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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혁신학교 올해 신설 18곳 중 강남 '0'…10년째 기피 이유는

중앙일보 2021.03.17 16:54
학부모들이 지난 2019년 7월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신설 마곡2중 예비혁신 지정 결사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학부모들이 지난 2019년 7월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신설 마곡2중 예비혁신 지정 결사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올해 서울에 혁신학교 18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강남‧서초에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을 시작으로 올해 10년째를 맞은 ‘서울형 혁신학교’가 교육열 높은 강남지역과 고교를 중심으로 기피 현상이 이어지면서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지역에 신규 지정된 혁신학교는 초등학교 12곳, 중학교 3곳, 특수학교 3곳이다. 초등학교는 동대문구‧관악구에 각각 3곳, 강서구 2곳, 노원‧광진‧마포‧송파에 1곳씩, 중학교는 동대문‧용산‧송파에 각각 한 곳씩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서울 혁신학교 10년 새 8배 증가

2009년 경기도에서 시작된 혁신학교는 진보교육감의 역점사업 중 하나다. 서울에는 2011년 29곳이 문을 열었고, 올해 239곳으로 8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이중 강남 지역 학교는 9곳, 서초는 3곳으로 전체 5%에 불과하다. 이들 중 일부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조희연 교육감이 임의로 지정한 신규 설립 학교다. 일반 학교가 혁신학교로 전환하려면 학부모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당시 신규설립 학교는 교육감이 임의로 지정할 수 있었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꺼리다 보니 학교를 신설‧전환하는 과정에서 교육청과 갈등을 빚는 일도 잦다. 지난해 12월에는 교육청이 서초구 경원중과 강동구 강동고를 마을결합 혁신학교로 지정했다가 학부모 반대로 취소했다. 
 
앞서 지난 2018년 송파 헬리오시티 내 신설 초‧중학교 세 곳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다 주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한발 물러선 조 교육감은 이들 학교가 1년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한 뒤 계속 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지만, 1년 뒤 혁신학교로 가겠다는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2019년에도 강남 대곡초‧개일초가 혁신학교로 전환하려다 학부모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게시된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철회 촉구 현수막. 뉴스1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게시된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철회 촉구 현수막. 뉴스1

혁신학교 기피 이유는 학력저하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보통 혁신학교는 입시와 지식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활동 등 학생 중심 교육을 한다. 교사 재량에 따라 중간고사·기말고사를 치르지 않는 학교도 있다. 그러다보니 학부모 사이에선 ‘혁신학교 가면 공부를 안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대입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는 고교에선 혁신학교 전환을 더욱 꺼린다. 서울에 있는 혁신학교 239곳 중에 고교는 5.9%(14곳)뿐이다. 강남‧서초에는 혁신고가 한 곳도 없다.
 
전국 학업성취도 결과를 토대로 혁신학교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2016년 교육부의 학업성취도 전수조사 평가에서 혁신고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11.9%로 전국 고교 평균(4.5%)의 두 배가 넘었다. 혁신중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5%로 전국 평균(3.6%)에 못 미쳤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혁신학교가 교육 여건이 낙후된 지역 중심으로 우선 지정된 탓에 나타난 것일 뿐이란 반론도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혁신학교 성과분석‘에 따르면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뒤지지 않았다. 수학과목에서 서울 혁신중 학생의 평균 성적은 98.69점으로 일반중(101.84점)보다 낮았지만, 입학성적과 경제수준 등의 변수를 적용하면 일반중이 98.67점으로 혁신중보다 오히려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지난 2018년 12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뉴스1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지난 2018년 12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뉴스1

혁신학교 발전하려면 ‘질적 성장’ 필요

혁신학교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이 교육청의 소통 방식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청은 혁신 학교 반대 여론을 ‘학부모들의 잘못된 인식’이라고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혁신학교가 학업에 소홀한 학교라는 인식이 팽배한 데, 교육청은 이를 뒤엎을 수 있는 통계 자료라던가 결과물을 제시하기보다 ‘혁신학교의 장점을 알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내부에서도 혁신학교가 질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은 지난 1월 ‘서울 혁신교육 정책 10년 연구’ 보고서에서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비혁신학교 중 자발적으로 혁신학교로 전환하고자 하는 학교는 지원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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