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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기력 회복, 마음 안정 돕고 스트레스 받은 뇌 손상 억제 효과까지

중앙일보 2021.03.22 00:05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몸이 나른해지고 특별한 이유 없이 피로감을 느끼는 시기다. 신체가 계절적 변화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기력이 쇠하거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몸이 피곤하고 지치기 쉽다. 선조들은 이럴 때 ‘침향’이라는 약재를 활용했다.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나거나 세균·곰팡이에 감염됐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을 말한다. 원산지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지금도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저평가된 약재다.
 

[침향의 건강학]
전통 의서에 다양한 쓰임새 명시
현대 과학은 유효성분 속속 규명
침향 추출물이 뇌 활성산소 줄여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기록

 
침향의 쓰임새와 효과는 역사에 잘 기록돼 있다. 불교 경전 『중아함경』 에는 “향 중에서 오로지 침향이 제일”이라고 돼 있다. 반면, 『동의보감』에서 허준은 “뜨겁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며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치료해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썼다. 중국에서도 침향은 귀한 약재로 인정받았다.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는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고 그 쓰임새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 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도 침향을 처방한다.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할 때뿐 아니라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두루 쓰인 것이다.
 
이런 효과는 침향 본연의 성질 때문이다. 한의학에선 침향이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리며 뭉친 기운을 잘 풀어주는 성질을 지닌 것으로 본다. 이뿐 아니라 잘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 성질도 있다. 그래서 복부 팽만, 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에도 쓰인다.
 
침향의 유효 성분은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핵심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증상 호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게 한 결과,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같은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침향의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핵심 성분은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아가로스피롤은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켜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심리적 안정감을 줘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침향이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 및 뇌의 퇴행성 변화를 억제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은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그룹을 대상으로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쥐에게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했다. 이후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한 뒤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과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 분석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뇌 질환 치료제 개발에 유용할 수도

 
분석 결과, 쥐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했다. 그런데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가장 현저하게 줄었고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했다. 뇌가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된 것이다. 연구팀은 “과도한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신경세포를 죽이는 등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킨다”며 “하지만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했다”고 분석했다. 침향의 성분이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 기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손 교수는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침향의 약리 활성 성분이 밝혀지면 현대인에게 만연한 스트레스성 퇴행성 뇌 질환의 치료에 유효한 약물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 침향은 적정량을 섭취·복용해야 한다.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두통·복통·설사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정해진 양만 섭취한다. 침향을 섭취할 땐 가급적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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