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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패한 정책 책임자들 줄줄이 낙하산 임명되나

중앙일보 2021.03.22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한국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연간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고용지표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2번째로 심각했다.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일자리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지난 2월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앞 인력시장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 있다. [뉴시스]

한국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연간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고용지표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2번째로 심각했다.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일자리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지난 2월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앞 인력시장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 있다. [뉴시스]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차기 원장에 유력해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홍 교수는 현 정부의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을 지내면서 소주성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했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긴 정책의 책임자를 정권 1년여 남겨둔 시점에서 ‘알박기’ 하듯 핵심 국책연구기관장에 임명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점이다.

소주성 설계자 홍장표, KDI 원장 유력
정권 말 국책연구기관장 알박기 논란

 소주성은 마치 말 앞에 마차를 놓는 것처럼 임금 인상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높이면 내수가 살아나고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전대미문의 정책이었다. 이 정책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자 한국 경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자영업 종사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이 급격히 일자리를 잃고 최악의 소득분배 참사까지 벌어졌다. 이 여파로 한국은 2018~2019년 호황기를 누린 세계 경제와 달리 60대 고령자의 세금 알바를 제외한 전 연령대가 극심한 고용 대란을 겪었다. 자영업자는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됐다.
 이 같은 정책 실패의 책임자가 KDI 수장으로 거론되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거시경제정책 연구에 매진해야 할 KDI가 자칫 실패한 정책을 정당화하고 되풀이하는 정책 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인사가 진행된다면 지난 50년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한 KDI의 해체이자 사망선고”라고 혹평했다. 정부 부처에 따르면 홍 교수는 지난 17일 마감된 KDI 원장 공모에 지원한 후보 3명에 포함됐으며, 25일 최종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홍 교수 외에도 ‘소주성 정책라인’의 알박기 낙하산 인사가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최근 대통령 직속 정책위원회 위원장 출신의 정해구 전 성공회대 교수를 이사장에 선임했다. 노동연구원장은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맡았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새 원장에도 낙하산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산업연구원 원장 임기도 4월 말까지여서 소주성 정책라인의 공모가 주목된다.  
 낙하산 인사는 역대 정권에서 거듭된 악습이다. 조직 운영을 방만하게 하고 정책 왜곡과 편향을 초래해 국가와 국민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혀 왔다. 현 정권 들어서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산하 기관 임원에게 사표를 제출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블랙리스트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무리한 인사가 문제였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라는 게 김 전 장관 구속의 교훈이자 국민의 요구다. 그 악순환의 고리는 여기서 끊어야 한다.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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