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수는 왜 서울서 내리 8번 졌나···무릎꿇은 김종인에 답 있다

중앙일보 2021.03.19 05:00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오세훈(왼쪽)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오종택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오세훈(왼쪽)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그동안 국민의힘의 입당 요구를 반복적으로 거절해왔다. “단일화가 되더라도 기호 2번이어야 국민의힘 지지자가 뽑아준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라면 안 후보는 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서울에서 7연패(정확히는 8연패)를 했다”며 입당의 역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당선된 이래 10여년 간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간판이 네 번이나 바뀔 동안 서울은 보수 정당의 늪이었다. 2011년 시장 보궐선거→2012년 총선→2012년 대선→2014년 지방선거→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에 이르기까지 8연패를 했다.
 
2016년말 터진 국정농단 사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인기와 함께 “탄핵 당한 정당”이란 프레임이 먹혀들면서 서울에서 파산에 가까운 성적에 머문 건 예외적인 상황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2012년 12월 대선의 경우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음에도 서울에선 48.18% 득표에 그쳐 51.42%를 얻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밀렸다.
 

서울 제외하고 호남 출신이 가장 많은 인구 차지 

 
서울에서 보수 정당은 왜 이렇게 자꾸 지는 걸까.
 
국민의힘 안팎에서 주로 꼽는 이유는 서울의 유권자 토양이 애초부터 보수 정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7년 4월 발표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토대로 서울 인구를 출생지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47.9%로 가장 많고 뒤이어 호남(14.8%), 영남(12.7%), 인천·경기(9.4%), 충청(9.3%) 등의 순서다.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비해 영남의 비중은 0.8%포인트 늘고, 호남의 비중은 2.2%포인트 줄기는 했지만 순수 서울 출신을 제외하고 서울에는 고향이 호남인 사람이 가장 많은 것이다.
 
이념 지형을 봤을 때도 서울은 보수 진영에 불리한 구도다. 2018년 3월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 중 자신을 ‘진보’로 여기는 비율은 48.8%, ‘보수’로 여기는 비율은 14.2%였다. 전국 평균이 각각 45.3%, 18.2%인 걸 고려하면 서울에 진보 성향 유권자 비율이 높은 걸 알 수 있다.
 

전국 평균에 비해 ‘진보’ 더 많고 ‘보수’ 더 적어

 
일반적으로 대졸 이상의 학력일 경우 보수 정당보다는 진보 정당에 표를 더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서울에는 고학력자가 많이 산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인구의 19%가 서울에 산다. 하지만 석사와 박사를 포함해 4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수료·중퇴 등을 한 사람으로 한정하면 26%가 서울에 거주한다. 대기업 본사 등이 집중된 까닭에 화이트 칼라 직장인이 서울에 많은 것도 보수 정당에는 유리하지 않은 측면이다.
 
엄경영 시대경영연구소장은 “젊었을 때 가졌던 생각이 나이가 들어서도 유지되는 걸 ‘세대 효과’라고 하는데, 서울은 세대 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라며 “젊을 때 적극적으로 진보적인 활동을 해온 40대와 50대가 이제는 서울 인구의 중추가 됐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러한 불리한 여건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7 재·보궐선거를 6개월 앞둔 지난해 10월 “우리가 이 보궐선거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민통합 문제가 적잖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 인구의 구성 비율을 보면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호남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에서 항상 저한테 ‘자기네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달라’, 이렇게 얘기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직접 광주로 가서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은 건 바로 그런 호남의 요구에 대한 응답 차원이었다고 한다.
 

김종인, “서울 인구 호남이 가장 많아”

 
국민의힘은 한 발 더 나아가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는 전남 보성 출신 정양석 전 의원을 임명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3년 앞으로 다가온 2024년 22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당선 가능한 후보자의 25%를 호남 지역 인사로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당내에서 “지나친 호남 구애”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재·보선은 물론 내년 5월 대선까지 고려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인 서울에서 국민의힘은 과연 8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여론조사는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 폭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건은 야권 입장에선 호재다. 전통적으로 재·보선에서 위력이 컸던 ‘정권 심판론’이 이번에도 먹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은 정권의 실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라며 “그래서 원래 (정권을 잡지 않은) 야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곳”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권 심판의 바람이 보수 진영에 불리한 정치적 지형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연패 탈출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