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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호주 싸우는 지금이 기회" 러시아가 노리는 것

중앙일보 2021.03.16 10:00
중국 정부가 요즘 골몰하고 있는 게 있다.  
 
다름 아닌 석탄 수입처를 다각화하는 일이다. 친환경 신에너지국으로 나아가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여전히 석탄 수요가 많아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이 ‘석탄 고민’을 하게 된 것은 호주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탓이 크다.  
 
지난해 초부터 호주와 정치적으로 부딪치기 시작해 지난 10월, 호주산 석탄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간 '호주산 석탄에 기대왔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호주에서 대량으로 석탄을 수입해왔다. 하지만 갑자기 수입을 금지하는 바람에 지난 겨울 석탄 부족으로 호되게 곤욕을 치르고 말았다. 석탄 수입처 다각화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중국이 우선 돌아본 곳은 몽골, 인도네시아 등이다. 이곳에서 석탄 수입을 늘리는 한편 중남미 대륙 콜롬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도 석탄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국내 생산도 늘리려 고심 중이다. 
 
러시아의 한 광산 [중앙포토]

러시아의 한 광산 [중앙포토]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콜롬비아는 너무 멀어서 대량으로 수입하기 부담스럽고, 남아공산과 몽골산 석탄은 호주산에 비해 품질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석탄 수입처 다각화가 정말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상황”(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ㆍSCMP)이다. 운송이 쉬운 데다 품질 좋은 석탄의 공급량이 많은 호주와 비교할 만한 곳이 없다는 한숨이 나온다.  
 
그런 중국이 러시아의 눈에 들어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중국은 현재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러시아는 지난해 5월 이후 중국과의 무역에서 내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CMP는 “러시아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말 58억 4000만 달러에 달했다”며 “석유와 가스 수출은 감소한 반면 기계 및 장비 수입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 회복 덕분에 구리 수출 등이 늘어서 그나마 이 정도 수준”이란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무역 흑자를 내고 싶은 러시아가 ‘세계 석탄 수입 1위국’인 중국의 드넓은 시장을 탐내는 까닭이다.  
 
그럴 만도 하다. 우선 러시아는 석탄 매장량이 많고 채굴 능력도 충분하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신에너지 붐이 일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기도 하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14년 ‘석탄산업 장기발전프로그램’을 내놓고 석탄 수출을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춘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문제는 운송이 어렵단 점이다.
 
러시아는 워낙 광활한 데다 주요 탄광 지역이 시베리아 서부에 있어, 국경을 넘거나 항구까지 석탄을 운송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대부분 철도를 통해 운송되는데 철도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또 러시아 내부에서는 러시아 경제가 중국에 너무 의존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나쁠 수 있단 경고다.  
 
그럼에도 일단 러시아는 ‘고’를 외친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시베리아 탄광 지역에서 아시아로 석탄 수출을 늘리라고 지시를 내리고, 철도 인프라 확장도 주문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현대화하고 중국 회사와 합작도 마다하지 않겠단 계획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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