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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노출땐 키도 안큰다” 코로나+황사에 우는 학부모들

중앙일보 2021.03.17 05:00
지난 15일 저녁, 한 온라인 맘카페에 '아이들 학교 보내냐'는 질문 글이 다수 올라왔다. 맘카페 캡처

지난 15일 저녁, 한 온라인 맘카페에 '아이들 학교 보내냐'는 질문 글이 다수 올라왔다. 맘카페 캡처

"기사에서 본 만큼의 황사가 오면 세 아이 모두 학교 못 보냅니다."

 
한 온라인 맘카페의 지난 15일 게시판은 걱정과 한숨이 가득해 보이는 글들이 이어졌다. "내일 최악의 황사라는데, 애들 학교 보내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에 달린 댓글이다. 16일 고농도 황사 예보는 전국의 엄마들에게 걱정거리를 더했다. 맘카페엔 "무서워서 아이들 등원·등교를 못 시키겠다"는 걱정이 쏟아졌다.
 

“학교 결석 방법 알려주세요”

카페에서는 자녀가 학교에 결석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기저질환이 있다는 한 아이의 학부모는 "둘째가 알레르기에 비염, 축농증까지 와서 오늘 병원에서 서류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의사 소견서는 못 받는데 혹시 담임 선생님께 어떻게 말하면 되냐"고 조언을 구하는 학부모의 글에는 "체험학습을 하겠다고 말하면 된다"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황사가 예보된 3월은 ‘잔인한 달’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에 지칠대로 지친 학부모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등교일인) 내일만 기다렸는데 황사라니 너무 잔인하다"라고 심정을 밝힌 글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현재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생, 고등학교 3학년생은 매일 등교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의 등교 일수는 일주일에 2~3회 혹은 격주, 3주 가운데 2주 등으로 짜여 있다. 오랜만에 등교하는 학생에겐 황사로 결석하게 될 경우 아쉬움은 클 수 밖에 없다.
 

"공기청정기 틀고 환기도 함께"

지난 15일 황사로 뒤덮인 베이징 풍경. AP

지난 15일 황사로 뒤덮인 베이징 풍경. AP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작동시키지 않았던 공기청정기 사용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공기청정기가 작동하지 않는 학교에 자녀가 등교하는 것을 망설였다. 최근엔 다시 미세먼지와 황사 걱정으로 공기청정기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학부모의 항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코로나19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을 수도 없는 게 학부모들의 심정이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15일 “공기정화장치가 가동 가능함에도 미가동한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공기 질 관리에 온 힘을 쏟아달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여주시의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원래 코로나 19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못 틀었는데, 오늘 황사와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무풍으로 틀면서 환기도 함께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정말 답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작년까진 공기청정기 가동을 못 시켰지만, 요즘은 공기청정기를 계속 가동하고 쉬는 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식으로 학교 방역 대책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16일 예보된 정도보다는 고농도 황사 유입이 심하지 않아 학부모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초등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김모(38)씨는 "등교 안 시키려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날씨가 너무 청명했다"며 "학교에서 공기청정기도 틀어준다 하고, 체육 수업도 실내에서 진행한다 해서 그냥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깐의 안심일 뿐이다. 당분간 코로나19, 황사, 미세먼지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다.
 

“마스크 잘 쓰고 미세먼지도 잘 걸러내야”

16일중국발황사농도전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6일중국발황사농도전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록호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예보관은 “다행히 고농도 황사의 경우 오전에 상층으로 대부분 빠르게 지나갔다"면서도 "대체로 '나쁨' 수준이지만, 군데군데 '매우 나쁨' 수준인 지역도 있다. 모레까지는 황사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보통 황사는 '미세먼지'로 농도를 판단하게 된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사는 말 그대로 모래바람이다. 호흡기에 들어가면 큰 기관지에 붙어 자극되지만, 입자가 크기 때문에 미세먼지보다는 낫다"며 "중국에서 황사가 들어올 때 미세먼지가 꼭 같이 들어오는데, 아이들이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키가 크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의 경우 폐암, 만성 폐 질환, 뇌졸중, 그리고 치매까지 이어진다"며 "당장은 밖에서 마스크를 잘 쓰고 집에 있는 미세먼지도 잘 걸러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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