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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남한에 ‘떼떼’ 비난했는데…통일부 “남북관계 개선 입장 불변”

중앙일보 2021.03.17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김여정

김여정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3월 8~18일)을 강하게 비난한 것과 관련해 통일부가 16일 “한·미 연합훈련이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밝혀 대북 저자세 논란이 일었다.
 

한·미훈련 반발, 군사합의 파기 위협
미국엔 “잠 설칠 일 만들지 말라”
블링컨 “매우 익숙한 코멘트” 응답

김여정이 15일자로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는 제목의 대남·대미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전했다. 김여정은 “남조선 당국자들은 이번 연습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컴퓨터 모의 방식의 지휘소 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며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3월의 봄 계절에 따뜻한 훈풍이 아니라 스산한 살풍을 몰아오려고 작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생적 바보’ ‘떼떼(말더듬이의 황해도 방언)’ ‘미친개’ 등 원색적 표현도 썼다.
 
김여정은 향후 대남 대화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등 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앞의 두 조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고한 상태고, 군사합의서 파기는 예견된다고 했다. 김여정은 또 “(바이든 행정부가)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매우 익숙한 코멘트”라며 “내가 실제 관심 있는 건 미국 우방과 동맹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여정 담화는 한국이) 한·미 ‘2+2 회의’에서 미국의 원칙적 대북정책 대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남북 대화·협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득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하루 전날 이를 공개한 건 시점을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고 비핵화 대화가 이른 시일 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정부는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말로 (김여정) 담화에 대한 입장을 대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적대 관계 해소는 이미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에서 합의한 내용”이라며 “합의 이행은 대화에서 시작돼 협상에서 마무리되고, 협력을 통해 확대된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미 연합훈련의 마무리 시점,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2+2 회의) 등을 앞두고 나온 데 대해 유의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한을 계기로 북한 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수·박현주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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