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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음주운전 직원에 정직 아닌 ‘감봉’, 폭행엔 단순 경고

중앙일보 2021.03.18 14:00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임현동 기자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임현동 기자

감사원 감사에서 검찰이 음주운전, 폭행 등을 한 직원들에게 규정보다 낮은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대검찰청 등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소속 A 수사관은 2019년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0.094%로 면허 취소에 해당했다. 이에 포항지청은 이듬해 대검 징계위원회에 중징계(정직 이상)를 요구했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정도의 혈중알코올농도로 음주운전을 한 공무원은 정직 이상, 강등 이하의 중징계 처분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대검 징계위원회는 ‘감봉 2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음주운전의 경위 및 본인과 가족의 투병 사실 등을 고려했다”는 게 이유였다. 포항지청도 이런 결과를 받고 재심사 청구를 하지 않아 A 수사관은 경징계만 받았다.
 

폭행 입건돼도 단순 ‘경고’, ‘주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또 폭행 혐의로 입건된 검찰 수사관에게 규정보다 약한 징계를 내린 사실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대검찰청 B 수사관은 2016년 택시를 가로챘다는 이유로 다른 승객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을 해 경찰에 입건됐다. 이후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검찰 공무원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에 따르면 폭행 혐의로 입건된 뒤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됐다고 하더라도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견책 이상, 감봉 이하 수준으로 징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검은 B 수사관이 2006년에 검찰총장 표창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고, 감찰본부장 ‘경고’로 종결했다. 또 전주지방검찰청, 인천지방검찰청, 의정부지방검찰청도 폭행한 소속 직원의 징계를 징계위원회에 요구하지 않고 단순 ‘경고’나 ‘주의’로 종결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검찰의 자체 징계기준인 ‘검찰공무원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 일부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보다 가벼운 것으로 드러났다. 시행규칙은 총리령이어서 자체 지침은 이보다 완화된 징계기준을 정할 수 없다. 예컨대 100만원 미만의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한 경우, 시행규칙에는 감봉 이상, 해임 이하로 징계하게 돼 있지만 지침에는 견책 이상, 정직 이하로 규정돼 있었다. 300만원 미만의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한 경우에도 시행규칙에 따르면 최소 강등 이상으로 징계해야 하지만, 자체 지침은 정직도 허용했다.
 

지금까지 보관된 ‘바다이야기’ 8만여대

2006년 8월 28일 울산지방경찰청 수사관들이 불법영업을 한 북구 농소동의 한 바다이야기 게임장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6년 8월 28일 울산지방경찰청 수사관들이 불법영업을 한 북구 농소동의 한 바다이야기 게임장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0년대 중반 검경이 압수했던 ‘바다이야기’ 게임기가 아직도 폐기되지 않고 보관돼 있다는 사실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검경은 중독성과 도박성이 심각해 문제가 됐던 ‘바다이야기’를 2006년부터 단속하고 게임기를 압수했다. 압수 게임기 수가 너무 많자 검찰은 한국환경공단에 보관·폐기 업무를 위탁하고, 2009년부터 압수된 게임기를 맡겼다. 그 수만 약 150만대였다. 일부 폐기 조치 등을 해서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전국 45개 창고에 보관된 게임기는 7만8002대다. 감사원은 이 중 일부는 환부(돌려줌)나 폐기 조치해야 했지만, 검찰이 아직도 조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에 법무부 검찰국도 감사했다. 검찰국은 법무부 장관의 직속부대로 불리는 곳이다.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국 정원은 검사 18명, 검사 외 공무원 45명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말 기준으로 검찰국에는 검사 31명과 검사 외 공무원 56명 등 87명이 근무했다. 24명이 초과한 것이다. 이들은 정식 파견 명령 없이 근무하는 등 법무부는 편법으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었다. 법무부는 감사원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수사권 조정, 경제사범 관리제도 강화 등 현안 대응을 위해 검찰청으로부터 일시적인 업무지원을 받은 것”이라며 “인원을 줄여나가겠다”고 답변했다.
 
법무부는 또 2018~2020년 사이 검찰 고위간부의 직책수행경비를 과다하게 편성했던 것으로 감사에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지침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직책수행경비로 최대 153만7000원 받을 수 있지만, 법무부는 월 245만원으로 정했다. 그 결과 문무일·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직책수행경비를 한달에 약 91만원씩 더 받았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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