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상택시 타고 섬에서 섬으로, 동남아 호핑투어 저리가라

중앙일보 2021.03.18 07:00
경남 통영 비진도 미인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습. 북쪽 내항마을과 남쪽 외항마을이 가느다란 모래사장으로 이어져 있다.

경남 통영 비진도 미인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습. 북쪽 내항마을과 남쪽 외항마을이 가느다란 모래사장으로 이어져 있다.

태국 푸껫, 필리핀 보라카이 같은 동남아 휴양지를 가면 ‘호핑 투어(Hopping tour)’를 즐기곤 했다. 배를 타고 작은 섬이나 해변을 넘나드는 여행 방식이다. 코로나19 탓에 동남아를 갈 수 없으니 국내로 눈을 돌려본다. 무려 570개 섬을 거느린 경남 통영이 호핑 투어 여행지로 제격이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해상택시’가 있어서다. 해상택시는 택시처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섬으로 갈 수 있는 신개념 교통수단이자 여행 프로그램이다. 지난 11일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한 세 섬을 다녀왔다. 
 

한려해상 명품마을 - 만지도

오후 1시, 통영항 해양스포츠센터 앞에서 20인승 모터보트를 탔다. 이전까지 통영의 부속 섬을 갈 때와 출발부터 달랐다. 승객 수백명, 자동차가 함께 타는 정기 여객선과 달리 아담한 보트여서 절차가 훨씬 간소했다. 모든 승객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자 배가 출발했다. 통영 바다는 잔잔하고 푸르렀고, 섬들은 겨울의 거뭇거뭇한 기운을 벗어내고 있었다.
통영 해상택시는 섬을 여행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원하는 시간에 20인승 모터보트를 타고 통영 섬을 둘러볼 수 있다.

통영 해상택시는 섬을 여행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원하는 시간에 20인승 모터보트를 타고 통영 섬을 둘러볼 수 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만지도다. 날쌘 보트가 출발 15분 만에 선착장에 닿았다. 인구 30명에 불과한 섬. 고양이가 가장 먼저 반겨줬다. 만지도는 2015년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됐다. 이후 벽화가 그려져 화사해졌고, 게스트하우스, 카페, 식당도 하나둘 들어섰다. 김승만 한국해양소년단 간사는 “통영에 멋진 섬은 많지만 만지도·연대도처럼 아담하면서도 인프라가 갖춰진 곳은 드물다”며 “섬을 산책한 뒤 전복 회, 해물 라면 같은 먹거리도 즐길 수 있어서 여행객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만지도와 연대도를 잇는 출렁다리. 2015년에 완공됐다.

만지도와 연대도를 잇는 출렁다리. 2015년에 완공됐다.

선착장에서 연대도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왼쪽에는 몽돌해변, 오른쪽에는 야트막한 벼랑이 있었다. 만지도는 멸종위기 1급인 ‘풍란’ 자생지다. 국립공원공단이 어렵게 종을 복원해 만지도 산책로에 전시했는데 최근 3포기를 도난당했단다. 그래도 벼랑에 뿌리내린 몇몇 풍란을 볼 수 있었다.
 

꽃향기 그득한 섬 - 연대도

만지도와 연대도는 둘이면서 하나인 다정한 섬이다. 출렁다리가 있어서다. 98m 길이의 다리를 건너 연대도로 들어섰다. 연대도는 만지도보다 조금 크다. 인구는 약 80명. 연대도에서는 섬을 한 바퀴 도는 ‘연대도 지겟길’을 걸었다. 안명덕 한려해상국립공원 해설사는 “지겟길은 이름 그대로 섬사람들이 지게 지고 걷던 길”이라며 “인적이 적으면서 다양한 식생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연대도는 온갖 꽃이 만발해 있다. 여행객들이 유채꽃 만발한 연대도 지겟길을 걷는 모습.

지금 연대도는 온갖 꽃이 만발해 있다. 여행객들이 유채꽃 만발한 연대도 지겟길을 걷는 모습.

출렁다리를 기준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손바닥만 한 밭에 방풍나물과 대파가 파릇파릇하게 올라왔고 유채꽃도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마을을 지나 사람 한 명 간신히 걸을만한 숲길로 들어섰다. 오른쪽으로 짙푸른 바다가 펼쳐졌고, 숲에는 온갖 꽃이 만발해 있었다. 머리 위에서 매화, 진달래가 방긋 웃고 있었고, 발치에는 제비꽃, 산자고 꽃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강렬한 향을 내는 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사스레피꽃. 개구리 알 같은 자잘한 꽃송이가 다닥다닥 붙어서 이파리 밑에 숨어 있었다. 해충을 꼬이는 독특한 향을 내뿜는데 지겟길을 다 걸을 때까지 이 향이 코끝을 떠나지 않았다.
사스레피 꽃.
사스레피 꽃.
산자고 꽃.
산자고 꽃.
현호색 꽃.
현호색 꽃.
지겟길 한 바퀴는 약 1시간 30분 걸렸다. 처음엔 꽃향기에 취해 걸었다면 나중엔 시원한 바다 경치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10~20분, 오곡 전망대를 지나 마을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특히 근사했다.
 

에메랄드빛 해변 - 비진도 

비진도 해변는 한국에서도 가장 맑은 바다로 명성이 높다. 동남아 에메랄드빛 바다가 안 부럽다.

비진도 해변는 한국에서도 가장 맑은 바다로 명성이 높다. 동남아 에메랄드빛 바다가 안 부럽다.

연대도에서 배를 타고 비진도로 이동했다. 10분도 안 걸려서 비진도 외항 선착장에 도착했다. 해상택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섬에서 섬으로 건너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작은 섬을 가는 정기 여객선은 통영항에서만 출발하기 때문이다.
비진도는 생김새부터 남다르다. 하늘에서 보면 모래시계, 아령처럼 생겼다. 북쪽 내항마을과 남쪽 외항마을이 개미허리처럼 가느다란 길로 연결돼 있다. 550m에 달하는 이 길 좌우로 기막힌 풍경이 펼쳐진다. 서쪽은 고운 백사장이고, 동쪽은 몽돌해변이다. 백사장은 파도가 잔잔해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기 좋고, 몽돌해변은 파도가 돌을 간지럽히는 소리가 청아하다. 한 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도 있다는 것도 이채롭다. 
비진도 산호길에서 본 노루귀.

비진도 산호길에서 본 노루귀.

연대도에 지겟길이 있다면 비진도에는 '산호길'이 있다. 산호바다처럼 화려한 바다를 볼 수 있는 길이다. 바다를 뒤로하고 외항마을 선유봉(320m)으로 올라갔다. 비진도 역시 봄꽃이 지천이었다. 진달래꽃, 생강나무꽃이 만개해 있었고 바위틈, 나무 밑동처럼 그늘진 자리에는 노루귀가 피어 있었다. 전망은 산 정상보다 조금 아래쪽 미인도전망대가 더 좋았다. 에메랄드빛 해변과 점점 섬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보배(珍)에 비(比)할 만한 섬’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풍광이었다.
여행정보
해상택시는 통영항 해양스포츠센터에서 탑승한다. 한산도 코스(어른 2만5000원), 연대도·만지도 코스(3만8000원)를 상설로 운영한다. 이동시간을 포함해 한산도는 40분, 만지도·연대도는 2시간 둘러본다. 비진도, 욕지도 등 다른 섬을 가려면 해상택시를 운영하는 한국해양소년단에 문의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통째로 배를 빌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있다.
 
 
통영=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