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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기 의혹 2주 만에 특검·국조 합의

중앙일보 2021.03.17 00:08 종합 1면 지면보기
여야가 ‘LH 사태’ 등 신도시 투기 의혹을 파헤칠 특검과 국정조사에 16일 전격 합의했다.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한다. ‘LH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2주 만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에 대한 강력한 전수조사는 물론,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검법 처리 시한은 3월로 못 박았다. 주 원내대표는 “3월 회기 중에 LH 특검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법안 공동발의에 민주당이 즉각 협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 국회의원 전수조사 뜻 모아
문 대통령 “국민께 심려 송구” 사과

조사 대상·범위 놓고 여야 수싸움
내년 대선까지 파장 이어질 듯
문 대통령, 사과하며 또 적폐 거론
심상정 “짤막한 반성문에 당혹”

애초 특검을 주장했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늦게나마 현명한 결정을 해줘서 다행이다. 국정조사 제안도 수용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직무대행은 “국민의 의혹 어린 시선도 이번 기회에 씻어내야 한다”며 “민주당은 어떤 정치적 거래도 없이, 오직 진상을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선 “호랑이 등에 탔다”는 말이 나왔다.  
 
여당 “MB·박근혜 때도 특검” 야당 “청와대도 전수조사 포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왼쪽 둘째)이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왼쪽 둘째)이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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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LH 특검’은 민주당이 제기했지만 국민의힘이 ‘선(先) 검찰 수사’를 주장하며 답보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이 특검 도입을 수용하면서 전수조사와 국정조사까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특검을 통해 수세 국면을 돌파해 내겠다는 민주당과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겠다는 국민의힘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특검 수사 진척에 따라 가깝게는 4·7 재·보선은 물론 내년 대선까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검 임명부터 조사 대상, 범위 등을 놓고 여야는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당장 특검 수사 범위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개발지구를 포함하느냐를 두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상관없다, 될수록 넓게 하면 좋다”고 하지만, 정작 국정조사 대상으로는 경기도 광명·시흥,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만 골라 거론했다.
 
의원 전수조사를 두고도 신경전이 팽팽하다. 일단 전수조사 대상을 두고 양당은 의원 본인과 직계존비속에 이어 지자체장·지방의원 같은 선출직 공직자를 포함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청와대 및 공공기관도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청와대 조사는 국회 권한이 아니다”며 반대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같은 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특검 도입 및 국회의원에 대한 전수조사에 합의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같은 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특검 도입 및 국회의원에 대한 전수조사에 합의했다. 오종택 기자

국회가 특검 등을 두고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 문 대통령은 ‘LH 사태’에 대해 처음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의 부패 구조를 엄중히 인식하며 더욱 자세를 가다듬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고자 한다”며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했다.
 
다만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적폐 청산’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불공정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반응은 냉랭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야당의 요구나, 국민 3분의 2 여론에 등 떠밀리기 전에 사과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LH 사태를 단순히 부동산 적폐로 치부하며, 책임을 비켜나가시려는 모습은 여전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범여권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대통령의 짤막한 부동산 정책 반성문을 보며 당혹스러웠던 사람은 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부동산 적폐는 예전 정부부터 누적된 것이지만, 이번 공직자들의 부패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라고 규정했다.
 
반면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대통령님의 결연한 의지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평소라면 기득권의 저항으로 요원했을 부동산 개혁이지만, 온 국민이 부동산 불로소득 혁파를 요구하는 지금은 역설적으로 부동산 개혁의 결정적 기회”라며 “그야말로 최대치의 강도로 개혁에 돌입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한편 ‘LH 사태’와 관련해 정부 합동조사단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늦게 제출해 지난 1차 발표(11일)에서 빠졌던 27명(국토교통부 1명, LH 26명)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는데, 투기 의심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 2일 참여연대 등이 13명의 투기 의혹을 폭로했고, 열흘 넘게 이어진 정부 조사에선 7명의 추가 투기 의심 사례만 알아낸 셈이다. 배우자와 가족 거래, 차명거래 등은 전혀 들여다보지 못한 맹탕 조사라는 비판이 또 나왔다.
 
오현석·윤성민·남수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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