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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배신…美은행 규제완화 종료로 ‘글로벌 저금리’ 균열?

중앙일보 2021.03.21 17:19
지난 2019년 미국 뉴욕증권 거래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미국 뉴욕증권 거래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깨고 미 대형은행에 내렸던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규제 완화 조치를 종료하기로 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인상 압박을 더 크게 받게 됐다.
 
SLR은 총 연결자산이 2500억 달러(약 310조2000억원)를 넘는 미 대형 은행에 적용됐다. 총자산의 3~5%를 자기 자본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완화 조치는 Fed가 총자산의 범위에 국채와 Fed의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걸 말한다. Fed는 지난해 4월 실시한 이 조치를 예정대로 21일에 종료하기로 했다.
 

시장 기대 깬 완화조치 종료…민주당 매파 입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당초 시장에선 Fed가 규제 완화조치를 연장할 거라 기대했다. 최근 미 국채금리가 크게 뛰는 상황을 Fed가 좌시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다. 완화조치가 종료돼 은행들이 자기자본 비율을 준수를 위해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국채금리는 오를 수 있다.
 
예상을 깬 결정엔 정치권 입김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집권 민주당 내에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셰러드 브라운 상원 금융위원장 등 `월가 매파(강경파)` 의원들이 SLR 규제 완화 연장에 반대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상황에 만든 규제 완화 조치를 조금씩 연장하면 도덕적 해이가 계속돼 금융 불균형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Fed를 압박했다.
 
Fed는 19일 “최근 미국 국채시장은 안정돼 있다”며 “일부 대형은행은 1조 달러에 이를 정도로 충분한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 기준에 맞추기 위해 국채를 내다 팔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앞으로 SLR 기준을 어떻게 설계하고 조정할 것인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제도를 손볼 수 있는 여지도 남겨뒀다.
 
그럼에도 시장의 실망은 컸다. 록펠러 글로벌 패밀리오피스의 지미 창 최고투자책임자는 “몇 주 전만 해도 SLR 완화조치 연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며 “현재 금리 상승 속도는 편안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인데, (Fed의 결정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Fed 안심 발언에도 국채금리 상승 압박 커져  

지난 2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국채 금리 급등 우려는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대형 은행의 미 국채 보유 규모만 2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SLR 면제 조치 종료로 은행들이 이중 3500억~5000억 달러 규모를 팔아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만인 18일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75%까지 오르며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형은행발 국채 매도가 시작되면 금리는 더 급격히 오를 수 있다. 미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월가는 향후 국채 입찰을 면밀하게 볼 것” 이라며 “만약 은행의 (채권매수에 대한) 관심이 적다면 채권 시장의 투매가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잇따른 기준금리인상…글로벌 저금리 기조 깨지나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오피스빌딩 앞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오피스빌딩 앞의 모습.[AP=연합뉴스]

미 채권금리가 들썩이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17일 제로금리를 유지한 Fed와 영국중앙은행(BOE)과 달리,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6년 만에 인상했다. 같은 날 터키도 기준금리를 17%에서 19%로 2%포인트 올렸다. 러시아도 시장 예상을 뒤집고 기준금리를 19일 4.25%에서 4.5%로 인상했다. 로이터통신은 “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봤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자본 유출 우려 때문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투자금이 미국에 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일 국채금리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미국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면, 그 피해는 통화·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신흥국에 돌아갈 수 있다. 중국도 지난 4~11일 열린 양회에서 올해 경기부양 강도를 줄일 것을 시사했다. 황이핑 베이징대 부학장은 18일 한 포럼에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Fed의 다음 정책 조정”이라며 “지난 2014~2015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생긴 신흥국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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