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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배터리 자급선언’…K-배터리 시총 7조 증발

중앙일보 2021.03.17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토마스 슈말 폴크스바겐 이사는 15일 독일에서 개최한 ‘파워데이’ 행사에서 사실상 배터리 자급을 선언했다. 이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 주가가 급락하며 시총 7조원이 증발했다. [사진 폴크스바겐]

토마스 슈말 폴크스바겐 이사는 15일 독일에서 개최한 ‘파워데이’ 행사에서 사실상 배터리 자급을 선언했다. 이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 주가가 급락하며 시총 7조원이 증발했다. [사진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설계·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잇따른 배터리 자급 선언이 한국 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30년 자체 배터리 80% 탑재”
유럽에 공장 6곳 세워 수직 계열화

파우치형 대신 중국식 각형 채택
완성차 업체들 배터리 독립 노려
스펙 요구도 늘어 K-배터리 고민

‘폴크스바겐 쇼크’에 이날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3사(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의 시가총액은 약 7조원 증발했다.
 
15일(현지시간) 토마스 슈말 폴크스바겐 이사(기술부문)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개최한 ‘파워데이’ 행사에서 “‘유니파이드 셀’이라는 신규 통합 배터리 셀을 2023년부터 도입해 2030년에는 전체 전기차 모델의 80%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폴크스바겐은 자체 전기차 플랫폼(MEB)에 탑재할 배터리 공장 6곳을 유럽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폴크스바겐 ID.3

폴크스바겐 ID.3

폴크스바겐이 자체 생산하기로 한 유니파이드 셀은 LG·SK의 파우치형과 달리 각기둥(각형) 형태다. 각형 배터리이기 때문에 날렵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전기차 플랫폼에 곧장 끼워 넣을 수 있다. 중국 기업 CATL이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셀 투 팩’(Cell to pack) 배터리 기술의 확장판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완성차 메이커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최근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며 “‘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배터리 효율을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지난해 3월 자체 개발한 배터리 및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분리 전 법인인 LG화학과 GM이 공동개발한 얼티엄 배터리는 초기 개발 때부터 GM의 자체 플랫폼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설계됐다. 얼티엄 배터리 관련 특허 상당수는 GM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역시 배터리를 자체 설계하되 중국업체에서 납품받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급락한 K-배터리 주가

급락한 K-배터리 주가

완성차 메이커들이 전기차 자체 전용 플랫폼을 들고나오면서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의 요구에 맞춰 배터리 사양(스펙)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각형 배터리를 제작하는 삼성SDI와 달리 파우치형 배터리에 주력해 온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이노베이션은 형태를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파우치 셀을 납품해 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단기 불확실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배터리 업체 임원은 “파우치형에 맞춰 대규모 시설투자를 진행한 상황에서 각형에 맞추려면 기술도 새로 개발하고 시설도 바꿔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배터리 기술 자체에 대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완성차업계와의 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폴크스바겐 쇼크’에 이날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3사의 시가총액은 전날보다 6조9089억원 증발했다. LG화학 주가는 전일 대비 7.75%(7만5000원) 내린 89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하루 새 5조2944억원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보다 5.69%(1만3000원) 하락한 21만5500원으로 마감하며 주가가 올해 들어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각형 배터리를 생산 중인 삼성SDI 주가는 0.87%(6000원) 하락하며 68만원을 기록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폴크스바겐의 파우치형 2차전지 주요 공급사인 LG와 SK에게는 부정적인 소식”이라며 “2025년부터 한국 2차전지 배터리 업체의 폴크스바겐 내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민·황의영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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