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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연봉으로 기적 연출한 '언더독' 삼성 스포츠단

중앙일보 2021.03.17 18:09
정규리그 4위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뤄낸 용인 삼성생명 선수단. [연합뉴스]

정규리그 4위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뤄낸 용인 삼성생명 선수단. [연합뉴스]

 
 삼성 스포츠단 일원인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가 여자 프로농구 정상에 섰다.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4대 스포츠에 걸쳐 5개 팀을 가진 삼성 스포츠단 소속팀의 리그 우승은 7년 만이다. 2014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 삼성생명
삼성 스포츠단 리그 우승 7년만
선수들 투혼에 모기업이 답할까

 
 이른바 ‘삼성 왕조’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4년 연속으로 통합 우승했다. 남자배구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2007년부터 챔프전 7연패를 달성했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을 표방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급성장하던 시절, 삼성 스포츠단은 적극적인 투자로 종목을 호령했다.
 
 2014년 삼성 스포츠단은 운영 주체가 개별 기업에서 제일기획으로 일원화됐다. 각 구단이 버는 만큼 투자해 자생력을 찾으라는 취지의 개편이었다. 스포츠 산업 선진화라는 좋은 취지에도, 국내 스포츠 산업은 그럴 만한 규모의 시장을 만들지 못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투자만 줄었다.
 
 국내 스포츠는 투자 대비 효과가 작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삼성은 2005년부터 10년간 프리미어리그 첼시 스폰서를 맡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톱 스폰서였다. 이런 글로벌 스포츠 투자도 전과 같지 않다. 이미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인이 아는 마당에 굳이 투자할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있다. 이런 움직임은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농단 사태 이후 더 가속하는 분위기다.
 
 프로야구 삼성 선수단의 지난해 운영비는 237억원이다. 2015년(423억원)의 절반에 가깝다. 예산을 줄이고 잘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프로배구 삼성화재는 올 시즌 창단 이후 처음으로 리그 최하위다. 다섯 번 중 한 번밖에 못 이겼다.(5승 26패)
 
 이런 상황에서 여자 프로농구는 특이 사례다.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은 14억원이다. 삼성생명 연봉 총액은 11억4000만원으로, 6개 팀 중 최저다. 이런 가운데 삼성생명은 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챔피언이 됐다. ‘35세 베테랑’ 김한별, 김보미가 몸을 던졌다.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은 시즌 3위(2승 2무)로 선전 중이다. 이렇다 할 선수 영입이 없다. 팀 안팎에선 선전 비결이 “수원 삼성 출신 박건하 감독이 선수들에게 ‘수원 정신’을 심어준 것”이라고 한다. 시즌 초반 선수들은 “올 시즌 목표가 우승”이라고 말했다. 한때 호화군단이었던 수원이 삼성생명의 ‘언더독 반란’에 고무된 건지도 모르겠다.
 
 여자 프로농구 챔프전 5차전을 앞두고 임근배 감독은 “이런 기회에 선수들이 해주면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감독이 꺼낸 ‘이런 기회’와 ‘선수들이 해주면’과 ‘여러 가지’가 무엇을 뜻할까. 스포츠에 몸담았던 이들은 눈치챌 만한 얘기 아니던가. ‘선수들이 해줬다’고 모기업이 투자로 응답할지 미지수다. 주축 선수인 배혜윤, 윤예빈, 김단비는 이번에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이달에만 삼성생명 선수단 사진이 삼성그룹 사내 내부망 ‘녹스 포털’ 메인 화면을 두 차례나 장식했다고 한다. 구단에는, 아니 삼성 스포츠단 전체에 긍정적인 신호일까.
 
농구팀장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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