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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3630만원 배상하시오" 법정 간 52년전 참혹 살해

중앙일보 2021.03.19 05:00

일가족 5명 잃고 고통 속에 살다 생 마감

1968년 11월 울진·삼척 무장공비 소탕작전 모습. [중앙포토]

1968년 11월 울진·삼척 무장공비 소탕작전 모습. [중앙포토]

 
1968년 울진·삼척 무장 공비 침투 사건으로 가족 5명을 잃고 평생 고통 속에 살다 생을 마감한 고(故)고원식씨의 아들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고원식씨 아들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중심은 지난 15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18일 밝혔다. 소장 내용을 보면 무장 공비들은 1968년 11월 20일 강원 평창군에서 고원식(당시 35세)씨의 아버지(60)와 어머니(61), 아내(32), 첫째 딸(6), 둘째 딸(3)을 무참히 살해했다. 당시 예비군 소대장이었던 고씨는 진지 근무를 나가 목숨을 건졌다.
 
소장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1968년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3일에 걸쳐 울진·삼척지구 연안을 통해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민족보위성 정찰국 예하의 124군 소속 무장공비 120명을 침투시켰다. 이 무장공비들은 8개 조로 나눠 당시 강원 삼척·정선·명주군과 경북 봉화·울진 등지로 침투해 주민들을 살해했다.  
 
원고 측은 “일가족이 참혹하고 잔인하게 살해되기까지 느꼈을 정신적·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그 시체가 유기되는 과정까지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고인이 느꼈을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손해액 산정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나 현재 일가족들이 그 사망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실수익(사망에 따른 예상 수입 상실분)을 산정하기는 어렵더라도 배우자가 젊었고, 자녀들도 매우 어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줄 저작권료 20억원 법원에 공탁돼 있어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침투사건. [중앙포토]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침투사건. [중앙포토]

원고 측은 “이 사건 불법행위는 휴전상황에서 유지되던 평화와 안녕을 파괴한 것”이라며 “부모의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 각 1억5000만원과 배우자와 자녀들의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 각 2억원 등 총 9억원을 고씨에게 배상할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은 김일성에 대한 상속분을 고려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과 공동으로 3630여만원을 고씨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고 측은 “이에 북한은 고인의 위자료 청구 채권을 상속한 원고에게 2억25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우선 일부 금액인 4000만원의 배상을 청구하고, 김정은도 909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중심 류재율 변호사는 “국내 방송·출판사들이 북한 저작물을 사용하면서 북한에 내야 할 저작권료 20억원 정도가 국내 법원에 공탁돼 있어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 강제집행도 가능하다”며 “지난해 7월 탈북 국군포로들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국군포로나 6·25 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에 관해서는 특별법도 제정돼있고, 무장 공비 소탕과정이나 관련 작전에서 죽거나 다친 군경에 대해서는 국가배상 청구도 인정되고 있는데 고원식씨와 같은 민간인 희생자나 그 가족에게는 그동안 아무런 배상이나 보상이 없었다”며 “이들은 철저히 냉전시대의 희생양으로 살아왔는데 지금이라도 국가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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