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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학생, 학년 높아질 수록 '비판 능력' 퇴화…美와 반대

중앙일보 2021.03.16 05:00
지난 1일 간행한 자연과학 연구저널 『네이처』의 자매지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된 논문 ‘미국·중국·러시아·인도 대학의 STEM 기량과 성과’ 표지. [네이처 캡처]

지난 1일 간행한 자연과학 연구저널 『네이처』의 자매지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된 논문 ‘미국·중국·러시아·인도 대학의 STEM 기량과 성과’ 표지. [네이처 캡처]

중국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을 전공한 대학 졸업생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입학 때보다 평균 17% 급감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과학저널『네이처 인간행동』에 1일 게재된 논문 ‘미국·중국·러시아·인도 대학의 STEM 교육 기량과 성과’의 결론이다.  
 

미·중·러·인도 이공계 대학생 교육 성과 조사
中, '비판적 사고 능력' 대학 졸업 때 17% 감소
“전제주의적 분위기, 배금주의 겹친 결과” 지적

이번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 고등 경제학원, 중국 베이징(北京)·칭화(清華) 대학과 인도의 협력 대학 등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4개국의 컴퓨터·전자공학 전공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과 물리·수학 성적 변화를 통계적 기법으로 추적 조사한 연구다.
 
조사 결과 중국 명문 대학인 베이징대와 칭화대 이공계 입학생의 비판적 사고 능력은 입학 당시 1.612(s.d. units, 표준편차 단위)였지만 졸업 시점에는 1.339로 약 1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 당시 중국 학생의 비판적 사고 능력은 미국 학생과 큰 차이가 없었고, 인도·러시아 학생보다 우수했다. 하지만 졸업 때에는 이 능력이 크게 떨어져 러시아 학생들에 역전당했다. 반대로 미국 학생은 졸업 시점에서 비판적 사고 능력이 크게 올라가며 다른 나라 학생을 앞질렀다. 
각국 대학생의 성과를 나타낸 그래프. 왼쪽 중국 대학생의 비판 능력 하락 폭이 가장 크다. [네이처 캡처]

각국 대학생의 성과를 나타낸 그래프. 왼쪽 중국 대학생의 비판 능력 하락 폭이 가장 크다. [네이처 캡처]

중국 학생들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엘리트 대학과 일반 대학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일반 대학생의 비판적 사유 능력은 0.741에서 0.234로 엘리트 대학보다 더 큰 68% 하락 폭을 기록했다.  
 
중국 대학생의 물리·수학 성적 역시 비판 능력과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중국 학생은 입학 시점, 그리고 2학년 때는 인도와 러시아 학생을 압도했지만, 대학 교육을 마치고 난 뒤에는 퇴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 이공계 학생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수업을 수강하면서 비판 능력을 키웠다. 하지만 중국 대학생은 3~4학년 대부분을 취업 준비와 실습으로 보내면서 비판적 사고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풀이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중국의 정치·사회 현실과 연계한 해석이 나온다. 인민대학의 퇴직 교수 저우샤오정(周孝正)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 정치가 전체주의화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나 참정권·감독권·표현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창조력이 저하되고, 돈만 좇는 배금주의까지 성행하면서 이상·창조·비판적 사유가 설 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지린(吉林)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재미 유학생 지자바오(吉家寶·29)는 “기존 규칙의 파괴를 강조해 혁신적인 기업가를 만들어내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중시하면서 장인(匠人)과 같은 지식분자를 키우거나 황제의 집행자를 육성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대학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유물론을 반박할 수 없는 철학적 진리로 가르치면서 공학 연구까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이처럼 대학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상당 부분 미국 유학으로 메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내 중국인 유학생은 37만여 명에 달하며 그중 절반이 STEM 전공 학생이다. 
 
하지만 중미 관계 악화에 이 역시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55%가 중국인 유학생 숫자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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