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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이슈인터뷰 | 체육계 폭력 몸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중앙일보 2021.03.21 00:03
10여 개 정부 부처에 체육 업무 분산돼있어 통합 시스템 절실
“스포츠토토 체육계 수익금 배분 28% 불과… 50%로 늘려야”

“선 징벌, 후 교화로 학교폭력 재발 방지에 전력다할 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대한체육회장 연임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대한체육회장 연임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체육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재영·다영 프로배구 선수 자매의 학교 폭력에 대한 폭로로 시작된 이른바 ‘학폭’ 사태는 체육계를 거쳐 방송, 연예계까지 번지며 사회 전반으로 불붙었다. 두 선수의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쌍둥이 자매에게 무기한 출전금지를, 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징계를 내렸지만 영구제명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대한배구협회는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정회원 종목단체 62곳 중 하나다. 선수들의 폭력으로 촉발된 국민적 공분은 대한체육회도 피해 가지 못했다. 대한체육회장 연임에 성공한 기쁨도 잠시, 체육계 개혁방안 마련에 바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3월 4일 만났다.
 
대한체육회장 연임을 축하드린다.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연임에 성공하기까지 체육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는데, 그 의미는 당면한 체육계의 여러 문제를 꼭 해결해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여러 당면한 과제의 해결은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와 협력해야 하고 체육인들의 힘도 모아야 한다. 현안들이 만만치 않아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체육계가 폭력 문제로 시끄럽다.
 
“스포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세 가지 정도가 지켜져야 한다. 하나는 엄격한 관리다. ‘아, 과거의 일이더라도 벌을 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겠다. 이번 일들을 계기로 확실하게 경각심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적 요구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교육이다. 체육인(지도자·심판·행정가 등)을 대상으로 인성·소양·직무 교육을 통해 잘못된 인식을 바꾸도록 하겠다. 기존의 교육제도에 체육인을 맞추는 방식이 아닌 체육인에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학폭’ 재발 방지위해 반성과 재교육에 노력

 
‘2021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이 2월 1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의 챔피언하우스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오른쪽)이 선수들과 함께 선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1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이 2월 1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의 챔피언하우스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오른쪽)이 선수들과 함께 선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처벌보다 더 좋은 방법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교육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의한다. 사회에서도 법이 없어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감독·코치 등 체육인들의 직업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성적이 저조해 경질될 위기에 놓인 감독·코치는 선수들의 인성은 배제한 채 기량이 좋은 선수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게 된다. 그러니 선수들이 성적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철저한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폭력 문제에 긴밀하게 대응해나가겠다.”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배구 자매’ 사태도 이러한 세 가지가 전제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인가?
 
“앞서 말한 세 가지 중의 하나가 결여돼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 가지가 잘 이루어진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다.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가 없네?’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일벌백계차원에서 엄격하게 벌하고 관리하면 이런 문제는 사라질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체육선수 학폭 등 가혹 행위 관련 문체부의 추진 방향] 답변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으로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하다’는 문장이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질문서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120여 가지 질문 중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현재 기준으로 청소년인 학생들이 무심코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는 다시 사회로 갱생할 수 있는 교육이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런데 일부만 발췌돼 체육계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선 징벌, 후 교화’에 힘쓰겠다는 얘기인가?
 
“당연하다. 벌을 주는 것만으로 끝내면 안 된다. 반성하고 충분히 교화시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체육계가 아니더라도 사회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재발 방지 차원에서도 확실하게 재교육 시켜야 한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과정에서 체육인 일자리 창출과 처우 개선 문제가 중요 의제로 등장했다.
 
“체육인들의 의견을 종합해봤더니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분율 조정이 시급하더라. 현재는 28% 정도인데, 50%로 늘리면 4000억원 정도가 더 확보된다. 지방체육회에서 쓰는 인건비만 한해 1500억원 정도다. 여기에 더해 기관 운영비, 전국 실업팀 지도자에게 들어가는 비용과 훈련비 등을 합하면 약 3500억원이 든다. 그중 절반은 국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각종 경기단체에 소속된 직원들 인건비 국고 보조금 비율이 현재 38%다. 이것도 50%까지는 올려야 한다. 또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강사의 수를 늘리고, 정규직화해야 한다. 수익금 배분율을 50%로 늘리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현재 체육 업무가 교육부·문체부·국방부 등 10개 이상 부처에 분산돼 있다. 이걸 하나로 묶어야 한다. 그러면 중복 투자도 없어지고, 정책의 일관성도 높아진다. 그게 어렵다면 총리실 산하에 국가체육위원회라도 만들어서 통합·관리해야 한다.”
 

‘국가체육위원회’ 만들어 통합·관리해야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다영(왼쪽)과 이재영의 모습. 두 사람이 학창시절 저지른 폭력 논란으로 체육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다영(왼쪽)과 이재영의 모습. 두 사람이 학창시절 저지른 폭력 논란으로 체육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러 부처와 소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인가?
 
“교육부를 예로 들어보겠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가 알 수 없다. 그런데 학교에서 사고가 터지면 그 문제가 결국 대한체육회로 온다. 현재는 여성가족부에서 유아 관련 체육을, 보건복지부에서 노인 건강과 체육을 담당하는 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걸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야 한다.”
 
2019년 8월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원회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를 권고했다. 체육계는 이에 반발했고, 분리 권고는 그렇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2020년 7월 고질적인 폭행 사건이 드러난 고 최숙현 선수 사태를 계기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문체부는 두 단체를 분리해야 한다는 혁신위 권고안을 이행하라며 체육회를 압박하고 있다. (성)폭력 등 체육계의 적폐를 근절하기 위해 체육회는 국내 체육을 총괄하고 KOC는 국제스포츠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 분리론의 핵심이다.
 
정부는 체육회와 KOC의 분리를 권고하고 있다.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분리가 아니라 통합이 필요한 시기다. 분리하면 비효율만 늘어난다. 선수는 통상 지방체육회에서 발굴하고 육성한다. 그런 선수들이 전국체전 등을 거쳐 어느 수준까지 기량이 올라오면 그 다음에 종목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전문화되는 구조다. 감독과 코치가 쭉 선수를 육성했는데, 분리하면 어느 순간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서 생기는 갈등이 엄청나다. 문제가 있다면 접점을 찾아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합친지 4년밖에 안됐는데, 또 나누자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최소한 20년은 유지해보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학생선수의 주중 대회 금지와 주말 대회 전면화를 2021년까지 실행하도록 권고했다.
 
“우리는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대회를 주중이 아닌 주말로 전환할 수 있는 종목부터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주말 대회로 전환하는 과정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시설 대관은 물론 선수·관계자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선수·학부모 대회장 이동에 따른 경제적 부담, 관계자 주말 휴식권 등) 같은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체육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몇몇 학교에서는 여전히 체육 시수를 맞추지 않거나, 체육을 다른 교과에 비해 중요하지 않게 다루는 게 현실이다. 진정한 의미의 학교 체육 정상화는 일반 학생들의 충분한 운동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학생들이 모두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정규직화된 스포츠 지도자를 학생 200명당 1명씩은 배치토록 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장에 연임한 뒤 전국 시도 체육회를 방문한 것으로 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나?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했다. 또 현장에서 요구하는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노력했다. 앞서 지방체육회(17개 시도체육회, 228개 시군구체육회)의 법정 법인화와 운영비 지원 근거를 담은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됐다. 올해부터 지방체육회의 자치운영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지방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체육과 공공스포츠클럽 연계해야

 
 
서울 올림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강력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 올림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강력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학교체육을 정상화하고 공공스포츠클럽의 운영을 확대해 두 영역을 연계해야 한다. 학교에 학생 200명당 1명의 체육 지도자를 두어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생활체육지도자 300명, 시도 경기단체지도자 250명, 광장지도자 80명, 공공스포츠클럽 157개소를 확충해 1000명 이상의 체육인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쉽게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풀뿌리 지방체육의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다.”
 
지방체육회가 요구한 사안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재정 확보다. 지방체육회가 안정적으로 법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재정이 수반돼야 인사 등 모든 것들이 따라간다. 이것이 그들의 가장 큰 목소리였다. 또 하나는 체육인 일자리다. 계약직·임시직·시간강사 등 우리 체육인들의 직업 구조가 굉장히 불안정하다. 마지막 하나는 생활체육 시설 문제다. 시설을 만들려면 토지와 돈,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소요된다. 그러니 방과 후 학교 시설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학교 시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점이 많을 것 같은데.
 
“그렇다. 비용 부담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시설이 파손됐을 때의 책임소재 역시 분명해야 한다. 학교 선생님들이 걱정하는 게 이런 점들이다. 그러니 어떤 형태가 됐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생활체육 시설 확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학교 시설을 열어주면 지역민과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는 지역 화합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지방체육회가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하고 관리를 해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KSOC(Korean Sport & Olympic Committee) President’. 이 회장 명함에 적힌 공식 영문 직함이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스포츠 및 올림픽위원회의 수장이다. 국내 아마 스포츠 단체를 총괄·지도하는 한국의 ‘스포츠 대통령’이자 올림픽 사무를 관장하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월 25일(한국시각) 집행위원회를 열어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을 2032년 하계올림픽 우선 협상지로 선정했다.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를 추진했던 한국에게는 허탈한 소식이다. 남북 공동유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IOC위원인 이 회장은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뒤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소감을 밝힌 것이 화근이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측도 안 되는 데 ‘한 걸음 다가갔다’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 회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는 사실상 무산된 것이 아닌가?
 
“우리가 완전히 탈락한 건 아니다. 호주가 집중협의 대상으로 꼽힌 것일 뿐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지속협의 대상 국가다. 그러니 언제든지 반전시킬 기회는 있다. 반전의 시작점을 도쿄올림픽으로 보고 있다. 그때 북한 측도 올 테니 같이 협의해서 적극적으로 우려를 털어내면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 그리고 10월 20일부터 27일까지 ANOC(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 총회를 서울에서 연다. 그때 전 세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이 모두 서울에 모인다. 그들에게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의 필요성을) 잘 설명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보겠다.”
 

“2032 올림픽 남북공동유치 불씨 살아있다”

 
 
올해 도쿄올림픽이 개최될까?
 
“국민들께서도 우려가 크신 줄 안다. 하지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올림픽이) 열린다고 보면 된다. (전 세계에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얼마만큼의 관중을 수용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았지만, 선수들이 숙소에 머무는 기간을 단축하고, 서로 마주치는 일을 최소화해 열릴 것이다.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이 IOC의 방침이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도 이미 선수촌을 개촌해 훈련을 시작했다.”
 
전국의 체육인들과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로 대한체육회가 출범한 지 101년째다. 체육인들의 쇄신, 그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체육인 앞에 높인 모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선진화된 체육 모델을 만들어서 우리 다음 세대에게 넘겨줘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유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의 힘을 다하겠다.”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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