산 대책의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공급 대책이 오히려 더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였다.
 

독점화된 구조가 LH 사태의 본질
비대해진 ‘공공’은 오염되고 타락
LH 주도 부동산대책 철회해야

이 판국에 2·4  대책 추진이라니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그냥 주택 시장 안정화 차원의 레토릭이거니 했다. 아니었다. 그 다음날 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도,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2·4 대책을 강조했다. 심지어 12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사의를 표했을 때는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며 사표 수리를 미뤘다. 이 정도 집착이면 2·4 대책은 변창흠표가 아니라 문재인표 대책이다.
 
2·4 대책이 뭔가. 공공주도 주택공급대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이란 바로 LH를 지칭한다. (SH 서울주택도시공사, GH 경기주택도시공사도 있지만 아주 미미하다) LH의, LH에 의한, LH를 위한 대책이다. 투기 온상으로 지목돼 해체 여론이 비등하고 특검이 곧 출범할 예정인데 LH가 무슨 동력으로 저런 대규모 사업을 주도하겠나. 해서도 안 되지만 할 수도 없다.
 
2·4 대책은 나올 때부터 논란이 컸다. 서울에 32만호, 전국에 83만호를 짓겠다며 ‘공공주도 3080’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근데 당장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앞으로 4년 뒤인 2025년까지 83만호 지을 ‘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니 부지도 없는데 어떻게 주택 수가 나오나. 숫자만 부풀렸지, 주택을 어디에 얼마나 언제까지 지을 수 있다는 구체성은 전혀 없다. 가히 역대급 눈속임이다.
 
2·4 대책의 큰 축은 역세권 등 LH가 도심 개발을 주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민간에서 하던 재개발·재건축을 LH가 맡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두 가지다. 용적률을 700%까지 허용하고,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이나 의무거주 2년 등을 면제해 주며, 사업 기간을 대폭 축소하는 등 엄청난 특혜를 준다. 물론 LH가 관여할 때만이다. 민간의 재개발·재건축은 하지 못하게 이리저리 틀어막으면서 LH와 같은 공공기관엔 왜 이런 초법적 권한을 주나. 그러니 ‘공로민불’(공공이 하면 로맨스, 민간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나오는 게다. 진보 인사인 김기식 전 금감원장마저 “LH 사장 출신인 변창흠 장관이 LH가 10년 동안 먹고살 걸 다 만들어줬다”라고 일갈했다.
 
LH는 지난해 기준 부채 131조원에 직원은 9500명까지 늘어났다. LH가 짓는 아파트를 갖고 싶다는 이들을 별로 본 적이 없다. LH 로고를 지워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무능한 공룡 조직인데 부패도 만연해진 것이다. 왜 그럴까. 독점해서다. LH는 토지수용권도 갖고 있고, 공공택지를 개발할 수 있는 용지개발권, 그리고 땅 용도를 바꾸는 용도변경권도 있다. 혼자 룰을 만들면서 플레이어도 겸한다. 경쟁이 없으니 소비자 니즈에 맞추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최근엔 전관예우도 심하다. 건축 규제가 까다롭고 복잡해지면서 대형 설계사무소라면 LH 출신을 쓰지 않고는 언감생심 관급 공사를 넘볼 수 없다. 규제 완장에 돈 냄새가 넘친다는 얘기다. LH 사태는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니다. 뻔히 수백억, 수천억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우리가 정하고 우리만 아는데, 이를 행하지 않는 게 오히려 예외적 경우일지 모른다.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신도시 개발사업을 좋아하는 건 딱 두 부류다. 그 지역 국회의원과 LH 직원”이라고 했다. 또 “청년층에게 임대주택을 강요하는 정부는 청년층을 영원히 소작농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이런 사회에선 정치인만 자본가 계급”이라고 했다. 이번 LH 사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것은 비대해진 ‘공공’이 얼마나 오염되고 타락할 수 있는가다. 공공부문이 커지면 정치인·관료·공기업만 특권층이 된다. ‘공공 개발’은 국민을 현혹하는 말장난일 뿐, 실상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부동산을 정치권에 질질 끌려다니게 만드는 국가독점개발이다. 공공 개발이야말로 부동산 적폐다. LH 사태 해결의 첫 단추는 하나 마나 한 전수조사가 아니다. 즉각적인 2·4 대책 철회다.
 
최민우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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