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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방치한 문재인 정부, 전 정부보다 책임 더 크다“

중앙일보 2021.03.18 05:00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똑같아요. 연금개혁에 다 손을 안 댔습니다. 연금의 재정 불균형은 시간이 가면 커지니까, 이를 방치하고 있는 문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어요."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개혁 논의가 실종됐다"며 "이로 인해 미래 지급 가능성 불안이 커지고 국민연금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학회·조세재정연구원 공동세미나
오건호 위원장, 연금개혁 실종 비판
소득대체율 고정, 보험료 9%→12% 제안
기초·국민·퇴직연금 구조개혁 병행해야


 
오 위원장은 19일 한국연금학회·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 '초고령사회 공·사 연금개혁' 공동세미나에서 공적연금의 재구조화와 재정 문제 대안을 발표한다. 오 위원장은 발표에 앞서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 정부의 연금개혁 방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현 정부가 연금개혁을 사실상 방치하는데, 이렇게 되면 2023년 재정재계산 때 개혁의 강도가 올라가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도 깔아놓고 가야 하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인구와 경제 변화를 따져 제도를 개혁하게 돼 있다. 2018년 4차 재정재계산을 했고, 이에 따라 정부가 '사지선다형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거기서 논의가 멈춘 상태다. 지금은 정부도 국회도 연금개혁을 얘기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기금이 2057년 다 소진되고 그 이후에는 소득의 25%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당시 정부는 4가지 안을 제시했다. ①현행 유지 안이다.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이다. ②국민연금은 그대로,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는 안이다. ③소득대체율을 45%로, 보험료를 12%로 올리는 안이다. ④소득대체율을 50%,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안이다. 
 
오 위원장은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일부 안은 하위계층 노인의 노후소득보장을 배제했고, 일부는 보험료를 올린다고 했지만 소득대체율을 올리게 설계돼 있어 재정 안정 효과가 나지 않는다. 지금의 불균형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단기 개혁과 중장기 개혁을 병행하자고 제안한다. 단기 개혁은 소위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말한다. 소득대체율은 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 국민연금의 비율을 말한다. 오 위원장은 재정 안정을 위해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두고 보험료만 12% 올리는 모수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현행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려면 필요 보험료가 20%인데, 현실적으로 여기까지 올리기는 힘들다. 단계적으로 12%까지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와 별도로 구조개혁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소득하위 70% 이하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30만원)을 저소득 노인 쪽에 집중해 최저보증연금으로 바꾼다. 보통은 소득하위 50% 이하에 집중한다. 설계 방식에 따라 소득하위 50~70% 노인은 기초연금을 일부 받게 할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30%로 낮출 것을 제안한다. 현행 국민연금은 고소득 구간 가입자가 낸 돈보다 적게 받고 저소득 가입자가 더 받게 돕는다. 소득재분배 기능이다. 오 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을 30%로 낮추되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 방식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이럴 경우 최고 구간 소득자의 연금은 변함이 없지만 그 아래 구간은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구조를 뜯어고치면 지금보다 저소득층은 노후 연금총액이 올라가고, 중상위층은 줄어든다. 중간계층은 줄지 않게 설계할 수도 있다. 오 위원장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 위원장은 "구조개혁의 전제는 실시간 소득 파악이다. 한국에는 거의 모든 소득 원천 자료가 있다. 과세당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재래시장 등의 일부 현금거래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줘서 전자거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시간으로 소득이 파악돼야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기피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중앙포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중앙포토

 
오 위원장은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는 연금 관련 상황을 있는 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속 가능하게 제도를 개혁한다. 그래야 제도 신뢰가 올라간다"며 연금의 '탈(脫) 정치화'를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은 인구·경제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소득대체율을 내리거나 연금 수령개시 연령을 늦추는 탈정치화 개혁을 추진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에선 서구 방식을 도입하기 어렵더라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제도의 실태를 직시하는 게 탈정치화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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