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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게임이 더 스트레스" 십자수·꽃꽂이에 꽂힌 남자들

중앙일보 2021.03.17 15:42
회사원 김모(36)씨가 최근 생화를 구입해 다듬어 폐페트병에 꽂은 모습(위). 아래 사진은 김씨가 만든 꽃다발. 김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십자수, 꽃꽂이 등을 취미생활로 즐기게 됐다.

회사원 김모(36)씨가 최근 생화를 구입해 다듬어 폐페트병에 꽂은 모습(위). 아래 사진은 김씨가 만든 꽃다발. 김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십자수, 꽃꽂이 등을 취미생활로 즐기게 됐다.

 
서울에서 마케팅 관련 회사에 다니는 김모(36)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십자수에 재미를 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출이 여의치 않자 여자친구를 따라 집에서 십자수를 우연히 해본 게 계기였다. 김씨는 17일 “대부분 친구는 온라인 게임을 하는데, 나한테는 게임하는 게 더 스트레스가 쌓이더라”며 “십자수를 해보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의외로 재미가 있어 취미생활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엔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꽃꽂이 수업을 구독하고 있다. 김씨는 꽃꽂이, 십자수를 밖에서 배우라고 했다면 괜스레 창피한 마음에 엄두를  못 냈을 거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배우기 때문에 외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좋다”며 “관련 용품도 온라인몰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보니 주변 동료에게도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은행원 오모(42)씨는 지난달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클래스101'에서 드로잉 수업을 신청했다. 오씨는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같은 사람이 많은지 이런 온라인 강의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십자수, 꽃꽂이, 공예 등 정적인 취미생활을 즐기는 남성이 늘고 있다. 재택근무나 외출 자제로 여가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원예(가드닝), 공예 관련 상품 구매가 급증했다. 그간 '집콕' 취미생활 제품은 여성 고객의 구매가 많았는데 요즘은 남성 고객이 함께 느는 게 특징이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2월 남성 고객의 염색공예품 구매액이 전년 동기간 대비 3배(259%) 이상 증가했다. 십자수(81%), 뜨개실(32%) 등 수예용품도 증가세를 보였다. G마켓에서 꽃이나 야생화를 구매하는 남성도 전년보다 2배 이상(151%) 늘었다. 꽃꽂이를 위한 전지가위 판매는 20% 신장했고, 가드닝 소품과 화분은 각각 20%, 48%씩 더 팔렸다. G마켓 관계자는 “쇼핑몰 로그인시 성별이 남성인 주문자가 주문한 경우로 추려 구매품목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G마켓에서 남성 고객의 구매가 크게 증가한 보석 십자수 제품. [G마켓 제공]

G마켓에서 남성 고객의 구매가 크게 증가한 보석 십자수 제품. [G마켓 제공]

 
11번가에선 캔버스, 물감 등 미술용품을 사는 남성 고객도 늘었다. 11번가 관계자는 “남성 고객의 수족관·관상어 관련 용품 매출도 22% 늘었고, 요즘 20~30대 사이에서 ‘불멍’(불보며 멍때리기)으로 인기가 많은 실내 캠핑난로도 27% 거래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SSG닷컴에서도 남성 고객의 십자수 매출이 55% 증가했고, 뜨개질용품(32%)이나 가드닝·원예(10%) 상품 판매도 늘었다. 
 
이처럼 남녀를 가리지 않고 꽃꽂이, 공예 등이 인기를 끌자 업계는 관련 상품을 더 늘리고 있다. G마켓은 꽃의 잔 가시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용품을 최근 다양하게 출시했다. PVC장갑에 돌기가 나 있어, 장갑을 낀 뒤 꽃의 줄기를 쓸어 내리면  가시가 제거된다. 반려동물을 닮은 양모 펠트 인형 만들기도 내놨는데 남녀 구분없이 잘 팔린다. 반려동물을 닮은 펠트 인형을 선택해 구매하면 양모솜과 니들펠트바늘 등이 설명서와 동봉돼 배송된다.
  
G마켓 관계자는 “외부 활동이 쉽지 않으면서 게임 같은 남성향 취미생활 외에도 힐링할 수 있는 취미로 꽃꽂이, 공예, 수예 등을 선택하는 남성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해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 강의를 들으면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관련 수요 증가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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