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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이 불러 함께 춤춘다, '미나리' 한예리 놀라운 과거

중앙일보 2021.03.21 11:00
26일 초연하는 '디어 루나'를 연습하고 있는 발레리나 김주원(왼쪽)과 배우 한예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6일 초연하는 '디어 루나'를 연습하고 있는 발레리나 김주원(왼쪽)과 배우 한예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두운 무대에 조명이 서서히 들어오면 대사가 시작된다. “누군가 그랬다. 달은 이 세상 사람들의 꿈의 무게를 달아주는 저울이라고.” 그동안 무대 다른 쪽에서 천천히 제자리 회전하던 무용수는 무대가 밝아지자 독무를 시작한다.
 

발레리나 김주원과 함께 26일부터 '디어 루나' 공연

이달 26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초연될 ‘디어 루나’의 첫 장면이다. 무대에서는 춤, 대사, 음악, 영상이 결합한다. 여기에서 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시에 춤을 추는 인물의 극중 이름은 ‘예리’. 오스카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의 모니카 역할 배우 한예리(37)가 ‘예리’를 맡아 무대에 선다. 달을 상징하는 무용수는 발레리나 김주원(43)이다. 둘은 대사, 음악, 영상에 맞춰 함께 2인무를 춘다.
 
김주원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 졸업,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를 거친 한국의 대표적 발레리나. 이번 작품의 주제와 스토리를 정하고, 음악과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 출연진 섭외까지 맡은 예술감독이다. 한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음악극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2017년) 등 무대 공연에 꾸준히 출연해온 무용수다.
 
18일 ‘디어 루나’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성실하게 몸을 움직이는 무용수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예리는 “다시 무용실에 올 때마다 발바닥을 땅에 붙이기부터 연습하고 다시 바를 잡고 땀 흘리는 과정을 익히며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있고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면서 버거울 때도 많다”며 춤을 돌파구로 표현했다. “일에 휩쓸릴 때도, 정신이 없을 때도 있는데 그런 순간을 많이 정리해준다. 몸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가벼워지고, 덜어지고, 제자리로 간다.”
 
김주원은 무용수 한예리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봤다. 배우 한예리의 출연작을 모두 봤고, 무용수로 출연한 무대도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이번 작품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한예리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예리의 춤은 연기할 때처럼 맑다. 이번 작품은 공간, 스토리, 호흡이 변화무쌍하다. 순수하고 깨끗해서 변화를 다 담는다. 또한 유연한 몸의 움직임을 가지고 있어서 하나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무가라면 누구나 작업해보고 싶을 무용수다.”
 
김주원은 “ 만일 새로운 무대를 싫어한다면 무대에 출연해주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1월에 소속사로 무작정 전화를 했다”고 했다. 영화 ‘미나리’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기다리던 한예리는 출연을 바로 수락했다. 한예리는 “김주원 선배님이 원하는 캐릭터의 결이 좋았고, 선배님이 직접 쓴 대본이 정말 좋았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달을 묘사하고 은유하며 풀어낸 김주원은 “해보다 달을 좋아했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반사해 내는 묵묵함, 자신의 템포대로 모양을 바꾸는 의연함을 흠모했다”고 했다. 한예리는 “인생의 굴곡과 이야기가 달의 변화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는 즐거운 경험이다”라고 했다.
 
'디어 루나' 안무는 현대 무용가인 최수진이 했다. 한예리는 한국 무용을 전공했지만 그동안 복합적 장르의 무대에 자주 섰다. 김주원은 “이번 무대의 동작은 기존의 장르로 구별하기 힘든 춤”이라고 했다.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현악 연주자들, 발레 무용수 이승현ㆍ이소정 등이 함께 출연한다.
발레리나 김주원(왼쪽)과 한국무용을 전공한 한예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발레리나 김주원(왼쪽)과 한국무용을 전공한 한예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작품 속 ‘예리’는 대사와 동작을 동시에 하고, 걷기만하는 단순한 동작만으로도 표현을 하는 역할이다. 극 초반의 순수함을 성숙함으로 변화시키며 표현하는 표정, 동작, 목소리도 필요하다. 김주원은 “‘미나리’의 오스카 후보는 생각도 못하고 섭외했기 때문에 연습을 진행하면서 예리가 힘들지 않게 분량을 줄이려고 마음 먹었는데, 연습실에 너무 자꾸 나왔다”고 했다. “연습실에 들어오면 말없이 몸을 풀고, 연습을 했다. 여배우 한예리가 게스트로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전체 팀의 중심이다.”
 
한예리는 어린 시절 28개월 때부터 무용을 했다. “근처에 맡길 어린이집이 없어 부모님이 어쩔 수 없이 무용학원에 보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김주원이 “나보다 더 연륜 있는 무용수”라며 웃었다. 김주원은 1998년에 정식 데뷔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를 수상한 발레리나다. 그는 “사실 두 명이 춤출 때 무대 경험 기간이 차이나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런데 예리는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고, 춤에 대한 철학은 내가 배우고 싶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예리는 김주원에 대해 “학생 시절 무대에서 보던 스타였다”며 “연습실에서 만나니 굉장히 부지런한 몸이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고 했다.
 
'디어 루나'에서 둘의 움직임은 멀어졌다 겹쳐지곤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디어 루나'에서 둘의 움직임은 멀어졌다 겹쳐지곤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디어 루나’는 26일 오후 10시, 27일 오후 3시, 28일 오후 5시에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공연된다. 김주원은 “작품이 잘 자리잡아 음악제가 끝나도 여러번 공연됐으면 한다”고 했고 한예리는 “다시 공연될 때 다른 사람이 이 역할을 맡으면 속상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앞으로도 틈틈이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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