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혜리의 직격인터뷰]김헌동 "盧 강남집값만 올렸고, 文은 전국 투기판 만들었다"

중앙일보 2021.03.19 00:37 종합 26면 지면보기
벌써 4년 가까이 지나 이제 임기를 고작 1년여 남겨둔 시점에 또 '적폐'를 꺼내 들었다. 부동산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는 이번 정권에서 벌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에 민심이 펄펄 끓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부동산 시장 안정에 몰두하느라 부동산 적폐 청산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은근슬쩍 전 정권 탓을 했다. 다음날 "성실하게 살아온 국민께 실망을 드렸다"며 떠밀리듯 사과했지만 이날 발표된 전국 공동주택 공시지가 급등 소식(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이후 최고치인 평균 19.08% 인상)에 민심은 더 나빠졌다. 바로 이날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저격수로 불리는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을 서울 동숭동 경실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문 대통령 본인이 적폐의 적통세력인데 대체 무슨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냐"며 내내 쓴소리를 했다. 공시지가와 관련해선 "이 정부는 경실련이 부동산 급등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를 들이대며 '부동산이 안정됐다'더니 공시지가는 왜 이렇게 많이 올랐느냐"며 "정부가 조작된 통계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을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 왔다. 임현동 기자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을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 왔다. 임현동 기자

LH 사태가 왜 불거졌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 얘기부터 하자. 대선 때 했던 분양원가 공개 약속을 뒤집으면서 '주택공사(LH 전신)가 사업자 원리로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공기업에 토지수용권·독점개발권·용도변경권이라는 3대 특권을 준 건 국민 위해 싼값에 집을 공급하라는 취지다. 그걸 장사라고 하니 이때부터 공기업이 드러내놓고 국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했고,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투기에 나섰다. 2004년 당시 주택공사 김진 사장을 만나 '국민을 위한 기업 돼달라' 주문했는데 석 달 후 건설업자한테 뇌물 받아서 구속되더라. "


문 대통령이 적폐, 누굴 청산하나
노·문, 보수가 안정시킨 집값 올려
무능·탐욕·이념실험에 국민 고통
LH 사태 전 정권 탓은 오만의 끝
공시가, 정부의 통계 조작 보여줘

문 정부는 어떤가. 
"조국 초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인사 실패가 부동산 실패로 이어졌다. 재산 많은 게 죄는 아니지만 본인이 깨끗하지 않으면 공직을 탐해서는 안 된다. 청렴과 정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사람이어야 공무원을 부릴 수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 상당수가 신고재산만 52억원인 조국처럼 국정 경험 없는 시민운동 출신의 부동산 부자, 강남 부자다. 능력은 둘째치고 ^삶이 이중적이고 ^이념에 함몰되고 ^우물 안 개구리인 사람들 말을 관료가 들을 리 없다. 힘 있는 사람들이 감시나 뒤탈 없이 불로소득성장을 누리는데 어떻게 LH 직원들에게만 청렴을 바랄 수 있나. "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은 집값 상승 그래프를 설명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급상승한 집값(왼쪽 붉은 선)은 이명박 정부(푸른 선) 때 잡혔다가 문재인 정부(오른쪽 붉은 선) 때 다시 치솟았다. 임현동 기자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은 집값 상승 그래프를 설명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급상승한 집값(왼쪽 붉은 선)은 이명박 정부(푸른 선) 때 잡혔다가 문재인 정부(오른쪽 붉은 선) 때 다시 치솟았다. 임현동 기자

박원순 시절 분양가 수직 상승 

보수 정권 탓이라는데. 
"그런 헛소리를 언론이 받아주니 자꾸 저런다. 보수 정권 때는 집값이 안 올랐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9억원이나 오른 집값을 이명박(MB) 정부가 신도시 없이 보금자리주택 정책 등으로 잡았다. 강남 한복판에 30평대 아파트를 3억원대에 분양했다.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싼집이 공급되면 수익성이 없으니 무리한 재건축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답이 있는데 문 정부는 거꾸로 신도시로 집값을 뛰게 만들어서 시장에 나와야할 주택까지 거둬들여 가격 폭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 분양가 공개도 당시 야당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실행하니 참여정부가 마지못해 따랐다. 오 시장은 원가를 공개하고 발산지구를 평(3.3㎡)당 600만원에 분양했는데 박원순 시장이 되고나서 원가공개없이 1200만원(2015년), 2000만원(2019년)까지 뛰었다. 보수 진영은 원가공개를 시장 원리에 안 맞는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이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을 되살린 것이다. 정부를 믿어주면 원가를 통제해 바가지 씌우지 않고 싼값에 집값 공개하겠다는 원가계산준칙이 제대로 작동하니 주택보급률이 50%밖에 안 되던 1970~80년대 개발독재 시절에도 집값 폭등은 없었다. 그걸 박원순 시장이 되자마자 퇴보시켜 집값을 띄웠고, 문 대통령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국민과의 대화를 마친 후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고 있다"며 "부동산은 자신있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국민과의 대화를 마친 후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고 있다"며 "부동산은 자신있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탄핵 계기 시민단체, 정부와 한 몸 돼

왜 노·문 정권에서만 폭등했을까. 
"의도를 갖고 수단을 동원해 집값을 올렸다. 특히 문 정부는 전국을 들쑤셔 토건 공화국을 만들었다. 준비된 정책이 없으니 손쉬운 토건 사업으로 경기를 띄운 거다. "
과한 주장 같다. 
"그럼 이렇게 묻겠다. 이 정도로 집값 올리기가 쉬우냐고. 박근혜 정부 때 나라가 '빚내서 집 사라'고 권해도 안 오른 집값이 왜 이렇게 올랐겠나. "
무능 탓 아닐까. 
"물론 무능 탓도 있다. 무능하니 개발밖에 모르는 관료에 휘둘린다. 관료들이 참여정부를 거치며 이 집권세력들이 공부를 안 해 알맹이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첫 국토부 장관 김현미도 뭘 아나. 취임하자마자 '강남 집값 상승은 투기수요지 공급 부족 아니다'면서 집 팔라더니 정반대로 임대사업자에 특혜 줬다. 이건 투기꾼 총동원령이다. 문 정부 초기 부동산정책은 『부동산은 끝났다』를 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참여정부 땐 국정과제비서관)의 이념 실현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실험을 한 거나 마찬가지다. 김 전 실장은 과거 박 전 시장과 함께 도시재생한다며 서울을 망친 장본인이다. 그런 사람을 문 대통령이 기용해서 서울을 넘어 전국을 망쳤다. "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둘이 같이 추진하던 도시재생 사업을 문재인 정부가 그대로 이어받았다. [중앙 포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둘이 같이 추진하던 도시재생 사업을 문재인 정부가 그대로 이어받았다. [중앙 포토]

시민단체 입김도 세다. 
"맞다. 과거엔 시민단체가 권력을 감시하며 투기를 제어했다. 참여정부 때부터 이게 무너졌다. 2004년 반(反) 탄핵운동을 계기로 특히 참여정부와 참여연대가 한 몸이 됐다. 실력은 없고 출세욕만 가득한 자들이 시민단체 앞세워 권력과 어깨동무하며 행세하다 보니 투기 제어 기능이 사라졌다. 내 편 네 편만 남았다. 참여정부 2기 신도시 발표 후 '그린벨트 훼손 반대 운동을 하자'고 환경운동연합에 제안했더니 '같은 편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오히려 나를 비난하더라. 반면 MB 때 보금자리주택은 분명 좋은 정책인데도 지금 한 자리씩 하는 당시 시민단체 주요 인사들이 '그린벨트는 한 평도 손대면 안 되고, 서민 입장에선 3억원도 비싸다'며 다들 비판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조명래 전 환경부장관 다 그랬다. 변 장관은 그 후 박원순의 발탁으로 SH(서울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할 때 3억원은커녕 바로 옆 동네에 7억원 넘는 바가지 분양을 했다. 경실련이 분양원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심지어 분실했다는 거짓말까지 하며 자료를 숨겼다. 수조 원대의 부당이익을 숨기려고 감추는 거다. 조 전 장관은 재임중 그린벨트 문제에 입도 벙긋 안 했다. 부동산에 관한 한 참여정부 이후 시민단체는 경실련과 나머지, 이렇게 둘로 나뉜다. 국회의원 등 권력자 친구를 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전문가 행세하며 지명도를 높이다가 문 정부 들어선 아예 한 자리씩 차지했다. 조국·장하성·김상조가 다 그런 사람들이다. "
지난 2018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장하성 당시 정책실장(가운데)과 조국 민정수석(오른쪽). 경험없는 시민단체 출신이 부동산을 쥐락펴락하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8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장하성 당시 정책실장(가운데)과 조국 민정수석(오른쪽). 경험없는 시민단체 출신이 부동산을 쥐락펴락하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왜 그런 사람들을 쓸까. 
"노무현 변호사와 문재인 변호사의 삶 자체가 한계다. 삶의 경험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 문 대통령이라고 다르지 않다. 퇴임 후 머물 양산 사저를 놓고 농지 불법 매입 의혹이 일자 '11년간 농부였다'고 한 발언이 평소 생각을 다 드러낸다. 이렇게 신뢰 깨뜨리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

노 정부는 강남만 올렸지만 지금은 전국이 투기판 

대통령이 부동산 적폐 청산을 들고 나왔다. 
"본인이 적폐인데 뭘 청산하나. 임명한 장관들 면면을 봐라. 그리고 내놓은 25번의 대책을 봐라. 적폐의 적통세력이 집권하면서 대한민국호가 침몰하고 있다. 인양해야 할 사람이 침몰을 가속하고 있다. 3기 신도시를 담은 2·4대책이라는 것도 또 부패 공기업 끌어들이겠다는 거 아닌가. "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다. 
"LH 사태 이후 민심 흐름이 달라질 거다. 문 정부 출범부터 부동산은 줄곧 문제였지만 코로나 19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등 여러 이슈가 부동산을 집어삼켰다. 야당이 워낙 죽을 쑤기도 했고. 그러니 점점 더 오만해져서 일을 키웠다. 가덕도 신공항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거 봐라. 특별법까지 만들어 혈세 낭비를 막는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전부 무력화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강남 집값만 올렸지만 문 대통령은 전국 대도시를 투기판으로 만들었다. "
공시지가가 쇼크 수준으로 올랐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문 정부 출범 후 지난해 말까지 3년 반 동안 서울 집값이 78% 올랐다. 정부는 같은 기간 17%란다. 그런데 정작 공시지가는 지난 한 해 동안만 오른 시세를 반영했다며 19.91%를 올렸다. 조사에 연간 세금을 2000억원이나 쓰면서 산출근거조차 대지 않는다. 국가가 조작된 통계로 국민을 호도해온 거다. 정부 말이 다 가짜뉴스다. "

도시재생, 무주택자 세금으로 손혜원 챙기는 격 

신도시뿐 아니라 도시재생도 투기를 부추겼다. 
"도시재생 자체가 잘못된 정책이다. 박원순 전 시장이 김수현과 하던 걸 면밀한 검증도 없이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삼았다. MB 4대강의 두 배가 넘는 50조원을 전국에 뿌리니 투기 바람이 안 불 턱이 없다. 낙후된 자치구는 지자체가 지역민이 낸 세금으로 꾸준히 생활개선을 하면 된다.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곳도 서울시 공동배분 몫으로 충분하다. 세금은 집 없는 사람도 낸다. 그 돈으로 도시재생을 한다는 건, 속된 말로 손혜원(도시재생 정보 이용한 투기 논란이 된 전 의원) 집 고쳐주는 데 무주택자 세금 쓰는 꼴이다. "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기소된 손혜원 의원이 지난 2019년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기소된 손혜원 의원이 지난 2019년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문 정부를 계속 저격하나. 
"박정희부터 김영삼(YS)까지, 집 걱정 없는 시대였다. 그땐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 내 집 장만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정치적 정통성을 떠나 다들 민생을 철저히 챙긴 덕분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만하다. 자기들만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주변에서 그렇게 권력에 취하도록 만든다. 그건 박원순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귀 막고 우쭐대기만 하니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못 챙겼다. 박 전 시장만 제대로 했어도 문 정권이 이 지경은 안 됐다. 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
서울시장과 대통령 순위를 매겨본다면. 
"조순 이후로 따지면 오세훈, 이명박, 박원순 순이다. 대통령은 김대중, 김영삼, 이명박. 박정희 순. 문재인은 압도적인 꼴찌다. 그런 사람을 찍은 책임은 국민에 있다. 심부름꾼을 잘못 뽑은 건 나라 주인인 국민 탓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너무 오만해서 자기들이 심부름꾼인 줄 모르고 국민 위에 군림한 주인인 줄 안다. "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