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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장 인권 탄압 우려” vs “미국 내정 간섭 단호히 반대”

중앙선데이 2021.03.20 00:20 728호 6면 지면보기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둘째·첫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왼쪽 둘째·첫째)이 참석했다. [AP=뉴시스]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둘째·첫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왼쪽 둘째·첫째)이 참석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18일(현지시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은 시작부터 ‘난타전’이었다. “강경하게 나가겠다”고 예고한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작심한 듯 공개석상에서 상대의 ‘아픈 부분’에 직격탄을 쏟아냈다. 특히 회의 초반 언론 취재를 위해 몇 마디 주고받는 모두발언 자리에서만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며 1시간 넘게 설전이 이어졌다.
 

미·중 ‘2+2’ 고위급 회담 난타전
미, 홍콩·대만 문제 꺼내 포문
중, 흑인 인권 거론하며 반격

양측 기자들 퇴장 막으며 언쟁
2차 회담 끝 예정된 만찬도 취소

이날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2+2’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에서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포문은 초청국인 미국이 먼저 열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비롯해 홍콩과 대만 문제를 꺼내 들었다. 미국은 그동안 수차례 신장 사태를 “대량 학살”이라고 규정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이를 대놓고 말한 건 처음이다.
 
그러자 양 정치국원도 “신장·홍콩·대만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다. 미국의 내정 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미국 내 흑인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정치·군사적 힘을 다른 나라를 억압하는 데 사용하지 말고 자기 문제나 신경 쓰라”고 꼬집었다. 블링컨 장관이 한국과 일본 방문을 마치고 막 귀국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두 나라는 중국의 2위와 3위 교역국”이라며 “우리는 서로 아는 친구가 많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로이터통신은 “양 정치국원의 연설은 15분이나 계속됐고, 긴 시간 중국어로 말하는 동안 미국 측은 통역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블링컨 장관도 곧바로 재반격에 나섰다. 모두발언이 끝났다고 생각해 회의장을 떠나려던 기자들을 붙잡더니 “미국은 열린 자세로 도전에 맞서기 때문에 더욱 강해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우리는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척하거나 카펫 밑으로 밀어넣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의 불투명성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양 정치국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곧바로 TV 카메라를 향해 영어로 “잠깐만(Wait)”이라고 외치며 기자들의 퇴장을 막은 뒤 “강압적인 방법으로 모두발언을 하는 게 미국 측 의도였느냐. 이 모든 게 치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되고 조정된 것이냐”고 따졌다. 옆에 있던 왕 외교부장도 거들었다. 그는 “우리가 출발하기 직전 미국이 새로운 제재를 부과했는데 이런 식으로 손님을 맞아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놨다. 회담 전날 미 정부가 홍콩 탄압과 관련해 중국 인사 24명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한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공방은 장외로도 이어졌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중국 대표단이 2분씩 주어진 발언 시간을 의도적으로 어겼다”며 “중국 내 여론을 의식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회담이 시작부터 화약 냄새로 가득했으며 이는 결코 중국이 바라던 게 아니었다”고 미국 측에 책임을 돌렸다.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2차 회담도 한 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날 저녁 예정됐던 만찬도 결국 취소됐다. 당초 양국의 견해 차이로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은 됐지만 현장에서는 훨씬 더 날 선 공방이 전개된 셈이다. 이번 회담은 19일 한 차례 더 열린 뒤 마무리된다.
 
애틀랜타=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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