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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들이 떨고 있다…쿠팡서 보이는 '타오바오'의 그림자

중앙일보 2021.03.21 07:00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보이는 쿠팡의 전광판 광고. 사진 쿠팡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보이는 쿠팡의 전광판 광고. 사진 쿠팡

 
쿠팡이 미 증시 상장으로 단숨에 시가총액 100조원 기업에 등극했지만 정작 쿠팡에 입점한 업체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쿠팡의 현재까지 행보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의 모습이 겹쳐보인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판매 수수료를 백화점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모조품 판매 논란에, 입점업체의 상품을 본뜬 자체 상품 출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일부에서는 '쿠팡이 물류(풀필먼트)는 아마존, 행태는 타오바오를 표방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판매자도 ‘락인?"…“마진율 약 35%”   

쿠팡과 알리바바를 비교하는 이유는 잇따른 마진율 인상때문이다. ‘대륙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타오바오는 2003년 출범 초기 과감한 ‘수수료 제로’ 정책을 펼쳤다. 개점비용이나 상품등록비, 거래수수료 모두 무료였다. 이후 2011년 C2C(타오바오왕ㆍ淘寶網)와 B2C(타오바오상청ㆍ淘寶商城ㆍ티몰)로 나뉘면서 B2C 유료화를 시작했다. 티몰은 2012년 연간 입점료를 6000위안(108만원)에서 3만~6만 위안(539만~1079만원)으로 최대 10배로 올렸다. 소비자와 판매자까지 ‘락인’(묶어둠)해 가둬둔 후 마진율 인상에 나선 것이다. 티몰은 B2C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C2C 시장은 사실상 타오바오의 독점 상태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쿠팡 역시 2019년 두 번에 걸쳐 국내 생활소비재 기업 20여곳을 대상으로 마진율을 기존 15~20%에서 30~35%로 인상했다. 이후에도 한 두 차례 1~2% 추가 인상을 단행해 마진율이 전반적으로 35%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측한다. 소비자가 1만 원짜리 물건을 사면 쿠팡이 최소 3500원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쿠팡이 2018년 1조1279억원이던 적자를 2019년 7205억원으로 대폭 줄인 주요 비결로 꼽힌다.

 
쿠팡은 2019년 2월 해당 기업에 마진율 25% 이상, 마진액 2500원 이상의 제품만 받겠다고 통보했고, 나머지 상품은 거래를 중단했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마진율을 35%로 높였고, 상품 판매가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별도의 광고비와 판매장려금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상품을 더 싸게 공급하든지, 다른 명목의 마케팅비를 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구두로 통보한 뒤 이에 불응하면 해당 기업의 품목을 순차적으로 퇴출하거나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짝퉁’ 판매 논란으로 분쟁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모조품 문제도 꾸준한 논란거리다.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은 지난해 “쿠팡을 통해 판매 중인 짝퉁 유명시계가 684종에 달한다”며 판매 중단과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국내 패션 시계업체가 입은 손실이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다. 쿠팡은 “전담 인원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위조상품을 차단하고 있다”고 맞섰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다른 명품업계도 "쿠팡이 일부 모조품 판매상에 ‘쿠런티’(우수판매자)를 붙여 최저가를 보장하거나 SNS 광고를 붙여 판매를 장려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중국 타오바오는 지난 2011년 이랜드와 6년에 걸친 소송 끝에 패소했다. 이랜드는 타오바오 측에 이랜드의 브랜드 모조품을 판매해온 중국인 두(杜)모 씨의 판매중단과 판매대금 수수 계좌 동결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타오바오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악성 시장’(Notorious Markets) 리스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자 검증된 업체만 입점할 수 있는 티몰(B2C)을 새로 론칭했다.
 
쿠팡은 의약품을 두고도 관련 협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는 지난 16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과 강한승 대표이사 등을 고발했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 판매를 방조했다는 이유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문제 되는 성분명은 아예 금칙어로 설정해 상품 등록을 차단하거나 사후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쿠팡은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는것 같다"고 말했다.  
 

“부자만 쿠팡서 장사할 수 있어"   

의류 판매업자 A씨는 “쿠팡(플랫폼)은 돈이 있어야 장사도 잘되는 부익부 빈익빈 구조”라고 한탄했다. 판매대금을 1~2일이면 지급해주는 다른 오픈마켓과는 달리 쿠팡은 최종 정산까지 40일 정도가 걸린다. A씨는 “판매대금을 바로 받을 수 없으니 매출의 3배를 사업자금으로 돌려야 한다”며 “로켓배송을 해야 장사가 되는데 수수료가 40%라 자금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한탄했다. 업계에선 쿠팡이 판매대금 월 2조원으로 상당한 이자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한다.   
 
쿠팡의 의류 셀러(판매자)들 사이에선 쿠팡의 의류 PB 진출이 화제다. 쿠팡은 최근 의류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지난해 매출이 최소 300%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A씨는 “쿠팡이 패션 사업을 확대하면서 상품에 광고비를 엄청나게 몰아줬고, 진입자가 많아지자 PB(자체브랜드)를 내놨다”면서 “PB라는 게 기존에 잘 나가는 상품을 따라 만든 건데 의류 PB까지 내놓으니 결국 우리 같은 셀러들은 들러리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셀러가 팔던 옷을 쿠팡 PB로 출시" 

쿠팡은 지난해 PB 전담 자회사 CPLB를 출범시켰다. 쿠팡페이와 함께 PB 상품을 양대 핵심 사업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오프라인까지 진출해 O2O(온·오프라인 연계) 확장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타오바오는 2018년 PB 상품을 모아 항저우, 상하이, 원저우 등 3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통신 시스템 플랫폼을 따로 갖춰 디자이너와 제조업체, 매장 관리자 등 공급자에게 판매 관련 정보도 공유한다.  
 
지난해 10월 쿠팡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마친 뒤 집에서 사망한 장덕준 씨 사건과 관련,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쿠팡 규탄 기자회견가 열렸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장씨 사망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산재로 승인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쿠팡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마친 뒤 집에서 사망한 장덕준 씨 사건과 관련,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쿠팡 규탄 기자회견가 열렸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장씨 사망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산재로 승인했다. 연합뉴스

 
쿠팡의 물류 시스템에 대한 의문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전국 100여곳에 풀필먼트 센터와 배송거점을 운영한다면서도 정확한 규모와 운영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최근 5만명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오히려 기존 일자리 10만개를 없애고 5만개를 만드는 파괴적 혁신기업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투명한 경영과 조직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최근 기업들이 내세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 측은 판매 수수료나 짝퉁 논란, 패션 분야의 PB 출시 등에 관한 문의에 일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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