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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명의 빌려준 신도시 예정지 땅 팔았다면 횡령일까

중앙일보 2021.03.19 09:00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40)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투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에서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해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는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사안의 성격상 거래가 차명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차명 거래에 대해서도 고강도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양자간 명의신탁도 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최근 양자간 명의신탁도 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지난번 ‘내 명의로 등기 된 친구 땅, 내가 팔았다면 횡령죄?(2020년 6월 30일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실제 소유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를 하는 명의신탁의 법률적 문제에 관해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최신 판례를 중심으로 명의신탁과 관련한 법률문제를 추가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 글을 못 봤거나 명의신탁의 종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명의신탁은 ①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부동산을 명의수탁자에게 등기 명의를 이전하는 ‘양자간 명의신탁’, ②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등기는 명의수탁자 앞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③마지막으로 명의수탁자가 계약 당사자가 되어 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도 명의수탁자 앞으로 하는 ‘계약명의신탁’ 등 3가지로 나뉜다.
 
작년까지만 해도 ③계약명의신탁과 ②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수탁자가 수탁된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었지만, 양자간 명의신탁은 여전히 횡령죄 성립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 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양자간 명의신탁도 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판례를 변경한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명의신탁자가 소유한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경우, 계약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과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명의신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은 모두 무효다.
 
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무효인 명의신탁약정 등에 기초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해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의무를 부담하게 되지만,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제3자와 한 처분행위가 유효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두자는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처분 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경우 명의신탁자에게는 부동산 가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구체적인 기준은 아래 표와 같다.
 
 
만일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자신 명의로 등기를 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도 부과된다. 즉, 과징금 부과일부터 1년이 지난 때에 부동산평가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시 1년이 지난 때에 부동산평가액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각각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한다.
 
이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와 명의신탁자 모두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에서는 법을 위반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명의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명의신탁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간략히 정리해보면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무효인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무효인 명의신탁이라고 해도 민사적으로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했을 경우 제3자는 원칙적으로 유효하게 권리를 취득한다 ▶법에 위반된 명의신탁을 하면 명의신탁자에게는 과징금이 부과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행강제금도 부과된다 ▶법에 위반된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모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등이다.
 
1995년 7월 부동산실명법이 처음 시행된 때로부터 어느덧 25년이 훌쩍 지났다. 명의신탁은 조세 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등과 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불법적인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LH 사태를 계기로 철저한 조사와 제도 개선을 통해 우리 부동산 시장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기를 바란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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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형 정세형 큐렉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필진

[정세형의 무전무죄(無錢無罪)] 많은 사람이 은퇴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법 없이 사는 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법이 무작정 그들의 편이 되어주진 않는다. 법을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법을 알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계약에서부터 소송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례와 이에 대한 대응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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