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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의 한예리 이번엔 춤…“버거웠던 것들이 덜어지는 시간”

중앙일보 2021.03.22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26~28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초연하는 ‘디어 루나’를 연습 중인 발레리나 김주원(왼쪽)과 배우 한예리. 영화 ‘미나리’의 배우 한예리는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6~28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초연하는 ‘디어 루나’를 연습 중인 발레리나 김주원(왼쪽)과 배우 한예리. 영화 ‘미나리’의 배우 한예리는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면 대사가 시작된다. “누군가 그랬다. 달은 이 세상 사람들의 꿈의 무게를 달아주는 저울이라고.” 무대 한쪽에서 천천히 제자리 회전하던 무용수의 독무가 시작된다.
 

한국무용 전공한 한예종 출신
발레리나 김주원과 호흡 맞춰
통영국제음악제 ‘디어 루나’ 공연

이달 26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초연될 ‘디어 루나’의 첫 장면. 춤과 대사, 음악, 영상이 결합한 무대다. 달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시에 춤을 추는 ‘예리’는 오스카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에서 모니카 역으로 주목 받은 배우 한예리(37)가 맡았다. 달을 상징하는 무용수는 발레리나 김주원(43). 둘은 대사, 음악, 영상에 맞춰 함께 2인무를 춘다.
 
김주원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를 거친, 무용계의 아카데미 ‘브누아 드 라당스’를 수상한 한국의 대표적 발레리나다. 이번 작품의 예술감독으로 주제를 정하고, 음악과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 출연진 섭외까지 맡았다. 한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그는 생후 28개월부터 무용을 했다고 한다. “근처에 맡길 어린이집이 없어 부모님이 어쩔 수 없이 무용학원에 보냈다”는 얘기다. 한예리는 그동안 음악극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2017년) 등 복합적 장르의 무대 공연에 자주 출연해 왔다.
 
18일 ‘디어 루나’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성실하게 몸을 움직이는 무용수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예리는  “무용실에 올 때마다 발바닥을 땅에 붙이기부터 연습하고 다시 바를 잡고 땀 흘리는 과정을 익히며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있고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면서 버거울 때도 많다”며 춤을 돌파구로 표현했다. “일에 휩쓸리고 정신이 없는 순간을 많이 정리해준다. 몸에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가벼워지고, 덜어지고, 제자리로 간다.”
 
김주원은 무용수 한예리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봤다. 한예리의 출연작을 모두 봤고, 무용수로 출연한 무대도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작품 시작부터 그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예리의 춤은 연기할 때처럼 맑다. 이번 작품은 공간, 스토리, 호흡이 변화무쌍하다. 순수하고 깨끗해서 변화를 다 담는다. 또한 유연한 몸의 움직임을 가지고 있어서 하나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무가라면 누구나 작업해보고 싶을 무용수다.”
 
영화 ‘미나리’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기다리던 한예리는 김주원의 출연 요청을 바로 수락했다. 그는 “김주원 선배님이 원하는 캐릭터의 결, 직접 쓴 대본이 정말 좋았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달을 묘사하고 은유하며 풀어낸 김주원은 “해보다 달을 좋아했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반사해 내는 묵묵함, 자신의 템포대로 모양을 바꾸는 의연함을 흠모했다”고 했다. 한예리는 “인생의 굴곡과 이야기가 달의 변화와 다르지 않음을 생각해보는 즐거운 경험”이라고 했다.
 
현대 무용가 최수진이 안무한 ‘디어 루나’에는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현악 연주자들, 발레 무용수 이승현·이소정 등이 함께 출연한다. 작품 속 ‘예리’는 대사와 동작을 동시에 하고, 걷기만 하는 단순한 동작만으로도 표현을 하는 역할이다. 김주원은 “연습실에 들어오면 말없이 몸을 풀고, 연습을 했다. 여배우 한예리가 게스트로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전체 팀의 중심”이라고 했다.
 
‘디어 루나’는 26일 오후 10시, 27일 오후 3시, 28일 오후 5시에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공연된다. 김주원은 “작품이 잘 자리 잡아 음악제가 끝나도 여러 번 공연됐으면 한다”고 했고 한예리는 “다시 공연될 때 다른 사람이 이 역할을 맡으면 속상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앞으로도 틈틈이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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