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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휴가 필요한가…맞은 의사들 “몸살처럼 하루 앓았다”

중앙일보 2021.03.17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서울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감염에 취약한 외국인 근로자 및 변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은 해외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서울 구로역 광장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외국인 근로자 등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서울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감염에 취약한 외국인 근로자 및 변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은 해외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서울 구로역 광장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외국인 근로자 등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주사 맞은 사람 거의 모두에게서 열·근육통·오한 중 증상 하나는 무조건 나타났어요. 같은 과 간호사들도 전부 열이 펄펄 나서 병동 전체가 ‘불바다’가 됐습니다.”
 

AZ 맞은 의료진 13명에 물어보니
“열·근육통·오한 중 하나는 나타나
36시간 후 이상증세 거의 사라져
보건당국, 증상 더 정확히 알려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의사 조모(31)씨가 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경험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국민이 안심하고 접종에 참여하도록 백신 휴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백신 접종 후 증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의료진 13명에게 접종 후 증상을 물어본 결과 대부분이 “거의 하루 정도는 심한 몸살기로 끙끙 앓는다”고 답했다.
 
접종 후 12시간 즈음부터 열과 근육통, 오한 등 몸살기가 나타났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13명 중 9명은 “해열제를 주기적으로 먹었는데도 심한 몸살기를 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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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중소병원 의사 이모(35)씨는 “접종 후 체온이 38.9도까지 올라갔다.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픈 상황에서 ‘좀비’처럼 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 이모(33)씨는 “독감에 걸린 수준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호소도 있었다. 지방의 한 대형병원 의사 최모(31)씨는 “접종 13시간 뒤인 새벽부터 온몸이 으슬으슬하고 아파서 깼다. 겨울에 감기도 잘 안 걸리는데 이번에는 통증이 심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고 말했다.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김모(28)씨도 “백신을 맞은 뒤 타이레놀을 먹고 퇴근해 바로 잤는데도 새벽 3시부터 춥고 덜덜 떨려서 잠을 깼다”고 전했다.
 
이상 증세는 대부분 접종 후 36시간 이내에 사라졌지만, 더 오래 지속한 경우도 있었다. 의사 김모(28)씨는 “8일 오후 6시에 백신을 맞았는데 이틀간 아프다가 11일 낮부터 좋아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맞아서 남들보다 오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접종 후 증상은 몸살기, 관절통, 열과 두통에 동반되는 눈·귀 이상 등 다양했다. 눈 핏줄이 터지는 느낌이 들거나 귀 고막이 따끔거리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접종 직후 약간 어지러웠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젊은 사람의 이상 증세가 더 뚜렷하고, 나이가 들수록 덜하다’는 온라인 속설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지역 의료기관 의사 허모(32)씨는 “주변에서 가장 증상이 심했던 사람 중 2명은 50대”라며 “젊은 층이 더 심하게 앓는 경우도 있지만 명확하게 나이로 증상의 강도가 결정되진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은 보건당국이 접종 후 증상을 보다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독감 백신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신체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의사는 “‘경증 반응은 자연히 사라지니 문제 없다’고 강조하기보다는 ‘접종 직후 하루 정도는 무조건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방 의료원 의사 이모(31)씨는 “백신을 맞고 안 아픈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대부분 심하게 아팠다”며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열 나는 사람들로 온 나라가 패닉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접종 전 설명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다양한 정보를 미리 알려줘야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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