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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이 나이에 상상 못해…후보된 것만도 상 탄 거라 생각”

중앙일보 2021.03.16 15:46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노미네이트 됐으니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후보된 것만으로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된다.”

15일 밤 귀국, 자가격리 중에 소감 전해
"경쟁 싫어해…올림픽 선수 괴로움 알 듯"
"응원 감사, 힘 닿는다면 시상식 가고싶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74)이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한 소감이다. 캐나다 밴쿠버 촬영 일정을 끝내고 전날 밤 한국에 도착한 그는 모처에서 휴식하며 코로나19로 인한 2주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15일(현지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최 측은 윤여정을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속편’),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등과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로 호명했다.
 
세계적인 배우들과 트로피를 겨루게 된 윤여정은 “그간 응원이 감사하면서도 솔직히 부담스러웠다”면서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자신은 경쟁을 싫어한다면서 “사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다.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거듭 말했다.  
올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들. 왼쪽부터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속편’),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윤여정('미나리'). [AP=연합뉴스]

올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들. 왼쪽부터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속편’),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윤여정('미나리'). [AP=연합뉴스]

 
재미교포 2세 정이삭(리 아이작 정·43) 감독의 자전적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돌아봤다. 그는 “교포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 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 주는 제 친구 이인아 PD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독일 교포 출신의 영화제작자 이인아 프로듀서는 윤여정에게 '미나리' 시나리오를 건네준 인물. 그의 설명에 따르면 두 사람은 함께 자가격리 중이고 어제 소식을 같이 들었다고 한다. 윤여정의 이름이 마지막에 호명되자 이 PD가 울더라는 것. 반면 윤여정은 “멍해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고 제작사 A24를 통해 외신에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윤여정은 “응원해준 이들에게 감사한다”면서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는데 제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 보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가 1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사진은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속 출연진. 왼쪽부터 스티븐 연, 앨런 김, 윤여정, 한예리, 노엘 게이트 조. [사진 A24]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가 1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사진은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속 출연진. 왼쪽부터 스티븐 연, 앨런 김, 윤여정, 한예리, 노엘 게이트 조. [사진 A24]

그는 앞서 A24를 통해 내놓은 소감에선 그간 미국 평단이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라며 쏟아낸 찬사에 대해 “일종의 스트레스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로 불리는 것이 칭찬이라는 것을 알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메릴 스트리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이고, 저는 단지 한국의 윤여정이다. 모든 사람은 다르고, 나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힘과 에너지가 있다면 일생의 경험이 될 수 있는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LA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상·남우주연상(스티븐 연) 등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미나리’의 수상 여부는 다음달 25일 시상식에서 가려진다.
 
한편 올해 주·조연상 후보 20명 가운데 비백인이 9명에 이를 정도로 아카데미에서 다양성이 두드러졌다고 AP통신·CNN 등이 짚었다. 실제로 스티븐 연이 첫 아시아계 미국인 후보로 오른 남우주연상 부문에선 첫 파키스탄계 후보인 리즈 아메드(‘사운드 오브 메탈’), 지난해 사망한 흑인 배우 채드윅 보스먼(‘마 레이니스 블랙 바텀’) 등 5명 중 3명이 유색인종이다. 감독상에선 클로이 자오(‘노매드랜드’)와 에메랄드 페넬(‘프라미싱 영 우먼’)이 함께 올라 처음으로 여성 후보가 2명 됐다. 중국계인 자오 감독은 작품상·각색상·편집상 후보에도 올라 4개 부문으로 역대 아시아계 여성 가운데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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