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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단발 프로젝트 넘어 지속가능 비즈니스 해야”

중앙선데이 2021.03.20 00:20 728호 13면 지면보기

세상을 바꾸는 ESG

정부 지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채우면서 기업으로서 자립도 꾀하고 있는 문미성 놀담 대표,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왼쪽부터). 박종근 기자

정부 지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채우면서 기업으로서 자립도 꾀하고 있는 문미성 놀담 대표,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왼쪽부터). 박종근 기자

“모두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을 바꾸려는 사람은 없다”는 레프 톨스토이의 말마따나 세상을 바꿀 용기와 노력, 인내심은 곧 자기 자신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직장인·대학생이라도 의지와 신념이 있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1810년 10시간 노동제를 주장해 관철한 로버트 오언처럼.
 

SK 행사에 동참 ‘사회적 기업가들’
보호종결 청소년 스펙쌓기 후원
농인 아티스트들 예술 활동 지원

식물성 대체육으로 먹거리 해결
놀이에 중점 둔 아이 돌봄 서비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 문미성 놀담 대표,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도 그런 신념을 가진 사회적기업 창업자다. 각각 비정부기구(NGO) 직원, 셰프, 체육교육학과 학생, 공연기획자 출신이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우리 사회가 돌보지 못한 그레이존을 하나둘 채워가고 있다.
 
김 대표는 18세가 되면 보육원에서 나와야 하는 보호종결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일자리 연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직 사회인으로 뛰기 미숙한 보호종결 청소년들의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박 대표는 분자요리 기술로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했다. 환경보호와 빈곤층의 먹거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하고 있다. 문 대표는 아이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놀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보육 수요와 대학생들의 단기 일자리 수요를 잇고 있다. 정 대표는 교육과 인프라 구조 개선 등으로 춤추고 싶은 농인 아티스트들의 문화예술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수어를 활용한 문화예술 콘텐트도 기획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7일 오전 중앙SUNDAY와 만난 이들은 “사회적기업은 사회 문제를 알리고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내는 대변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기업 주도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하고 있는 SK그룹이 올 들어 세 번째 마련한 온라인 소셜밸류커넥트(SOVAC) 행사를 통해 앞으로 사회적 활동 알리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어떤 경로로 사회적 문제를 포착해 창업에 이르게 됐나.
김성민=보육원 출신은 스펙을 쌓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취업이 힘들다. 보호종결 청소년은 취약계층에 포함되지 않지만 자립할 준비가 안 돼 있다. 급식 생활을 하다 보니 라면 끓일 줄 모르는 경우도 있다. 특히 금융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다. 은행권 대출과 사채에 쉽게 손을 댄다. 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정부나 기업들도 이들을 잘 돌보지 않는다. 이들을 위해 안정적 일자리 창출과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문미성=요즘 거리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기 어렵다. 과거에는 동네 자체가 돌봄의 역할을 했는데, 이젠 소자화로 돌봄이 개인화되고 공백이 생겼다. 사회가 양육과 돌봄을 가정에 떠넘기고 있기 때문에 조부모가 어린이를 봐야 한다든가, 종일 TV만 보게 된다. 놀이문화 역시 사라지고 있다. 어린이들과 놀아주며 그들을 동네로 다시 끌어낼 수 있는 지원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꼈다.
 
사회적기업은 특성상 실적을 내기 어려운데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은.
문미성=사업 형태는 아이돌봄 서비스다. 다른 민간 서비스들과 다르게 놀이 관점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아이들을 그룹 매칭하는 것과 놀이 콘텐트가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역량이다. 현재 회원 수 12만 명이며, 층간 소음 걱정 없이 실내에서 에너지를 소진할 수 있는 놀이도 개발했다.

정정윤=콘텐트에 기반을 둔 사회적기업들은 정부와 복지기관의 단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핸드스피크는 수화를 바탕으로 만든 자체 제작 제품과 콘텐트를 중심으로 판매망이 있는 장애인들과 협업해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경영적 관점의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 단계다.

김성민=지난해 창업 2년차 때 연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물산 등 대기업과 손잡고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고 내년에 대리점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보육원에서 나왔지만, 아직 일자리를 잡지 못한 지역별 보호종결 청소년들이 대리점에 취업해 제품을 팔며 수익을 올리도록 해서 일자리도 만들고 회사의 수익도 창출할 계획이다.

박형수=일반적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제품·재무 전략을 짜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이 소고기보다 환경 악영향이 적고 영양도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수요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핫도그 소시지와 피자 토핑, 샐러드, 햄버거 등에 쓰이는 대체육 납품을 준비 중이다.
 
사회적 가치만으로 조직을 끌어가기 어렵다. 조직 관리 비법이나 전략이 있나.
박형수=채용할 때 동기가 분명한 사람들을 뽑지만, 언제까지나 꿈만 얘기할 수는 없다. 다른 기업들과 같은 수준의 복지와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정정윤=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성장이 늦더라도 팀워크가 먼저다. 20명 직원 모두 농인이며 더 큰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란 꿈에 한 명도 그만두지 않았다. 또 회의를 자주 하며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 영역은 외부 파트너십에 의지하고 있다.

김성민=지원자 중 보육원 출신이 많으며 채용할 때도 꼭 후배들을 돕고 싶냐고 묻는다. 직장 동료라기보단 서로 가족이 돼 주는 분위기와 팀워크를 지향하는 것이 회사 운영의 동력이다.

문미성=신입 직원들에게 색깔이 뚜렷한 미션을 일임한다. 사회적 성취감을 통해 확실한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서다. 또 대화를 많이 해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만약 자신이 투자회사 대표라면 현재 회사에 투자를 집행할 수 있겠나.
정정윤=성장 경로와 파트너십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투자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첫 도전이고, 글로벌 무대를 향하고 있다. 해외에 많은 농인 아티스트가 있는데, 한국이 문화적으로 우위라고 본다. 작게 시작했으나 사업적으로 단단해지고 있어 투자할 매력이 있다.

김성민=외부의 영향력을 흡수하고 싶어 지분 10%만큼의 투자를 받았다. 회사를 창업할 때 전셋집을 빼서 투자했으니 당연히 투자할 만한 회사다. 사회적가치 측면은 물론 비즈니스로도 남들이 생각 못한 영역으로 발을 뻗고 있다.  앞으로 공기 질과 관련한 문제를 해소하는 회사로도 나아간다. 기술과 경험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이들 이들의 도전은 24일 오전 10시 SOVAC 홈페이지(https://socialvalueconnect.com)에서 라이브로 볼 수 있다. 월 1회 열리는 SOVAC 행사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2019년 시작한 SOVAC은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 80여 곳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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