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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통일부’ 없앤다는 김여정, 남북 단절 위협해 미국 설득 요구

중앙일보 2021.03.17 11:25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공개한 담화에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북한판 통일부다. 
 

김여정 폐지 예고 조평통은 남북 협상 채널
개점 휴업 금강산국제관광국도 미국과 무관
주민들에게도 담화 알려 실제 행동 가능성
"대남기구 정리 카드로 한국 움직이도록 압박"

지난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기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방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기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방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조평통은 1961년 노동당 외곽단체로 조직돼 대남 통일전선 활동을 하다 2016년 국가기구로 격상돼 남북 대화의 공식 채널 역할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언급했던 “3년 전 봄”, 즉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각종 교류가 이뤄졌을 당시 남측 통일부의 카운터파트였다. 
 
그런 만큼 김 부부장이 조평통을 없애겠다고 나선 건 남북대화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예고다. 단,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폐지를 ‘선언’한 게 아니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종 결정 단계가 남아있다.  
 
북한은 15일 자로 작성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16일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내보냈다. 조평통과 금강산국제관광국, 군사분야합의서 폐기를 예고한 내용을 북한 주민들에게 그대로 알린 것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북한이 추가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한국과 미국을 비난한 김여정의 15일자 담화. [뉴스1]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한국과 미국을 비난한 김여정의 15일자 담화. [뉴스1]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주민들에게 내용을 알렸다는 건 말로만 그치지 않겠다는 또 다른 압박의 일환”이라며 “지난해 6월에도 김여정을 비롯해 당 통일전선부 대변인 등이 나서 담화를 낸 뒤 남북 통신선 차단과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조평통의 경우 지난해 1월 위원장이던 이선권이 외무상(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북한 당국이 후임을 임명하지 않고, 남북 대화가 중단되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금강산국제관광국 역시 2019년 10월 김 위원장이 현지를 찾아 금강산 독자 개발을 지시한 뒤 남북 경협 업무를 추진하기 어려워진 조직이다.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김 부부장 입장에선 대미 채널과 무관하면서도 역할이 축소된 조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대남 압박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 김 부부장이 조평통→금강산국제관광국→남북군사합의서 파기라는 단계적 행동을 ‘친절’하게 예고하고, “중대조치들을 이미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며 공을 김 위원장에게 넘긴 점은 향후 한국 정부의 반응을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이 군사합의서 파기 부분을 언급하면서는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거나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북미 관계 복원을 근본 문제로 생각하면서, 남북 관계는 언제든지 복원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김여정의 담화에 한국을 향한 목소리가 크게 담겨 있지만, 행간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한에 맞춰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라는 ‘역할’을 주문하는 것에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근본 문제라고 강조했던 한ㆍ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 차원에서 미국과 무관한 대남 기관 정리 카드를 활용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의미라는 뜻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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