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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없다, 인플레 걱정 마라…파월의 말, 시장에 통할까

중앙일보 2021.03.19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제롬 파월 Fed 의장

제롬 파월 Fed 의장

미국에서 날아온 ‘수퍼 비둘기’(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이어 18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주가·채권·원화가 나란히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났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물가상승 압력을 낮게 평가하면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게 글로벌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올 성장률 6.5%, 금리 동결”
실업률은 4.5%로 기존보다 낮춰
경기회복 자신감에 시장은 안도
다우 사상 최고, 한·중·일 증시 상승

1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8.51포인트(0.61%) 오른 3066.01에 마감했다. 상승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한때 3090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이 4800억원 넘게 사들이며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6.05포인트(0.64%) 오른 949.83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2일(954.29) 이후 약 한 달 만에 가장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비교

한·미 기준금리 비교

일본 도쿄 증시(1.01%)와 홍콩 증시(1.28%)는 18일 1% 넘게 뛰어올랐다. 서울외환시장에선 달러 약세, 원화 강세 흐름이 뚜렷했다. 이날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6.5원 오른(환율은 내린) 달러당 1123.7원에 마감했다. 원화가치는 이달 들어 달러당 1140원대까지 하락(환율은 상승)했다가 다시 1120원대로 돌아왔다. 이로써 원화가치는 지난 3일(달러당 1120.3원) 이후 보름 만에 가장 비싸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4%포인트 내린(채권값은 오른) 연 1.133%로 장을 마쳤다. 연중 최고였던 지난 15일(연 1.238%)과 비교하면 사흘 만에 0.1%포인트 넘게 내렸다.
 
17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89.42포인트(0.58%) 오른 3만3015.37로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3만3000선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S&P500 지수(0.29%)와 나스닥(0.4%)도 상승했다. 이날 장중 연 1.68%대까지 올랐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자 연 1.62%로 내렸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목표가 멀다. 출구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5%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전망치(4.2%)보다 큰 폭으로 높였다. 올해 실업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낮은 4.5%로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올해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를 넘어선 2.4%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17일 열린 FOMC에선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연 0~0.25%)으로 동결했다.
 
미국 경제성장률

미국 경제성장률

파월 의장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노련했다. 최근 들썩이는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별도의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은 유지하기로 했다. 커지는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선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시장에선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Fed가 하루짜리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장기 시장금리(국채 금리)는 물가상승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물가가 상승하면→장기 시장금리가 오르고→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이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미국 아메리베트증권의 그레그 파란넬로 미국금리본부장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잘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파월 의장은 마에스트로(거장)”라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뭔가) 해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짐 카슨 글로벌매크로전략본부장은 “파월의 기자회견 중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Fed 최선의 비둘기적 립서비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의 등락에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가 일희일비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불안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국채 금리를 Fed가 잡아주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FOMC 위원 상당수는 예측이 아닌 실질적인 진전을 확인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경기부양책 등으로 올해 소비와 고용·인플레이션 등에서 빠른 진전을 기대한다”면서도 “실제 그렇게 될지는 직접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신호를 주기 전까지 ‘테이퍼링’(통화정책 완화 축소)으로 갈 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못 박았다. 
 
실업률이 완전 고용 수준(3.5%)까지 낮아지는 2023년까지는 긴축(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신호도 줬다. 시장에 '숫자에 따라 움직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JP모건은 “Fed가 전망에 기초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회복이 눈에 보이는 시점에서 Fed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비둘기’(통화정책 완화 기조)적 립서비스”라고 평가했다.

파월 발언 하루만 국채금리 장중 1.75%…나스닥 3% 급락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숫자에 움직인다는 말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상황이 급변하면 Fed가 언제든 정책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이야기다. 파월 의장도 “향후 2~3년간 불확실성이 크다”고 언급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로 파월의 발표 다음날인 18일(현지시간·한국시간 19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장중 1.754%까지 올라가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나스닥 지수는 3.02% 급락했다. 다우지수(-0.46%)와 S&P 500지수(-1.48%)도 모두 하락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Fed의 조치는 금리 급등을 억제하는 정도에 불과했다”며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대로 오르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김용범 “금융시장 변동 지속 가능성”  
한편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8일 미국 FOMC 결과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회의에서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국채 시장에서 수급 부담과 맞물려 변동성이 확대하지 않도록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 등으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국채 금리가 들썩이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승호 기자, 세종=조현숙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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