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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배신? 글로벌 저금리동맹 금가나

중앙일보 2021.03.22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제롬 파월 Fed 의장

제롬 파월 Fed 의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예상을 깨고 미 대형은행에 부여했던 한시적 자본규제 완화 혜택을 종료하기로 했다. 미국 국채 금리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Fed, 은행 자본규제 완화 종료
시장 예상 깬 조치에 국채금리 급등
브라질·러시아·터키 기준금리 인상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미 대형은행에 내렸던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SLR은 은행들이 국채를 포함한 위험자산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자기자본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총 연결자산이 2500억 달러(약 310조2000억원)를 넘는 미 대형은행에 적용되는데, 총자산의 3~5%를 자기 자본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지난해 연준은 총자산 범위에 국채와 연준의 지급준비금을 제외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시장에 돈을 풀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시장에선 연준이 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완화 조치가 종료되면 은행들이 자기자본 비율 준수를 위해 국채를 팔기 시작하고, 그러면 국채금리가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을 깬 연준의 결정에 월가에선 정치권 입김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선 소위 `월가 매파(강경파)` 의원들이 SLR 규제 완화 연장에 반대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상황에서 만든 규제 완화 조치를 조금씩 연장하면 도덕적 해이가 계속돼 금융 불균형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연준을 압박했다.
 
연준은 19일 “대형은행들이 충분한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 기준에 맞추기 위해 국채를 내다 팔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국채 금리 급등 우려는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대형은행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2조 달러(약 226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SLR 면제 조치 종료로 은행들이 이 중 3500억(396조원)~5000억 달러(565조원) 규모를 팔아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만인 18일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75%까지 오르며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채권금리가 들썩이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17일 제로금리를 유지한 연준이나 영국중앙은행(BOE)과 달리,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6년 만에 인상했다. 같은 날 터키도 기준금리를 2%포인트 올렸다. 러시아도 예상을 뒤집고 기준금리를 19일 4.25%에서 4.5%로 인상했다. 로이터통신은 “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봤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선진국 채권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 때문이다. 또한 1조9000억 달러(약 2140조원)에 달하는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미국 경제는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국채금리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미국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면, 그 피해 역시 신흥국에 돌아갈 수 있다. 황이핑 베이징대 부학장은 18일 한 포럼에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연준의 다음 정책 조정”이라며 “지난 2014~2015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발생한 신흥국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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