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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불 지지고, 코에 세제 넣고…中 10대 선수단엔 '왕' 있었다

중앙일보 2021.03.17 05:00
중국 허베이성(河北省)의 운동부에서 10대 소년들이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을 잔인하게 고문한 '학폭 사건'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CMP)와 중국 언론을 종합하면 허베이성 스자좡에 있는 기숙학교에서 체조 꿈나무로 훈련 중인 10세 어린이 5명이 15세 소년 두 명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했다. 
 
샤오카이도 그 중 한명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체조에 재능이 있었던 그는 7세 때 선발돼 기숙학교에서 양성 코스를 밟았다. 3년간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샤오카이는 같은 기숙사의 동갑내기 친구 4명과 함께 허베이성 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학폭' 희생자 샤오카이 등 10세 소년 5명은 허베이성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텅쉰왕 캡처]

'학폭' 희생자 샤오카이 등 10세 소년 5명은 허베이성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텅쉰왕 캡처]

그러나 금메달의 영광 이면에는 '학폭'의 상처가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허베이성 스포츠국 관리센터는 체조·역도·유도 인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숙학교다. 훈련 시기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는 곳이다. 보호자도 매월 초 혹은 매달 말에만 방문이 허용된다.  
 

지난해 9월 말 학교를 찾아간 샤오카이의 어머니는 아들의 몸에서 멍과 담배로 지진 자국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   

피해 학생의 몸이 각종 상처로 뒤덮인 모습. [텅쉰왕 캡처]

피해 학생의 몸이 각종 상처로 뒤덮인 모습. [텅쉰왕 캡처]

영문을 따져 묻자 아들은 한참 만에 사실을 털어놨다. 
 
샤오카이(10)와 같은 기숙사를 쓰던 친구 4명은 옆 숙소에 있던 선배 둘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다. 평소 주먹질과 발길질을 일삼던 왕지에(15)와 류하오(15)는 코치가 대회 참여를 위해 기숙사를 비운 틈을 타 후배들을 잔인하게 괴롭혔다. 감독이 없을 때 왕과 류가 왕처럼 군림했다.   
 
주먹질과 발길질은 시작일 뿐이었다.  

  
가해 학생들은 라이터로 쇠붙이를 달궈 10세 소년 5명의 엉덩이를 지지거나, 담배불로 상처를 냈다. 끓는 물을 머리에 끼얹기도 했다. 막대기로 머리를 때리고, 눈을 찌르거나 세제를 억지로 코와 입에 넣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들을 괴롭힐 때 썼던 도구들.[텅쉰왕 캡처]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들을 괴롭힐 때 썼던 도구들.[텅쉰왕 캡처]

폭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왕과 류는 피해 학생들이 훈련 때 옷을 벗지 못하게 했다. 또 감독·부모가 상처에 대해 물어보면 "훈련 중 생긴 상처"라고 변명하라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피해 학생들은 보복이 두려워 오랫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고 밝혔다. 
 
SCMP는 "피해 학생 일부는 귀 혈관이 파열돼 심각한 청각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피해 학생들의 부모는 학교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조사를 요구했고, 왕과 류는 모든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학교 측은 왕과 류의 부모를 불러 피해자 측과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가해자 측은 오히려 당당했다. 류의 부모는 “아이들은 다 그렇게 크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때도 비슷했다"고 말했다 한다. 반성 없는 태도에 피해자 측 부모는 경찰 신고를 결심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아이들 몸에 난 상처를 '경미한 부상'으로 결론 내렸고 경찰 측은 "형사처벌이 불가하니 양측이 합의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가해 학생 왕과 류는 퇴학 처리됐으나 만 16세 이상부터 형사책임을 지는 중국 형법에 따라 처벌은 면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가해자와 학교, 유관기관까지 피해 아동에 대한 보상과 책임을 회피해 문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처음엔 45만 위안 (7800만원)을 배상할 것을 약속했던 왕의 부모는 돈 낼 능력이 없다고 말을 바꾸며 6만5000위안(1100만원)만 배상했다. 류의 부모는 시종일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며 피해 학생 측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피해자 한 명의 어머니인 챠오치전은 인터뷰에서 "이들의 태도는 우리를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다시 허베이성 체육국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중국 현지 언론은 "허베이성 체육국 측은 명확한 결과를 제시하지 못한 채 현재 사건 처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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